브라이언 체스키의 경영 수업

에어비앤비 Airbnb 는 사업 아이디어를 쉽게 찾아냈다. 그러나 무일푼의 예술학교 졸업생이 수십억 달러 회사의 CEO가 되는 건 훨씬 더 복잡한 일이었다. 공유경제의 선두주자가 몸소 체득한 리더십을 소개한다. BY LDIGH GALLAGHER


브라이언 체스키 Brain Chesky가 냅킨에 무언가를 열심히 그리고 있다. 우리는 샌프란시스코 소마 SoMa에 있는 에어비앤비 사장실에 앉아 있다. 넓게 탁 트인 에어비앤비 본사는 도회적인 느낌을 풍기는 곳이다. 건물 내 회의 공간 중 한 곳은 피지섬 Fiji의 에어비앤비 숙소를 그대로 본따왔다.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Dr.Strangelove의 전쟁 상황실을 옮겨놓은 곳도 있다. 에어비앤비는 2013년에 한때 배터리 제조공장이었던 이 건물로 이사했다.

사장실은 빌딩이 지어진 1917년의 느낌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나무판자로 된 벽, 팔걸이 가죽 소파, 탁상 위에 놓인 모형 선도 그대로다. 체스키는 냅킨에 무언가를 열심히 그렸다. 그리고 필자에게 냅킨을 들어 보였다. 로드 아일랜드 디자인 스쿨 Rhode Island School of Design(RISD) 출신이 그렸다고 보기엔 별 특징이 없는 배 그림이었다. 그러나 그림을 얼마나 잘 그렸는가는 문제가 아니다. 이 배는 체스키의 경영 방식이 어떻게 발전했는지에 대한 그의 답을 보여주고 있다.

체스키는 냅킨을 들어 보이며 “에어비앤비는 거대한 배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말을 이었다. “CEO인 나는 선장이다. 내가 할 일은 딱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물에 잠겨 보이지 않는 모든 부분을 챙기는 것이다. 배가 가라앉지 않게 해야 하니까.” 그리곤 배를 절반으로 나누고 있는 파도를 가리켰다. 물에 잠긴 부분에서 구멍으로 물이 세차게 들어오고 있었다.

그는 덧붙였다. “물 위에 떠 있는 부분에선 내가 정말 좋아하는 2~3가지 분야에만 집중해야 한다. 정말 열정을 가진 부분이라 나만의 느낌을 불어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잘만 하면 회사 자체가 바뀔 수 있다.” 그가 말한 그 3가지는 상품과 브랜드, 문화다. “이 3가지는 내가 직접 챙긴다. 대신 나머지는 직원들을 믿고 맡긴다. 바닥에 구멍이 뚫렸다고 판단될 때만 직접 관여한다.”

서른 세 살 초짜 CEO의 입에서 나온 말치곤 대단한 수준이다. 짐 콜린스 Jim Collins와 피터 드러커 Peter Drucker의 경영학 서적에나 나올법한 고차원적이고 전략적인 사고다. 물론 체스키가 혼자 생각해낸 건 아니다. 그럼에도 기대 이상의 답변이다. 배 이론은 조지 테닛George Tenet에게 배웠다. 테닛은 1997년부터 2004년까지 CIA 국장을 지낸 인물로, 현재는 투자은행 앨런 앤드 컴퍼니 Allen & Company의 매니징 디렉터로 재직 중이다. 몇 년 전 테닛을 소개받은 체스키는 그에게 직접 만남을 요청했다.

