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보잉­MD합병 승인 이후/비행기 수주전 2라운드

◎보잉사 절대우위 선점/구조조정 등 쇄신 추진/에어버스,추격 관심사유럽연합(EU)이 보잉과 맥도널 더글러스사의 합병을 잠정 승인한 23일 대서양편에 위치한 이해당사자들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우선 보잉과 클린턴행정부는 이번 결정에 대해 전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유럽측에선 EU 집행위가 승리를 거둔 것이라고 자처한데 반해 정작 세계 2위의 항공사인 에어버스사는 향후 진로에 대해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타결에 따른 양측의 손익계산이 확연히 다르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셈이다. 뉴욕증시에서도 맥도널과 보잉의 주식은 각각 6%, 4.8%씩 뛰어 올랐다. 보잉사의 리차드 아브리히트 부회장은 브뤼셀에서 『오늘은 매우 행복한 날』이라면서 기뻐한 반면 에어버스의 대변인은 미국측의 오만하고 대결적인 태도에 유감을 표시하면서 『앞으로 합병조건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지켜볼 것』이라며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어쨌든 매출액 4백80억달러(97 예상치), 종업원수 20만명의 세계 최대 항공사 탄생은 앞으로 에어버스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내면서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시장에서 양사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에어버스사에 대한 구조개혁 압력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비대한 기업구조를 재편하고 운영조직을 슬림화하고 생산성을 높이라는 주문이다. 에어버스는 항공기는 물론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연구개발분야에서도 버거운 경쟁자를 맞게됐기 때문이다. 독일·프랑스·영국·스페인 등 4개국 컨소시엄으로 설립된 에어버스는 사공이 많은데다 단일통화의 부재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실제로 에어버스는 99년까지 슈퍼점보항공기 개발에 필요한 자금 확보를 위해 민간경영방식을 채택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프랑스를 비롯한 일부 국가들의 반대로 벽에 부딪쳐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다 유럽의 비싼 인건비와 까다로운 노동법은 에어버스의 혁신작업이나 가격 인하를 통한 경쟁력 향상을 가로막고 있다. 보잉은 합병이후 상업항공기, 우주분야, 방위시스템 등 3개 부문으로 회사를 재편할 구상을 갖고 있다. 회사이름은 보잉이 그대로 유지된다. 또 향후 20년간 1조1천억달러에 이르는 대형항공기시장은 둘러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난해의 경우 보잉이 7백17대를 수주받았으며 에어버스는 그 절반인 3백50대를, 맥도널은 38대를 각각 수주했다. 에어버스는 최근 맥도널사의 부진을 틈타 해외시장에서 점유율을 30%까지 높여왔다. 지난달에는 노스웨스트항공으로부터 50대의 A319기종을 수주받는 등 미국시장에도 적극 진출, 보잉사를 위협해왔다. 보잉사가 합병조건으로 미국 항공사와의 독점공급 계약을 포기하겠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이에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미국항공사들은 23일 『양사의 합병이후에도 계약조건은 아무것도 달라진게 없다』면서 당분간 보잉사로부터 납품받을 의사를 분명히 했다. 두 대륙간의 「추악한 전쟁」으로까지 불리웠던 이번 협상은 일단락됐지만 정작 자존심을 건 싸움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정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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