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X 애스트로 텔러와의 인터뷰

지난 8월 구글은 깜짝 발표를 했다. ‘알파벳’이라는 지주회사를 설립해 모든 조직을 자회사로 편입한다는 것이었다. 이 체제 하에서 구글 글래스와 자율주행 자동차, 프로젝트 룬(Loon) 등 구글 X의 혁신적 프로젝트들은 돈벌이 도구인 광고사업과 분리 운영된다. 구글 X의 책임자인 애스트로 텔러는 정식 발표 며칠 전에 이 같은 사실을 파퓰러사이언스에 귀띔해주기도 했다. 그에게 이런 장기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론과 구글의 생존에 이 프로젝트들이 필요한 이유 등을 물어봤다.



아이디어의 심사는 어떻게 이뤄지나?
자율주행 자동차 하나만 해도 약 1,000건의 아이디어를 개당 수 시간씩 투자해 면밀히 검토했다. 각 아이디어의 아킬레스건을 찾아내기 위함이다. 약점이 하나뿐이라면 심사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약점이 많으면 빨리 끝난다.



실례를 들어 설명하자면?
바로 어제 30여명이 모여 새로운 프로젝트를 논의하는 자리에 있었다. 모두들 그 프로젝트에 마음을 뺏긴 상태였다. 바다에 관련된 것이었는데, 한 목소리로 그 중요성을 내게 설명하려 애썼다. 얘기를 다 들은 나는 이렇게 물었다. “좋아. 상어와 태풍, 해적 중에서 이 프로젝트를 중도 폐기시킬 확률이 가장 높 은 것은 뭐지?”이 말은 단순한 농담이 아니었다. 꼭 알아야할 질문이었다. 투자를 시작하고 몇 년 뒤에 해적 때문에 못해먹겠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는 않으니 말이다.



정확이 어떤 프로젝트였나?
대외비다. 구글 X가 괜히 비밀연구소로 불리겠나. 다만 구글 X의 지향점과 달랐다는 점은 말할 수 있다. 이런 프로젝트들은 미련이 생기기 전에 가급적 빨리 폐기하려 한다. 사실 기술 혁신에 있어 가장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투입되는 부분이 프로젝트를 중단시킬 때다. 예컨대 우주 엘리베이터나 반중력 기계를 만들겠다는 아이디어는 1주일만 지나도 극복 불가능한 결함이 발견되지만 관계자들은 쉽게 그만두지 못한다. 대중들의 열광도 이를 막는 요인의 하나다. 때문에 우리는 아이디어를 세상에 알리지 않는다. 성공을 주장하기 전에 논리를 확실히 하고자 한다.



지나치게 미래지향적 프로젝트라는 회의론이 적지 않다
‘과도한 미래지향적’이 정확히 뭘 말하는 건가? 내게는 욕이 아닌 칭찬으로 들린다. 구글이 우리에게 부여한 임무는 즉각적 결과의 창출이 아니라 장기적 결과다. 구글의 다른 부서와 마찬가지로 구글 X도 가치 창출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투자비를 크게 웃도는 성과를 바란다는 것이다. 구글 글래스, 자율주행 자동차, 룬 같은 프로젝트도 다르지 않다. 오늘 당장 수익을 창출할 수 없다고 모든 게 쓸모없지는 않다. 그건 장기 투자의 기본 정신이 아니다.



당신에게 가장 자랑스러운 것은 뭔가?
특정 프로젝트가 아닌 운용시스템이다.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방식으로 고도의 기술혁신을 이루도록 체계화하고, 그것을 이루지 못할 프로젝트는 과감히 중단하는 시스템 말이다. 대다수 기업은 의미 없는 프로젝트들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들을 신속히 포기할 문화와 신념이 없는 탓이다. 구글 X는 다르다. 이틀 전에도 우리의 최대 프로젝트 중 하나를 폐기시켰다. 20여명이 2년 이상 매달렸던 것이었다.



외부에 알려진 프로젝트였나?
아니다. 비공개 프로젝트였다. 공개하지 않은 게 잘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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