에어비앤비는 차량 공유 회사인 우버 Uber와 함께 공유 경제의 대표주자다. 이런 회사의 CEO가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략을 승인한 테닛에게 조언을 구하는 건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체스키가 숙박 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를 개발한 후 만난 사람들을 살펴보면 충분히 그려볼 수 있는 장면이다. 그는 테닛 외에도 유사한 분야나 전혀 예상할 수 없는 분야의 리더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버크셔 헤서웨이 Berkshire Hathaway의 워런 버핏 Warren Buffett과 디즈니 Disney CEO 밥 아이거 Bob Iger에게 조언을 구했고, 애플 Apple의 조니 아이브 Jony Ive, 링크트인 LinkedIn의 제프 와이너 Jeff Weiner, 세일즈포스닷컴 Salesforce.com의 마크 베니오프 Marc Benioff 등 IT기업 대표도 만났다. 그 외에도 스티브 잡스 Steve Jobs, 월트 디즈니 Walt Disney, 조지 버나드 쇼 George Bernard Shaw,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Dwight D. Eisenhower 전 대통령 등 고인으로부터 많은 교훈을 얻었다. 체스키는 “로버트 맥나마라 Robert McNamara 전 국방부 장관의 말처럼 전쟁에는 학습곡선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맥나마라 장관은 전쟁에 관한 논쟁이 한창이었던 1960년대 핵무기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이처럼 표현했다. 체스키는 자신이 경영지식에 목숨을 거는 이유로 “신생기업에도 학습곡선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7년여 동안 보여준 체스키 삶은 비현실에 가까웠다. 짜릿한 순간도, 가슴을 졸인 순간도 있었다. 에어비엔비는 2008년 우연히 탄생했지만, 현재는 누적 이용객이 4,000만 명이 넘는 거대 플랫폼으로 성장해있다. 이런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면서 최근 펀딩에서 10억 달러를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모두 고려하면 에어비앤비의 현재 가치는 240억 달러에 달한다. 4,000여 개 호텔을 운영 중인 메리어트 Marriott의 210억 달러를 넘어서는 규모다. 흔히 평가액이 10억 달러가 넘는 IT 신생기업을 유니콘이라고 부르는데, 에어비앤비의 가치는 우버, 중국 휴대폰 제조업체 샤오미 Xiaomi에 이어 3위다(우버는 최근 500억 달러 가치를 인정 받으며 펀딩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고, 샤오미는 460억 달러로 평가됐다). 에어비앤비는 올해 약 9억 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기업의 CEO가 되는 방법은 한가지뿐이었다. 수많은 직급 사다리를 올라가며 ‘리더로서 잠재력’을 보여주고, 차기 CEO 물망에 오른 사람들이 차례로 들고 나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IT 기업이 이러한 관례를 깨뜨리고 있다. 나이와 상관없이 반짝이는 아이디어 하나로 단번에 CEO가 되고 있다. 제대로 훈련을 받지 않고도 순식간에 최고경영자에오르고 있는 것이다. 유니콘 기업은 투자자와 자문가 그룹으로부터 수많은 의견과 조언을 얻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CEO들은 직접 조종간에 앉는다. 냅킨에 배를 그린 체스키도 마찬가지였다.

체스키는 2008년까지만 해도 엔젤투자자란 말을 들어 본 적도, IT전문 블로그 테크크런치 TechCrunch를 읽어본 적도 없는 인물이었다. 그래도 CEO로서 역할과 책임만큼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는 “나처럼 예술학교 출신 백수가 5~6년 만에 CEO가 되는 일은 극히 드물다. 미리 준비하는 건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털어놓았다.

그의 해결책은 최대한 넓고 깊게 사업의 성공 사례를 연구하는 것이었다. 지금까지는 완벽함을 추구하는 그의 성격 덕분에 이 방법이 잘 통했다. 앞으로 다룰 내용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CEO로서 체스키의 성장은 신경제가 전통적인 ‘CEO 되기’의 개념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도 잘 보여주고 있다. 리더십 개발의 새 규범을 제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체스키의 지인들에게 그가 어떤 인물인지를 물어보면 그가 열정적이고, 집중력이 뛰어나며, 정말, 정말, 정말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는 인터뷰를 위해 자리에 앉자마자 기사-최초로 에어비앤비 회사보다 CEO 체스키를 중점적으로 다룰 예정이었다-가 나오는 과정을 궁금해했다. 또 기사 전체가 자신을 다룬다고 하자 신기해했다. 어떤 일정으로 진행되는지를 물어보기에 필자는 예전에 인터뷰한 여섯 명의 CEO를 예로 들어주었다. 그러자 그는 “이번 기사는 내 자신의 성과를 360도로 되돌아보는 식이겠군요. 유일하게 다른 점이 있다면 전 세계 사람들이 내 평가 결과를 본다는 것이겠고요. 오늘 테마는 뭐죠? 그런 건 인터뷰가 끝난다음에 나오나요?”라고 끊임없이 질문했다.

