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를 개혁하려 해도 정부부처간 손발이 맞지 않아 핵심정책이 표류하는 바람에 엉뚱하게 이를 건의한 업체와 소비자에게 불똥이 튀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재정경제부는 지난 9월16일 자동차세금 종류가 너무 많다는 자동차업계의 건의를 부분적으로 수용해 99년부터 취득세, 농특세, 등록세, 교육세를 폐지해 수요를 촉발시키기로 하고 이를 입법예고했다. 입법예고된 법률은 국회를 통과하면 곧바로 시행에 들어간다. 하지만 농림부와 교육부가 반발하는 바람에 조정작업이 지연되고 있어 자동차업계를 불안하게하고 있다.
정부가 부처간 정책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호랑이를 그리려다 고양이를 그리고만 사례」를 수없이 목격해왔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7월10일 특소세 30% 인하조치를 내렸으나 곧바로 휘발유 교통세 를 인상함으로써 업계의 기대를 반감시키고 말았다. 올들어 5차례에 걸쳐 주행세개념의 세제개편에 주력한 나머지 기름값만 대폭 올리고 만 것이다.
효과가 미지수인 세율인하 정책을 남발하는 바람에 소비자들이 구매시기를 자꾸 미루는 상황도 만들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과감한 정책이 아쉽다』며 『한·미 협상 결과로 내년부터 세금을 내리기로 하자 간신히 살아나던 소비가 또 다시 경색됐다』며 세심하고 결단력있는 정부정책을 주문했다.
정부가 자동차업계의 의견을 과감하게 수용, 1가구 2차량 중과세를 폐지키로 한 것도 엉뚱하게 소비자만 골탕먹고 있다. 일부 지자체들이 중과세를 곧바로 폐지한 반면 일부 지역은 『법이 아직 시행전』이라며 늑장을 부리는 통에 소비자들이 중과세를 피해 다른 지역에 가서 차량등록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이다. 예를들어 서울에 사는 고객이 차를 사서 경기도에서 등록하는 불편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 제도는 지난 5월25일 규제개혁위원회가 폐지를 결정, 입법예고된 상태로 국회동의를 거쳐 99년부터 실행에 들어간다. 하지만 자동차업계의 『시도 조례라도 개정해 빨리 실행해 달라』는 요구를 행정자치부가 수용함으로써 강원도와 전북, 경기, 충북 등 10개지역에서 조례를 바꿔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과 부산, 인천, 전남 등 6개 광역자치단체는 예산부족을 내세우며 실행을 늦추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행정자치부의 명확한 정책의지만 있었으면 얼마든지 피할 수 있었던 일』이라며 아쉬워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서 자동차업체들은 내수가 52%나 감소해 가동률이 40%에도 미치지 못해 생산설비의 60%를 놀리고 있는 상황이다. 자동차가 맥을 못추다보니 철강, 플라스틱, 전자, 금융, 보험 정비 등 전후방 연관산업도 약화돼 이 부문에서만 약 15만명의 잉여인력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