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설계업도 IMF 몸살

◎대형사들 수주량 감소·자금회수 저조 이중고/중소 건축사사무소 인수합병·전업 검토까지날로 심화하는 경기불황과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시대에 건축계도 생존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국내 건축설계업계의 경우 경쟁구조에 취약한 형편이어서 숨돌릴 틈 없이 몰아치는 불황한파에 전국의 건축사사무소들은 규모와 관계없이 생존을 위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15일 건축계에 따르면 국내의 내로라하는 건축사무소들조차 내년 한해를 어떻게 견뎌나가야 할지 도무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실정이며 직원 20∼30명의 중급규모 사무소는 이미 지난 11월부터 임금체불이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고 소형사무소는 올들어 지난달까지 1백20개소가 문을 닫은 실정이다. 국내 대형건축사사무소(직원 1백명 이상)의 경우 90년대들어 건축설계의 수준향상과 더불어 업체수가 대폭 늘어났다. 대형업체들은 최근 수주량 감소와 설계비 수금실적 저조라는 이중고로 인해 경영에 엄청난 타격을 받고 있다. 대형사무소에 속하는 A건축사사무소는 이달초 50%의 직원을 감원키 위해 전직원의 사표를 받았으며 H사무소는 앞으로 3개월 내에 20∼30명 감원과 20% 감봉을 시행키로 했다. 직원 2백50여명의 K건축사사무소도 우선은 관리직 직원을 줄이고 조직을 통폐합하는 등 내년초까지 몸무게를 줄이기로 했다. 현재 국내 30위권 내 대형건축사사무소 중 대부분은 이같은 감원과 감봉을 예외없이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상위 10위업체 안에 들어가는 S건축 관계자는 『내년을 어떻게 넘겨야 할지 매일 간부회의를 하면서 대책을 숙의하지만 뾰족한 묘안이 나오지 않아 답답하다』고 밝히고 『되도록이면 감원을 하지 않고 감봉으로 버틸 계획이지만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아파트 설계를 주로 해온 T건축과 M건축도 계속되는 주택건설 물량감소와 경기침체로 30% 정도의 감원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규모 건축사사무소의 생존대책은 훨씬 처절하다. 감원·감봉으로는 지금도 버티기가 힘들기 때문에 감원을 한 다음 인수합병하는 방안을 거론하고 있다. 소규모 사무소는 전업을 하거나 문을 닫고 직원들은 감리업체나 건설업체에 취직하는 사례도 많다. 이달초 직원 26명의 K건축(서울 서초구 서초동)과 L건축(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은 기존 직원을 반으로 줄여 합병했다. 그래도 이 경우는 서로 뜻이 맞거나 마땅한 대상이 있었기에 살아남는 게 가능했다. 이마저 잘 안돼 속수무책인 경우도 부지기수다. 건축계 불황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중·소형 사무소는 서로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건축사사무소간 통폐합을 강구하고 대형사무소들은 무조건 감원을 시행하기보다 이 기회에 동남아 국가들로 눈을 돌려 해외수주를 시도하는 등 적극적인 불황전략을 구사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한다.<박영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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