에어비앤비의 탄생은 실리콘밸리 사람들을 비롯한 많은 이들에게 전설처럼 전해지고 있다. 2010년 10월 당시, 백수였던 RISD 출신 체스키와 룸 메이트 조 게비아 Joe Gebbia는 파산 직전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월세를 내야 할 날은 다가오고 있었다. 그래서 살고 있는 아파트 공간을 빌려주고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은 품절 디자인 제품 전시회 참관객들에게 장롱에 묵혀두었던 게비아의 에어매트리스를 빌려주었다. 에어 베드와 조식(Air Bed and Breakfast)이라는 이름도 붙였다(콘티넨털 조식은 굽지도 않은 팝타르트 Pop-Tarts 과자였다). 행사 주말 동안 세명이 그들의 집을 찾았고, 아이디어가 디자인 블로그에 언급되자 세인들의 관심을 끌 수도 있었다. 몇 개월 후에는 엔지니어 네이선 블레차르지크 Nathan Blecharczyk가 세 번째 공동창업자로 합류했다. 그렇게 2008년 8월 세 사람은 에어베드앤드브렉 퍼스트닷컴 Airbedandbreakfast.com을 설립했다. 당시에는 사용자들이 자신의 공간을 빌려주는 온라인 플랫폼이었다. 이후 체스키가 자연스럽게 리더가 됐고, 게비아는 디자인, 블레차르지크는 기술을 책임졌다.

당시만 해도 많은 전문가들과 실리콘밸리 유명인사들은 에어비앤비의 콘셉트에 매우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아이디어는 설득력이 있었다. 이듬해 봄, 에어비앤비는 벤처투자자 폴 그레이엄 Paul Graham이 운영하는 유명 신생기업 인큐베이터 와이컴비네이터 Y Combinator에 포함될 수 있었다. 곧 사명을 에어비앤비로 바꾼 그들은 숙박 공유 대상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집, 아파트, 성, 보트, 트리 하우스 *역주: 나무 위에 지은 집으로 주로 아이들이 노는 공간을 통째로 빌려주는 서비스도 선보였다. 세명은 그렇게 2010년 11월 처음 벤처캐피털 펀딩을 유치했다. 그리고 현재 전 21개국, 3만 4,000개 도시에서 2,000명의 직원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진화했다.

경영 초기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 묻는 질문에 체스키는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조차 모르는 눈치였다. 그는 “‘아는 것이 있기는 한가’ 싶은 상황이었어요”라고 말했다. 그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뛰어드는 것밖에 없었다. 회사가 그를 기다려 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체스키의 학습법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 절벽에서 떨어지는 동안 비행기를 조립한다(jumping off a cliff and assembling the airplane on the way down)’ 는 속담처럼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스스로 ‘소스에 접근하다(going to the source)’라고 부르는 과정을 통해 한 주제를 깊고 빠르게 배우는 것이었다.

체스키는 한 가지 주제를 통째로 배우는 것보다 특정 분야에서 최고의 소스를 찾는데 시간을 쏟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그 소스를 가진 사람을 직접 찾아가 배우는 것이었다. 그는 “정보의 원천을 제대로 찾아내기만 하면 훨씬 빨리 배운다”고 말했다. 이는 그가 지금까지 끊임없이 추진해온 전략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3명의 공동창업자에게 첫 번째 ‘소스’를 제공해 준 인물은? 사업 초기 자문을 제공해 준 IT기업가 마이클 시벨 Michael Sibel과 와이컴비네이터의 그레이엄이었다. 그들에겐 독서도 좋은 출발점이었다. 체스키는 스티브 잡스와 월트 디즈니 같은 우리 시대 대표적 기업가의 자서전은 훌륭한 소스가 됐다고 말했다. 경영 기법에 관한 정보 원천이 된 기본서는 앤디 그로브 Andy Grove의 ‘탁월한 경영(High Output Management)’이었다. 접객을 의미하는 호스피탤리티를 속속들이 배우기 위해 코넬대학교 호텔 경영학부가 출간하는 계간지 코넬 호스피탤리티 Cornell Hospitality Quarterly를 찾아 읽기도 했다.

