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 인식 권총


영화 ‘ 저지 드레드’ 등의 공 상과학물에는 권한을 부여받은 소유자만 발사할 수 있는 권총이 등장한다. 이를 ‘스마트 건’이라 하는데 19세기부터 스미스&웨슨, 콜트, 심지어 실리콘밸리의 기업들도 이를 개발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총기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꿔보려 했다. 당시에는 정치인과 여론에 밀려 실패로 끝났지만 최근 신세대 스마트 건들의 현실 무대 데뷔가 눈앞으로 다가와 있다.


1886년
스미스 & 웨슨이 방아쇠와 레버를 동시에 잡아당겨야 격발되는 권총을 개발했다. 아이들의 힘으로는 발사가 불가능한 이 권총은 50여년간 50만정 이상 판매됐다.


1974년
총기에 내장된 자석과 호환되는 자석 링이 없으면 격발되지 않는 ‘마그나 트리거(Magnatrigger)’ 발사 장치가 개발됐다.


1977년
SF 만화 ‘저지 드레드’에 스마트 건이 등장했다. ‘로기버(Lawgiver)’라는 이 권총은 손바닥 지문을 감지, 정당한 사용자가 아니면 폭발한다.


1994년
미국에선 매년 11명의 경관이 범죄자와의 몸싸움 중 총기를 빼앗겨 자신의 총에 맞아 숨진다. 샌디아국립연구소 (SNL)에서 미 의회 예산을 받아 스마트 건의 도입으로 이런 희생을 막을 수 있는지 연구했다.


1998년
콜트가 무선 주파수를 활용, 전용 팔찌를 착용하지 않으면 격발되지 않는 프로토타입 권총 ‘Z40’을 내놓았다. 그러나 총기규제가 엄격해질 것을 우려한 사람들에 의해 구매거부 운동이 일어났고, 콜트의 CEO가 사퇴했다.


2001년
총기 메이커 아이건(i Gun)이 무선태그(RFI D)와 유사한 마그네틱 태그가 달린 산탄총을 개발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이 신통치 않아 추가 개발은 이뤄지지 않았다.


2008년
스마트 건을 위한 다중센서 생체인식 기술을 10여년간 연구한 뉴저지 공과대학 연구팀이 한 경진대회에서 우승해 25만 달러의 연구보조금을 획득했다.


2012년
영화 '007스카이폴'에서 제임스 본드가 손바닥 지문 인식 권총을 사용했다. 영화 속 Q는 이 총을 건네며 '자네만 쏠 수 있어'라고 말했다.


2014년
미국에 최초의 스마트 건이 출시됐다. 독일 아르마틱스의 ‘iP1’이었다. 이 22구경 권총은 사용자가 착용하는 시계와 무선 연동되는데, 공식 시판을 앞두고 소비자들의 거친 항의에 밀려 철회됐다. 또한 이 해에 스마트 테크 챌린지 재단(STCF)이 스마트 건 기술 개발자에게 100만 달러의 상금을 걸기도 했다. 당시 10대 소년인 카이 클로퍼가 지문 활성화 권총 설계로 상금의 일부를 획득, 회사(aegentech.com)를 창업했다.


2015년
미국 시애틀에서 최초의 스마트 건 심포지엄이 개최된 직후 미 의회에 스마트 건 연구 보조금 지급 법안이 상정됐다. 뉴저지공대의 도널드 세바스찬 박사에 따르면 연구예산만 충분하면 2년 내 상용화도 가능하다고 한다.


2018년경
뉴저지공대와 카이 클로퍼를 포함한 약 4종의 스마트 건이 출시될 전망이다. 클로퍼는 이렇게 말한다. “과거 사람들은 스마트 건이라는 신기술의 수용에 소극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융합의 시대가 오면서 이제는 모두가 스마트 건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