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중공업(기업 지방화 전략)

◎전략적 투자 60연 “부산의 자존심으로”/4만여명 근무… 현지경제비중 5%넘어/기술직 인력배출 「조선사관학교」 불려/“최고·최대 제조업체” 주민들 애착 남달라『신발산업 퇴조 이후 부산지역경제를 떠 받치는 최대산업은 「단란주점」이 돼 버렸다. 제조업은 하나 둘 사라지고 단란주점만 끝없이 늘어나고 있다. 부산이 우리나라 제2의 도시라는 것이 무색하다.』 부산시민들이 시들어가는 지역경제를 두고 하는 자조섞인 말이다. 부산 인구(96년말)는 3백88만명으로 우리나라 전체의 8.5%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제조업 생산은 17조원, 수출액은 62억달러로 전체의 4.8% 수준에 불과하다. 부산경제를 단란주점이 이끌고 있다고 냉소적으로 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런 부산시민들에게 남아있는 거의 유일한 자존심이 한진이다. 한진그룹은 인천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국내 최대 항구도시인 부산에 전략적으로 투자해 왔다. 1만여명의 임직원과 외주·자재 등 관련업체 종사자 3만여명 등 4만여명이 한진의 부산시대를 열고 있다. 한진은 앞으로 인천보다 부산의 비중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항에서 한해동안 처리하는 컨테이너 물량은 3백82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이 가운데 17%인 65만TEU를 한진해운이, 연간 항공기 이용승객 4백70만명 중 75%인 3백50만명과 항공화물 15만톤의 80%인 12만톤을 대한항공이 운송하고 있다. 또 부산 최대의 제조업체인 한진중공업이 있으며, 부산시내와 영도를 잇는 제2부산대교를 건설하고 있는 (주)한진 등 계열사들이 부상경제의 숨통역할을 맡고 있어 부산과는 뗄 수 없는 관계다. 한진그룹이 부산 전체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를 넘고 있으며, 육·해·공 종합물류그룹으로의 성장에 맞춰 조선, 철도차량, 플랜트, 물류기기제조, 항공기 제작 등으로 사업영역을 급속히 확장하고 있다. 또 항만하역과 화물운송 사업을 하고 있으며 고속버스 등 육상 여객수송의 상당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건설, 준설, 교량공사 시공은 물론 부산항의 체선·체화현상을 해소할 할 것으로 기대되는 가덕 신항만건설사업에도 12.5%의 지분을 참여하고 있다. 한진은 부산지역 최대 그룹, 대표적인 기업으로 확고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것이다. 부산에 남은 최대기업(제조업)은 매출 7천억원의 한진중공업(구 대한조선공사·1937년 설립)이다. 부산경제의 성장으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60∼70년대에는 이 곳의 근무복을 입고 나가면 왠만한 곳에서는 외상이 가능했다고 한다. 부산시민들은 지금도 가장 오래된 향토기업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한진중공업이 위치한 영도구는 고려시대에는 말을 기르던 곳으로 절영도라고 불렸다. 이 곳에서 기르는 말들이 하도 빨라 그림자가 따라오지 못할 정도라는데도 연유됐다고 한다. 이 절영도에 지난 37년 우리나라 최초로 근대화된 조선소가 들어선 것은 우연이 아니다. 대한조선공사 설립으로 비로서 우리나라는 목선시대에서 탈피, 강선을 건조할 수 있었다. 70년대초 현대중공업이 울산에 조선소를 세우기 전까지 한진중공업에서 만든 배는 우리나라를 대표했다. 바다위를 스치듯 시속 5백㎞로 날 수 있는 위그선(해면효과선) 분야에서 가장 앞서는 등 아직도 고속선분야에서는 정상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조선소에 조선공사 출신 없는 곳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우수 조선인력을 배출, 「조선사관학교」로도 불리고 있다. 절영도의 맥을 잇고 있는 것이다. 고속선 외에도 고도의 조선기술이 필요한 LNG(액화천연가스)선과 5천TEU급 컨테이너선 등 중대형 상선및 함정을 전문으로 건조하는 등 세계 일류조선소들과 어께를 나란히 하고 있다. 다대포제작소는 각종 객화차, 전동차및 고속전철 제작과 항만크레인, 제철, 환경플랜트, 자동창고 등 각종 물류기기 제작사업을 하고 있다. 이와함께 부산 가덕신항만 건설의 주체인 부산신항만주식회사의 설립에 참여하는 등 부산지역 최대업체로서 성장발전을 계속하고 있다. 외주인력을 포함해 5천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부산·경남에 있는 4백50여개 기자재업체와 거래를 하고 있으며 신항만 건설, 경전철 등 부산광역권 개발계획에 참여하는 등 부산지역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최근들어 향토기업으로서 뿌리내리기에 더욱 힘을 쏟고 있다. 올해 부산지역에서 가장 많은 대졸 신입사원(30여명)과 공고생 및 기능직(50여명) 사원을 선발할 계획이다. 