그렇게 회사가 성장해가면서 체스키는 유명인사들을 정보의 원천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는 페이스북 Facebook의 마크 저커버그 Mark Zuckerberg, 아마존 Amazon의 제프 베저스 Jeff Bezos, 이베이 eBay의 CEO 존 도너호 John Donahoe를 직접 만났다. 또 경영진 성과를 높이기 위한 방법을 묻기 위해 밥 아이거와 마크 베니오프를 만나기도 했다. 페이스북의 셰릴 샌드버그 Sheryl Sandberg로부터는 해외시장 확대 때 효율성을 확대하는 조언을 얻기도 했다.

정보 원천 이론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 다양한 아이디어의 조합‘ 이다. 통찰력을 얻기 위해 예상 밖의 소스를 찾는 것이다. 예컨대 체스키가 좋은 인재를 알아 보는 눈을 갖기 위해 선택한 대상은 인사 전문가가 아닌 스포츠 에이전트였다. 이들이야말로 인재 영입에 따라 사업이 좌우되기 때문이었다.

테닛을 찾은 이유도 비슷했다. 세계 안보가 아니라 기업 문화에 대한 소스가 필요했다. 체스키는 테닛에게 기밀을 유지해야 하는 조직을 어떻게 투명하고 열린 상태로 유지했는지 물었다. 대화를 통해 그가 얻은 교훈은 ‘소통’의 중요성이었다. 월트 디즈니가 말한 ‘눈에 띄는 경영자’가 되라는 것이었다. 테닛은 이를 위해 점심 때마다 구내식당 다른 식탁에 앉곤 했다고 말했다. 또 직원에게 직접 전하는 손편지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전 CIA국장은 체스키에게 자신의 커리어 가운데 가장 의미 있던 순간이 수년 전 직원에게 쓴 손편지가 그들의 책상에 붙어 있을 때였다고 말했다. 물론 그는 배 이론도 전수해주었다.

워런 버핏은 그가 찾은 소스 중 가장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1년쯤 전 체스키는 버핏에게 연락을 취해 그가 거주하는 오마하 Omaha에서 점심을 하자고 요청했다. 그 때 체스키가 한 질문 중에는 버크셔 헤서웨이의 연례 총회가 열리는 주말 동안 에어비앤비의 숙소를 어떻게 늘리 수 있는지도 들어 있었다. 두 사람의 만남은 4시간 반 동안이나 이어졌다. 이때 체스키가 얻은 가장 큰 교훈은 소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었다. 그는 버핏에 대해 “그는 말 그대로 오마하 한 가운데서 살고 있다. TV도 없는 곳에서 하루 종일 책을 읽는다. 회의도 하루에 한번 정도만 하고 깊게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체스키는 버핏과의 대화에 감동한 나머지, 내용을 잊어버릴까 봐 공항으로 향하는 길에 3,600단어에 달하는 회의록을 작성해 경영진과 공유하기도 했다. 버핏은 체스키에 대해 “진정으로 자신의 회사에 대한 열정을 지닌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한 푼을 못 받아도 지금 하는 일을 할 사람이다.” 버핏은 에어비앤비에 대해선 “그 아이디어를 생각 못했던 게 아쉽다”고 말했다.

자신이 배운 지식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 또한 체스키식 경영의 일부라 할 수 있다. 그는 올해초부터 ‘일요일 밤 시리즈(Sunday night series)’라는 것을 시작했다. 한 주에 한번씩 자신이 배운 것이나 원칙을 전 직원과 공유하는 것이다. 최근 3주 동안은 어떻게 (제대로) 배우는지를 공유했다.

