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서 인정받는 유니콘 신생기업


샌프란시스코의 온라인 결제 서비스 벤처기업 스트라이프 Stripe는 애플, 페이스북, 세일즈포스 Salesforce, 소니 등 거물들이 지불파트너로 선택한 기업이다. 그러나 아직 경쟁기업인 페이팔 Paypal을 쓰러뜨릴 정도는 아니다. By Leena Rao

패트릭 콜리슨 Patrick Collison은 발신번호 확인 서비스를 이용해 모르는 번호의 전화를 받지 않는다. 텔레마케터이거나, 잘못된 번호임이 분명한 전화를 받는 건 시간 낭비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던 지난해 크리스마스 일주일 전의 일이었다. 고향인 아일랜드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던 콜리슨의 휴대폰 벨이 울렸다. 그는 문득 전화를 받아야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여보세요, 패트릭인가요?” 비음 섞인 남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마이클 린턴 Michael Lynton입니다.” 최근 포춘이 ‘ 세기의 해킹( Hack of the Century)’ 이라는 기사에서 다뤘듯이, 이 소니 엔터테인먼트 CEO는 논란의 중심이 된 영화 ‘ 더 인터뷰 The Interview’를 배포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 린턴은 이미 한 차례 해킹 공격대상이 됐던 소니를 보호하면서도 설치가 빠른 지불서비스 플랫폼을 갖추는 게 필요했다. 콜리슨은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지만 흔쾌히 돕기로 했다.

5년 차에 접어든 신생기업 스트라이프는 콜리슨과 그의 남동생 존 John이 공동운영하고 있다. 안정성을 좇는 일본 대기업 소니가 스트라이프를 선택한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이 기업은 페이스북, 핀터레스트 Pinterest, 트위터 같은 소위 잘나가는 동종업계 기업들과 지불 파트너십을 체결해왔다. 최근 어려움을 겪었다곤 하지만,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인 소니와 협업을 한다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는 건 스트라이프가 드디어 잠재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콜리슨 형제는 지난해 알리바바 Alibaba와 계약을 체결하고 현재 알리페이 Alipay를 지원하고 있다. 애플의 애플페이 Applepay,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American Express의 아멕스 익스프레스 체크아웃 Amex Express Checkout도 지원하고 있다.

콜리슨은 “알리페이와의 계약이나 트위터와의 파트너십을 원했지만 3년 전만 해도 이를 성사시키지 못했다. 그러나 마침내 이뤄냈다”고 말했다.

스트라이프 매력의 핵심은 단순하면서도 견고함을 자랑하는 기술이다. 대부분의 온라인 기업들이 지불결제에 사용하는 복잡한 시스템과는 차별화된다. 몇 개의 코드만 연결하면 되기 때문에 설치하는 데 몇 분 소요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웹 및 앱 기반의 판매기업들이 비트코인을 포함한 100개 이상의 통화를 결제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 비트코인 사용시 결제금액의 2.9%를 수수료로 떼고, 매결제 시 30센트를 추가로 받는다.

스트라이프의 기술은 사용이 쉽다는 점 덕분에 초기에 대규모 기업투자 유치를 성사시켰다. 세쿼이아 캐피털 Sequoia Capital의 파트너 마이클 모리츠 Michael Moritz와 페이팔의 CEO 피터 시엘 Peter Thiel이 큰 기대를 갖고 기업 활동 자금으로 2억 달러를 투자했다. 시엘은 “지불방식에 대해 2011년 패트릭 콜리슨과 이야기를 나눴을 때, 2004년 마크 저커버그 Mark Zuckerberg와 소셜 네트워킹에 대해 대화했을 때와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현재는 페이스북 CEO와 세일즈포스의 CEO 마크 베니오프 Marc Benioff 가 스트라이프에게 조언을 해주고 있다. 기업가치는 50억 달러에 달한다. 포춘의 유니콘 리스트 Unicorn List에 선정되기에 충분한 가치다.

‘ 차세대 페이팔’ 이 되기 위한 모든 준비가 완료됐지만, 스트라이프에겐 가장 중요한 관문이 남아있다. 450억 달러 규모의 경쟁사인 페이팔의 자회사 브레인트리 Braintree다. 이 기업은 우버 Uber와 에어비앤비 Airbnb 같은 소위 잘나가는 창업기업들과 대형 계약을 성사시키며 치열한 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 브레인트리는 2014년 230억달러 규모의 지불결제를 처리했다. 스트라이프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현재 비슷한 액수의 지불결제를 처리하고 있지만, (브레인트리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리콘밸리의 투자자이자 2014년 스트라이프를 지원했던 초기 페이팔 직원 키스 라보이스 Keith Rabois도 “스트라이프가 연간 수백억 달러의 결제를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해외에서 경쟁이 한창 진행 중이다. 올해 스트라이프는 홍콩, 일본, 뉴질랜드, 싱가포르 시장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그 후 인도와 중국 시장까지도 진출하게 될 것이다. 브레인트리는 이미 홍콩과 뉴질랜드에서 영업 중이다. 스트라이프는 국내를 넘어 빠른 속도로 해외시장을 개척해 플립카트 Flipkart나 스냅딜 Snapdeal처럼 급성장하는 10억 달러 규모 전자상거래 창업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 하고있다.

스트라이프는 인수기업들의 공격을 막아내야 하는 문제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신생기업의 모멘텀을 늦추고, 아이디어를 잠식할 수 있다. 회사 사정에 정통한 인사들은 페이팔이 2013년 스트라이프 인수를 시도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콜리슨 형제는 이를 거절했다. 페이스북 역시 지난 2년간 스트라이프를 인수하려 했지만, 콜리슨 형제는 저커버그에게도 페이팔에게 했던 똑같은 답변으로 일관했다(스트라이프는 이에 대한 코멘트를 거절했다).

패트릭과 존은 현재처럼 독립적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는 모습에 만족하고 있다. 존은 “페이팔은 우리에게 교훈을 주었다. 2002년 인수된 이후 그 어떤 혁신도 이뤄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유니콘 리스트: 신규 진입 기업 및 순위 상승 기업
23andMe 트웬티스리 앤드 미
미국 유전자 분석기업 23andMe는 타액샘플로 가계도를 추적해 놀라울 정도의 가족력 분석을 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기업이다. 이 기업은 최근 10억 달러의 가치평가를 통해 7,900만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다음은? 방대한 양의 DNA 데이터를 활용해 새 약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Palantir 팔란티어
비밀데이터 분석기업 팔란티어 Palantir 는 FBI와 CIA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이 회사는 200억 달러의 가치평가를 통해 5억 달러의 자금을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이 필요한 이유는? 은행, 보험, 에너지 및 소비재 부문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GrabTaxi 그랩택시
택시예약 서비스 사업이 돈이 될까? 싱가포르의 우버로 불리는 이 기업은 2억 달러를 유치했다. 기업가치는 15억 달러다. 이 분야의 경쟁은 이미 치열하다. 우버는 말할 것도 없고, 중국의 디디 콰이디 Didi Kuaidi 와 인도의 올라 Ola 등이 사업에 뛰어들 준비를 마쳤다. -Andrew Nus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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