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어음 할인거부 연쇄부도 우려 증폭기아자동차·아시아자동차 등 주요 계열사의 협력업체들이 있는 지역경제는 「기아해법」이 마련되지 않으면서 피해가 커지고 있다. 중기업협동조합중앙회도 기아그룹 중소 협력업체의 경영정상화 대책을 정부에 건의하고 나섰다. 이와관련 정부는 기아협력업체의 연쇄 부도 예방을 위해 특례보증규모를 5천억원에서 1조원으로 늘리고 통화량을 확대하는 조치를 발표했으나 금융기관창구에서는 이를 기피, 중소업체들의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고 기협중앙회는 주장하고 있다. 또 중소기업청은 24일부터 「기아그룹협력업체 애로신고센터」를 통해 일일이 금융기관의 어음할인 기피사례를 파악, 이를 종합해 은행감독원에 통보하고 다시 한번 금융기관의협조를 요청할 방침이다. 또 대한상의도 이날 서울상의회관에서 기아관련 27개 지방상의 사무국장들이 모인 가운데 긴급회의를 갖고 지방중소기업들을 위한 특단의 긴급자금 공급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피해는 기아그룹 협력업체가 밀집된 경인지역이나 광주·전남을 비롯 전북, 대전·충남·부산·경남 등 사실상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기아그룹은 『3차협력 업체까지 포함할 경우 기아의 향방에 영향을 받는 중소기업은 1만7천6백59개에 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호남지역시 긴급지원금도 조건 까다로워 ‘그림의 떡’/운영자금 바닥 임금체불 다반사
아시아자동차와 기아특수강의 부도유예는 광주와 군산 등 호남지역의 생산기반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고있다. 어음할인이 안돼 돈줄이 막히면서 금융시장이 일시적으로 혼란에 빠지는가 하면 협력업체들은 자금조달이 안돼 연쇄부도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광주의 아시아자동차는 24일 전 생산라인이 차질없이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으나 기할인된 어음에 대한 금융권의 상환독촉과 현재 보유하고 있는 기아자동차의 상업어음을 시중은행에서 할인을 꺼리고 있어 자금난이 심화되고 있다. 게다가 현재 광주지역내 78개 협력업체가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자동차 발행 진성어음도 시중은행에서 할인을 꺼려, 자금조달 능력이 없는 협력업체 연쇄도산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프라이드와 타우너 차종의 차체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주)대성 관계자는 『어음할인이 안돼 현재 의료보험과 국민연금 등 약 2천만원을 연체중이고 자금난으로 단 1원의 지출조차 없는 상태』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또 플라스틱 사출성형업체인 나진의 관계자는 『시에서 긴급자금으로 1백억원의 지원금을 내 놓았으나 대출조건이 까다로운데다 담보력이 없어 자금을 끌어다 쓸수도 없어 애만 태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이 부품 공급업체들이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하나 둘씩 쓰러지면 결국 완성차 생산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협력업체가 함꼐 살아야 아시아도 살 수 있다는 절박한 상황이 숨가쁘게 전개되고 있다.
아시아자동차는 포철로부터 선철과 강판 등 원자재를 외상으로 공급받고 있으나 타업체로부터는 물품대금 결제에 대한 구체적인 보장이 없을 경우 제품공급을 중단하겠다는 통보를 받아 불안한 상태다. 주원자재인 철강재 공급이 중단되면 이달말까지 조업중단이 불가피하고 모든 협력업체 또한 공장가동을 중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아시아자동차가 문을 닫게되면 1천여 납품업체가 연쇄도산, 지역경제는 회생불능의 지경에 이르게 될게 뻔하다.
광주시청 경제통상국 김홍식계장은 『정부차원에서 특별대책을 세워주지 않으면 회생이 불가능하다』며 『시에서도 아시아자동차의 공장부지를 주거·상업지역으로 용도변경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말했다.
김계장은 그러나 『용도변경에 걸리는 기간이 3∼5년은 족히 걸려 장기적인 안목에서는 경영정상화에 도움이 될지 모르나 당장은 큰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광주상의 관계자는 『아시아자동차가 광주에 공장을 지은지 32년이 됐으나 자동차공장이 전후방 연관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 점을 감안하면 광주지역경제에 대한 아시아자동차의 기여도는 사실상 미약한 편』이라며 『현체제로는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그는 『대다수 시민정서는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아시아자동차를 진정한 지역기업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 주인이 나타나길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철도차륜을 독접공급해 온 기아특수강의 조업중단으로 제품공급이 어려워지자 수요업체인 대우중공업, 현대정공, 한진중공업, 철도청, 지하철공사 등은 비상이 걸린 상태다.