체스키는 유년기 때부터 하고 싶은 건 꼭 해내는 스타일이었다. 어머니 뎁 체스키 Deb Chesky는 어렸을 때부터 어떤 것에 단순히 발만 담그는 것 만으론 만족하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체스키는 뉴욕 주 올버니 Albany 외곽의 니스카유나 Niskayuna에서 자랐다. 부모는 둘 다 사회 운동가였다(다섯 살 차이가 나는 여동생 앨리슨 Allison은 리얼 심플 Real Simple의 패션 에디터다. 리얼 심플은 포춘의 모회사 타임 Time Inc.이 소유하고 있다). 체스키가 처음으로 열정을 갖기 시작한 건 하키였다. 어느 해 크리스마스 선물로 하키 장비 풀 세트를 받자 보호장비, 스케이트, 하키채, 헬멧을 모두 착용하고 자겠다고 투정을 부린 적도 있었다. 이후 그림 그리기와 나이키 운동화 리디자인에 관심을 가졌고, 이는 곧 예술에 대한 열정으로 바뀌었다. 그는 가끔 박물관으로 사라져 몇 시간 동안 모작을 하기도했다.

그의 타고난 리더십은 RISD 재학 중에 드러났다. 체스키는 하키팀 주장이 됐고, 마지막에는 졸업 대표 연설까지 맡았다. 그는 졸업 연설에 모든 것을 걸었다. 최대한 많은 졸업 연설을 찾아 공부를 했고, 전날 밤에는 졸업식장을 미리 찾아가 연단 앞에서 직원들이 6,000개의 의자를 하나씩 정렬하는 것을 지켜보기도 했다. 연설 때 당황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뎁 체스키는 혼잣말로 “누가 그런 걸 하나요?”라고 반문했다.

졸업 후 체스키의 친구이자 클래스메이트인 게비아가 그에게 ‘함께 창업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고 말했다. 게비아는 그에게 “비행기 타기 전에 할 말이 있어. 나중에 회사하나 차리자. 사람들이 그걸로 책을 쓰게 만드는 거야”라고 말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체스키는 LA로 건너가 산업 디자이너로 성공하려 했지만 곧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와 게비아와 함께 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들이 월세를 낼 돈이 떨어진 순간, 새로운 영감이 떠올랐다.

지금까지 체스키는 회사에 큰 위기가 닥쳤을 때 가장 큰 교훈을 얻어왔다. 2011년 6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한 호스트의 집에 도둑이 들었을 때였다. 집이 쑥대밭이 됐지만 체스키는 미온적인 태도로 사건을 해결하려 했다.

그러자 ‘ EJ’ 로 알려진 집 주인이 블로그에 그녀를 돕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는 에어비앤비의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을 올렸다. 이후에도 에어비앤비는 침묵을 유지했다. 그러나 사건은 더 커지기만 했다.

그때 에어비앤비 내부에선 각기 다른 의견이 오가고 있었다. 일부는 이 사건을 책임질 경우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불만을 제기할 것이라 주장했고, 일부는 진실을 알리자고 했으며, 일부는 침묵으로 일관해야 한다고 고집했다. 그리고 그 상태가 몇 주간 지속됐다. 체스키는 “당시 최악의 상태까지 이르러 신경 쓰지 않겠다고 말할 수 없는 지점까지 갔다. 내 우선순위가 완전히 바뀌었다”라며 “그때 성과 관리를 그만 두고 원칙만 관리하겠다고 말했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체스키는 회사에 손해가 가더라도 사과를 해야 한다고 느꼈다.

체스키는 책임을 통감하는 어조의 편지를 썼다. ‘지난 4주간 우리가 일을 엉망으로 처리했다’는 내용이었다. 사과 외에도 5만 달러를 보장하는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체스키는 “모두의 충고에 반대되는 결정이었다.

모두 ‘논의가 필요하니, 먼저 시험을 해봐야 한다’고 했다. 그때 나는 ‘아니다, 그냥 이대로 간다’고 말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다행히 큰 자금원이 그의 버팀목이 돼주었다. 에어비앤비 투자자이자 벤처캐피털 앤드리슨 호로비츠 Andreessen Horowitz의 공동 창업자 마크 앤드리슨 Marc Andreessen이 처음 체스키가 제시한 보장금 5,000달러에 0을 하나 더해 5만 달러를 만들어 준 것이었다. 이 경험을 통해 체스키가 깨달은 가장 큰 교훈은 의사 결정 때 다수결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합의를 통해 위기 상황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리면, 대개 이도 저도 아닐 때가 많다. 대부분 최악의 결정이 된다”며 “위기 땐 대부분 왼쪽이나 오른쪽처럼 한쪽을 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일은 체스키가 리더로서 직원들의 신뢰를 얻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상품관리 책임자 조 자데 Joe Zadeh는 “이때 브라이언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며 “이 일을 기화로 이 회사의 리더십에 100% 확신을 가졌고, 어떤 위기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고 말했다.