특히 이 지역출신 인력에 대해서는 채용시 우대를 하는 등 향토기업으로서 책무를 다하고 있다. 또 지역에 봉사하고 주민과 함께 아픔을 같이하는 기업으로 성숙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 임직원이 불우이웃돕기 기금조성을 위해 1인 1구좌(월 1천원) 이상 갖기 운동을 실시해 지난 93년부터 불우시설, 소년소녀가장, 극빈영세민, 사내불우사원 등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는 7천여만원을 성금으로 내놨다. 기업체에서 세금을 줄이기 위해 거액을 희사하는 것과 차원이 다른 인간미가 배어있다. 이와함께 암벽등반 전문대원들의 모임인 「바구회」(바구는 바위의 경상도 사투리)는 매년 4∼6회 태종대 자살바위 등에서 해안절벽 청소 및 각종 환경보호운동에 참여,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한진은 부산경제 뿐 아니라 부산시민의 의식속에서도 대표기업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부산=채수종 기자> ◎한진그룹의 지방화 전략/수송인프라 확충 병원·학교 설립/항공노선도 신설 토착화 경영 추진 한진그룹은 국내 최대 육·해·공 수송물류 전문그룹으로서 지역간 균형발전을 통해 국민의 「삶의 질」을 끌어 올린다는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현재 인천, 부산, 제주 등 3개지역의 지방화 거점을 전국적으로 확산, 투자를 분산하고 있다. 미취항 지방도시간의 신규취항과 지방도시 출발 국제노선 개설, 지역별 수송물류센터 증설 등 지역간 교류활성화를 위한 수송인프라 확충에 역점을 두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부산에 본사가 위치하고 있으며 항공기, 조선, 철도차량, 플랜트, 물류기지 등 각종 수송 및 물류기재를 생산하고 있다. 국내 최대규모의 선단을 거느리고 있는 한진해운도 부산을 해상수송의 기점 정박항으로 운영하고 있다. 국내 항공수송망의 다변화를 기하고 있는 대한항공은 대구, 광주, 청주, 강릉 등 국내 주요지방도시간 항공노선을 신설해 나가고 있으며 지방도시출발 국제선을 개설함으로써 지방도시의 세계화와 선진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한진은 지역기업으로 뿌리를 내리기 위해 육영사업과 의료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인천지역의 대표적인 종합대학인 인하대학교와 항공인 육성 전문교육기관인 정석공고, 한국항공대학교 등에서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또 성남과 주변지역 주민을 진료하고 있는 성남인하병원과 인천지역의 최대 종합의료기관인 인하대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또 지역문화사업 및 장학사업을 확대하고 지방 자회사 설립 또는 지방우수업체의 계열화를 검토하는 등 지역밀착 경영을 추진하고 있다. 한진은 앞으로 더욱 효과적인 지방화전략을 추진하기 위해 각 계열사별로 지역특성에 맞는 사업을 자율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인터뷰/송영수 한진중공업 사장/협력업체 늘리고 향토대학·공고생 채용우대 지속… 시민과 함께하는 기업 최선 『한진중공업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조선소로 부산지역 최대 제조업체다. 향토기업으로서 천혜의 항구도시인 부산과 함께 성장한다는 자긍심을 갖고 있으며 부산시민과 함께 호흡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송영수 한진중공업사장은 『최근 부산에는 백화점, 호텔 등 소비성기업들은 늘어났지만 부산을 대표하던 신발산업이 완전히 사양화 됐으며 섬유, 철강 등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등 주력업종이 사라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송사장은 『한진중공업은 부산에 있는 유일한 대형조선소로서 지역사회에 뿌리를 깊숙히 내리려 한다』며 『기업들이 대도시를 떠나는 탈도시 바람이 불고 있지만 한진만은 부산을 떠 나지 않겠다』고 말했다. 송사장은 또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극복하기 위해 작은 본사, 현장중심의 본사체제가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한진중공업은 부산에 본사를 두고 있다』며 『지역경제와 더불어 발전하기 위해 앞으로 협력업체 수를 대폭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진중공업은 지역사회를 위해 고용문제와 사회복지, 지역장학금제도, 전사원 불우이웃돕기 등에도 남다른 열의를 갖고 있다. 송사장은 『극심한 취업난을 겪고 있는 지방대 출신들을 우대, 채용하고 있다』고 강조한다.그는 특히 『2년전부터 공고를 졸업한 여직원들을 뽑아 설계부문에 투입하고 있으며 올해는 30명을 선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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