기아특수강이 생산하고 있는 자동차용 소재 및 부품인 크랭크샤프트, 액슬케이싱 등 주요 핵심부품의 생산, 공급이 중단되면 부품업체는 물론 현대, 대우, 기아, 쌍용 등 완성차업체로까지 피해가 번져갈게 확실해 완성차업체들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실제 완성차업체는 조업물량 비축분이 1개월여에 불과해 기아특수강의 정상조업이 조속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이들 업체는 기아특수강의 정상조업이 이루어지도록 고철 등 원부자재 납품 협력업체를 직접 찾아가 납품을 독려하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기아특수강은 군산지역내에 모두 76개사를 비롯, 전국에 모두 4백34개사를 협력업체로 두고 있다. 대다수 협력업체들은 생산제품의 전부를 기아특수강에 공급, 기아특수강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
기아특수강은 협력업체에 대해 물품, 용역 등의 납품비로 2개월 만기 어음을 발행해 왔으나 부도 유예 이후 현금은 물론 어음지급을 중단했으며 기발행 어음 또한 할인이 안돼 협력업체는 돈줄이 막혀 부도위기에 직면해 있다.
태평산업, 진호기공, 명화환경 등 10여개 협력업체가 자금조달이 안돼 직원들에게 임금조차 주지 못하고 있으며 운영자금이 없어 공장가동에도 차질을 빚고있다.
기아특수강은 부도유예 이후 식당과 청소용역업체인 금강실업 등 13개회사에 대한 임금 7억7천만원이 지급되지 못하고 있는데다 자체 임직원에 대한 체불임금도 32억3천1백만원에 달해 어려운 자금난을 반영하고 있다.
기아특수강은 지난 19일부터 전체 생산라인의 70%를 차지하는 특수강 생산라인이 고철과 석유납품업체의 원자재 공급중단으로 전면 가동을 중단하고 있는데 이어 25일부터 30일까지 아예 휴가에 들어 가기로 했다.
비축된 원자재로 현재 일부 조업을 하고 있는 자동차부품 생산라인도 이달말까지 정상조업을 한 후 다음달 1일부터 5일까지 정기휴가를 갖기로 했다. 그러나 5백여명의 관리직 사원들은 회사사태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으로 휴가와 휴일을 반납했으며 근무시간도 하오 10시로 연장했다.
특수강측은 다음달 5일까지 휴가를 실시한 후 휴가기간 동안 공장 재가동을 위한 대책과 지원책이 발표되면 곧 바로 정상조업에 들어갈 방침이다.<광주·군산=최영규·김대혁 기자>
◎경인지역/1만5,000 협력사 자금난 극심
경인지역의 피해가 가장 크다. 기아자동차가 있는 광명, 안양, 의왕시에 3백9개의 협력업체가 있고, 안산지역에는 80개의 1차 협력업체가 위치해 있는 등 그룹전체적으로 1만5천개의 협력업체가 산재해 있다.
장기적으로 납품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와 함께 당장 금융권의 지급보증이나 어음결재가 제대로 안돼 기아한파를 절감하고 있다.
기아중공업에 자동조정제어장치를 납품하는 서울의 A기전은 지난달 19일 한국산업단지공단으로부터 4억3천만원의 산업기술개발자금 융자대상업체로 확정됐으나 기아 협력업체라는 이유로 기술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지급보증이 보류돼 융자를 받지 못하면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아자동차에 기어부품류를 공급하는 안산의 B산업은 주거래은행이 지난 16일 어음결제를 해주지 않아 1억3천4백80만원어치의 기아자동차 발행 진성어음이 결국 부도 처리돼 도산을 눈앞에 두고 있다.
◎부산·경남/조기수습 안될땐 지역금융 마비
창원에 기아중공업, 기아정기가 있고, 협력업체는 (주)적고 등 1백50개사가 있다. 종업원수는 1만5천여명. 이들의 대부분은 규모가 영세한 2, 3차 협력업체가 대부분이며, 이달말까지 자금회전이 안되면 상당수 업체가 도산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기아사태가 조기수습되지 않으면 지역금융도 마비될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이 지역에서 기아그룹에 대한 여신은 은행이 9백30억원, 5개 종금사들이 6천억원 등 전체적으로 약 1조원에 달하고 있다.
◎대구·경북/40개 차부품업체 여신 1,330억
40여개의 자동차 부품업체가 있다. 이들의 연간 공급규모는 약 6백억원이며, 여신규모는 1천3백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기아측은 밝히고 있다.
다른 지역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적지만 지역경제가 워낙 어려움을 겪고 있어 위기감은 다른 지역못지 않게 높다.<박원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