에어비앤비는 급성장하는 와중에도 다양한 위기를 잘 극복했다. 현재 회사는 다양한 도시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경우, 에어비앤비의 서비스는 현지 법이나 규칙에 위배된다. 본사가 있는 샌프란시스코도 최근까지 허가없는 단기 숙박 임대를 불법으로 간주한 바 있다. 임대업자, 주민 조합, 그리고 도시 주민들 대부분도 적대적이다.

뉴욕이 특히 어려웠다. 뉴욕에선 함께 거주하지 않을 경우, 주인이나 세입자가 30일 이내 아파트를 임대하는 것을 불법으로 하는 법안이 2010년 통과됐다. 2013년에는 에어비앤비를 대상으로 한 공격이 너무도 거셌다. 체스키는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정치인, 호텔리어, 부동산 업계 거물, 언론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자 뉴욕 시민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그러나 법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그 반대로 기회가 열린 곳도 있었다. 샌프란시스코는 지난 2월 단기 주택 임대를 합법화하는 법안을 발효했다. 내슈빌 Nashville, 필라델피아Philadelphia, 새너제이San Jose도 비슷한 법안을 발효했고, 런던과 프랑스도 마찬가지였다. 체스키는 이에 대해 “이제 분란을 일으키는 대상에서 주류로 편입되는 시점에 들어선 것 같다”고 말했다.

에어비앤비는 종종 주요 호텔 체인의 경쟁 업체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체스키는 이러한 관점에 의문을 품고 있다. 그는 에어비앤비가 성장하고 있음에도 호텔 산업이 계속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그 이유로 들었다. 또 요즘 에어비앤비가 메리어트, 힐튼 Hilton, 스타우드Starwood 같은 거대 호텔과 “아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2013년 체스키는 호텔 체인 주아 드 비브르 Joie de Vivre의 설립자이자 업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칩 콘리 Chip Conley를 스카우트해 호스피탤리티부문을 맡겼다. 콘리는 6개의 대형 호텔 체인 중 4개 호텔의 경영인이 에어비앤비본사를 방문해 “몰입하는(immersion)”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에어비앤비가 성장하면 할수록 호텔 사업을 잠식할 수 있는 능력도 커질 것이다. 지난해 에어비앤비는 인스턴트 북 Instant Book 서비스를 도입한 바 있다.
집 주인 승인 없이 즉시 투숙 가능한 숙소 리스트로, 호텔과 유사한 예약 시스템을 갖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최근 여행사 컨커 Concur와 파트너십 등을 활용해 출장용 에어비앤비 상품도 개발 중이다. 현재까지 에어비앤비는 150여 개 기업과 계약에 성공했다. 회사가 주류로 접어들었음에도 경쟁은 여전히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초 어느 수요일, 체스키는 샌프란시스코 48 부두의 무대에 서 있었다.

