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중구 다동에 자리잡은 한국관광공사 건물. 지난해 10명중 2명의 정든 동료가 직장을 떠나는 아픔을 겪었지만 침체된 분위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한번 잘 해보자」는 움직임으로 조직 전체가 활기에 가득차 있다.불과 1년전까지 존폐논란에 시달리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또 이제는 「관광공사는 없어도 되는 게 아니냐, 어차피 외국인 관광객도 올 사람은 오게 돼 있다」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은 없어졌다. 뿐아니라 「외국관광객 1명이 찾아오면 16메가 D램 반도체 730개를 수출한 효과가 있다」는 논문을 빈말로 여기는 사람도 없다. 불과 1년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우선 98년에는 사상최초로 외래관광객이 425만명을 넘어섰다. 90년대 들어 최고의 성장률이다(전년대비 8.8%). 전세계를 전염병처럼 휩쓴 경제위기로 국제관광 분위기가 위축되고 경쟁국인 홍콩·싱가포르·일본 등의 외래관광객이 감소한 사실을 고려하면 비약적인 성장이다.
관광수입도 11%가 증가, 57억달러를 기록했다. 여행수지 흑자규모는 37억달러. 91년 이후 8년만의 흑자로 전체 경상수지 흑자의 10%에 이른다. 한국이 외환위기를 벗어나는데 큰 공헌을 한 셈이다. 지난해 9월에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직접 CF에 출연해 한국관광을 홍보하기도 했다.
그 효과는 컸다. 이제 정부는 물론 국민도 『관광은 꼭 필요한 산업이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 연말에는 「국민의 정부」 5대 국정지표에 「문화관광의 진흥」이 들어가기도 했다. 이런 변화는 지난해 4월10일 「공기업 전문사장」이라는 별명이 따라다니는 홍두표(洪斗杓·64) 사장이 취임하면서부터 일어났다.
◇작지만 힘있는 조직으로 거듭나자
관광공사는 지난해 2차에 걸친 구조조정으로 종전 5본부, 17실·처, 22 해외지사에서 유사기능을 통폐합해 2본부 7실·처, 2해외지사를 없앴다. 이 과정에서 984명의 직원중 21%에 달하는 207명이 직장을 떠나야했다. 98년 기획예산위원회가 제시한 경영혁신 방침보다 10%를 초과달성한 수치였다. 더구나 정부의 계획과는 달리 제주 중문골프장과 경주보문골프장이 매각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부분에서 감원 목표를 채워야만 했다.
또 퇴직금·명예퇴직금·휴가일수를 줄이고 대학생 자녀에 대한 학자금 무상지원을 융자로 전환하는 등 각종 복리후생제도를 축소했다. 과단위의 업무분장을 폐지하고 팀제를 강화했으며, 경주보문단지 미분양토지를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했다.
이 과정은 관광공사 직원들에게 뼈를 깎아내는듯한 고통을 요구했다. 반발이 없을 리가 없었다. 회사에서 예정가를 공개하면서까지 제주 중문골프장을 매각하려 할때는 노조에서 며칠동안 북을 치고 징을 울리면서 임원실이 자리잡은 16층 복도로 몰려왔다. 조합원의 고용이 불안해지는 골프장 매각을 왜 그렇게 적극적으로 추진하느냐는 항의였다.
그러나 이런 직원들의 불만이 노사분쟁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洪사장의 경영 원칙과 명분이 확실했기 때문. 「공사개혁노사위원회」를 구성해 회사의 경영·현안 등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했다. 하위직·기능직에 칼날을 휘두르는 다른 기업과는 달리 상위직을 강도높게 감원한 것도 노조의 동의를 이끌어내는데 한몫을 했다.
경영혁신 노력은 올해에도 계속된다.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어 팔 수 없었던 제주중문골프장, 경주보문골프장, 주문진가족호텔, 경주보문상가 등 자산을 매각할 계획이며, 관광종사원 교육기능을 폐지하면서 서울·경주 교육원도 매각한다.
◇코피가 나도록 일하자
『관광공사의 주기능은 관광객유치를 통한 달러벌이이다』
『관광산업을 이끌수 있도록 코피가 나도록 일하자』
洪사장이 임직원에게 자주 강조했던 말이다. 98년 관광공사는 국민경제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을 내놓았다. 먼저 원화가치 하락의 이점을 100% 활용해 해외마케팅을 강화하고 해외에 관광객 유치단을 보냈다. 金대통령이 출연한 「웰컴 투 코리아」 CF를 제작해 「한국이 여행하기에 안전하고 편안한 나라」 임을 공격적으로 홍보했다.
도라전망대 등 안보관광상품, 신촌 아현동의 관광코스화 등 새로운 상품을 개발했고 외국인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친절한 손님맞이 캠페인, 공중화장개선 캠페인 등을 벌였다. 중저가 호텔예약제, 전국관광안내 체계구축, 「1지역 1명소 1명품」 사업을 통한 지자체의 관광상품 발굴 등도 대단한 호응을 얻었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정부에서도 부가세 영세율 적용, 호텔 전기세 산업요율 적용과 같은 지원책을 내놓기도 했다.
◇99년 10대 기획사업 추진
2000년 ASEM 총회, 2001년 한국방문의 해, 2002년 월드컵대회 등 3대 국제행사를 앞두고 있지만 올해는 대형 이벤트가 없다. 자칫 잘못하면 특색이 없는 애매모호한 해가 되기 십상이다. 올해 외래관광객 유치 460만명, 관광흑자 40억달러 달성도 결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따라 관광공사는 대대적인 이벤트가 필요하다고 판단, 10대 기획사업을 내놓았다.
우선 3·4회에 걸쳐 실시되는 「코리아 그랜드 세일」은 전국의 재래시장, 백화점, 면세점, 기념품점, 호텔 등에서 외래관광객들에게 할인을 해주는 프로그램. 벌써부터 전국의 관광지에서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또 6·9월을 「한-중 우호의 달」로 지정해 골프대회, 전통민속 합동공연 등 문화이벤트를 개최한다.
이밖에 원스톱서비스 안내·예약시스템 도입, 공중화장실 베스트 5·워스트 5 선정, 금강산유람선에서 결혼식행사,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벽을 넘어서」 대축제, 한~중~일을 연결하는 동북아 크루저 개발, 남해안 해상관광벨트 개발 등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들이다.【최형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