그곳에선 원 에어비앤비 One Airbnb라는 전 직원 연례 행사가 한창이었다. 행사장은 체스키의 기조연설을 들으려는 직원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그 자리에서 ‘ 마음껏 상상’하고 ‘과감하게 생각’하는 것을 강조했다. 불가능이란 말은 무시하라고 조언했다. 안전, 법규, 경쟁자 등 그 어떤 것도 에어비앤비를 무너뜨릴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쏟아지는 박수 세례 속에서 “에어비앤비를 무너뜨릴 단 한 가지는 우리가 과감함을 잃어버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체스키는 사내 문화에 특히 민감한 인물이다. 2012년 체스키는 또 다른 주요 소스이자 ‘ 투자의 귀재’ 라 불리는 피터 티엘 Peter Thiel에게 그가 줄 수 있는 가장 귀중한 조언이 무엇인지 물은 적이 있다. 그 자리에서 티엘은 “사내 문화를 엉망으로 만들지 말라”고 충고했다. 티엘은 회사가 일정 규모를 넘어서면 사내 문화가 이상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체스키는 사내 문화에 대한 관심을 두 배 이상 늘렸다. 그 이후 직원들에게 보내는 짧은 편지를 통해 ‘조직문화가 흐트러지는 것은 상품을 생산하는 기계가 고장 난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체스키는 신입 직원이 들어오면 매주 한 시간 가량 Q&A 세션을 갖고 있다. 이를 통해 그는 신입 사원들에게 대담하고 과감해지라고 주문한다. 때때로 상품에 대한 그의 열정은 복음에 가까워진다. 예컨대 직원들에게 “여러분들은 우리가 원하는 미래를 디자인하기 위해 일한다”고 말하고 있다.

수년 간 스스로 경영을 공부하면서 체스키는 머릿속에 경영 철학, 다양한 의견, 정석적인 내용 등을 가득 채워왔다. 유용한 전문 용어들도 그 중 하나다. 그는 자기 자신과 타인이 더 크게 사고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뜻으로 ‘업 레벨링up-leveling’ 이라는 용어를 자주 언급하고 있다. 모든 조직 구성원과의 소통을 뜻하는 ‘스킵 레벨링skip-leveling’ 과 구별해 사용하고 있다. 체스키는 하나의 움직임으로 거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뜻의 ‘스텝 체인지step changes’ 라는 용어도 즐겨 사용한다.

그럼에도 체스키는 여전히 약점이 있음을 순순히 시인했다. 경영진 영입에 너무 오래 시간을 끌고,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고 있음을 인정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 약점이라고 말했다. 경청은 그가 잘하려고 노력하는 부분이다. 체스키는 여섯 살 때 청각 검사를 받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부모님은 내가 청각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은 청각이 아니라 경청에 문제가 있었다.” 체스키는 여전히 노력 중이지만, 자신이 ‘행동 중심적’이며 에너지가 넘치기 때문에 듣고 있어도 듣지 않는 것처럼 비춰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 그레이엄은 체스키의 전략을 효과적이라고 평가했다. 비록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배울 법한 내용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그레이엄은 “그는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가르치는 것과는 동떨어져 있는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체스키는 자신이 믿는 쪽으로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가진 리더”라고 칭찬했다.

앤드리슨은 체스키 앞에 놓인 가장 큰 장애물로 회사가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그가 처리해야 할 엄청난 정보의 양을 꼽았다. 그는 “어떤 사람들은 그 정보에 빠져버린다. 그러나 브라이언은 그 과정을 즐긴다. 그가 특출난 이유 중 하나는 이런 도전을 즐긴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앤드리슨은 체스키를 “마크 저커버그 이후 최고의 새로운 CEO 중 한 명”이라고 칭찬했다. 올해는 체스키에게 매우 인상적인 한 해였다. 지난 4월에는 ‘타임100인’에 선정됐고, 백악관 외신 기자단 만찬에 초대돼 1면을 장식하기도 했다(당시 그는 포춘 테이블에 앉았다). 언론들은 이에 대해 워싱턴 정가에서 실리콘밸리의 입지가 강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 5월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체스키를 글로벌 기업가정신 대통령 특임 대사로 임명하기도 했다.

이처럼 유명세가 높아지고 있음에도 그는 새로운 시도를 진행하고 있다. 바로 삶의 균형을 찾는 것이다. 그는 오랫동안 일을 하기 위해선 ‘삶을 풍족하게 재충전하는’ 비법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느꼈다. 그 주요 원천은 여자친구 엘리사 파텔 Elissa Patel이다. 그들은 2년 전 온라인 데이팅 서비스 틴더 Tinder에서 만났다. 최근 그녀는 카메라 앱 제공회사 프런트백 Frontback을 나와 사업을 준비 중이다. 둘은 매주 목요일 아침 함께 요가를 한다. 또 여전히 에어비앤비에 등록돼 있는 체스키의 아파트에서 손님을 맞이한다(정말로 에어비앤비 CEO 집에서 잘 수도 있다!). 둘은 다양한 지역의 에어비앤비 숙소를 예약한 다음 이를 체험하는 ‘스테이케이션 staycation’ 을 즐기고 있다.

회사의 미래에 관해, 체스키는 에어비앤비 투자자 중 어느 누구도 기업공개 압박을 가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언젠가는 기업공개를 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는 그 시기에 대해 약간의 힌트를 주기도 했다. 체스키는 “상장을 결정하려면, 2년 정도의 준비 기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나는 항상 기업공개를 2년짜리 프로젝트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적어도 앞으로 1, 2년간은 그런 생각조차 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 정도 시간이면 소스를 확보하는 데 충분할 것이다.



체스키의 주요 멘토
브라이언 체스키는 리더십을 배우기 전 어떻게 배우는지부터 터득했다. 그의 비결은 다양한 소스들을 통해 자문을 구하는 것이었다. 누구에게 무엇을 배웠는지 살펴보자.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COO
교훈: 주도적인 사람이 돼라. 체스키가 샌드버그를 만난 이유는 회사의 해외 확장에 대한 전략을 묻고 싶어서였다. 샌드버그는 그에 더해 한 가지를 더 충고했다. 직원들은 이미 발생한 일이 아니라면 CEO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체스키는 날카롭게 질문하는 법을 배웠다.

조니 아이브
애플 디자인 책임자
교훈: 집중하라. 체스키는 아이브로부터 ‘스티브 잡스다움’을 배웠다. 좋은 아이디어라고 무조건 쫓지 않고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체스키는 애플의 모든 제품이 어떻게 식탁 하나 하나에 다 들어가는지 언급하는 걸 좋아한다.

밥 아이거
디즈니 CEO
교훈: 쿨 해져라. 체스키는 아이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픽사 Pixar 와 디즈니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함께 일하기 까다롭기로 소문난 스티브 잡스를 설득해야 했다. 하지만 아이거는 그 과정에서 잡스를 만족시켰다.” 또 그는 “아이거가 창업자들이 배우기 힘든 평정심을 유지할 줄 안다”고 덧붙였다.

워런 버핏
버크셔 헤서웨이 CEO
교훈: ‘소음’을 피하라. 체스키가 버핏을 만나러 오마하에 갔을 때 가장 놀란 점은 그가 소음을 멀리한다는 점이었다. 전설적인 투자자 버핏은 텔레비전이나 회의보다 독서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체스키는 “버핏의 사고 깊이가 남달랐다”고 말했다.

조지 테닛
전 CIA 국장
교훈: 눈에 띄어라. 체스키가 테닛을 찾은 이유는 사내 문화에 관한 그의 조언을 듣고 싶어서였다. 테닛은 눈에 띄는 것을 중요시했다. 그는 CIA에 있을 때 매 끼니 구내식당의 다른 식탁을 돌아다녔다. 또 직원들에게 손편지를 보내 칭찬을 하기도 했다.


브라이언의 원칙
체스키는 대부분 경영지식을 모범사례에서 배웠다. 그러나 자신만의 리더십 원칙도 세웠다.

1. 정보의 원천을 찾아라
배울 시간이 부족하다면, 그 주제에 대한 최선의 소스가 무엇인지를 찾는 게 가장 효율적이다. 정보의 원천이 되는 사람을 직접 찾는 것이다. “제대로 된 소스를 만나면 훨씬 빨리 배울 수 있다.”

2. 움직임을 크게 하라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행동에 에너지를 쏟아라. 체스키는 “체스처럼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몇몇 주요한 움직임으로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의미다.

3. 위기에서 다수결에 휘둘리지 마라
“사람들은 위기 때 가운데로 가려고 한다. 그러나 사실은 왼쪽이나 오른쪽이 정답이다. 어정쩡한 중도가 최악이다.”

4.삶을 풍족하게 재충전하라
최고의 CEO들은 일상 밖에서 영감을 얻는다. “전시회, 콘서트, 바에 가지 않고 일만하면 영감이 사라져버릴 것이다. 삶을 풍족하게 재충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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