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의 GOLF 엿보기] 김미현의 10번 아이언은 '인터넷'

그녀가 미국생활을 하면서 가장 먼저 장만한 것은 소형 디지털 캠코더.이 캠코더는 연습실 타석 맞은 편에 고정설치돼 스윙연습 장면을 찍어댄다. 훈련이 끝나면 스윙장면이 담진 테이프는 동화상 파일로 전환된뒤 고국 호주에 있는 스승에게 전송된다. 잠시뒤 호주에서는 하반신이 마비된 초로의 스승이 휠체어에 앉아 제자가 보내온 스윙연습 파일을 체크해 E-메일로 스탠스와 스윙 폼에 대한 지적을 보내준다. 마치 SF영화, 또는 먼 미래에나 있을 것같은 이 장면은 지금 실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이 인터넷 레슨의 주인공은 95년 호주에서 미국으로 건너와 팔목이 부러진 상태에서 LPGA 프로테스트를 통과한뒤 데뷔 첫해 신인왕을 차지했고 현재는 아니카 소렌스탐과 세계 여자골프의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는 캐리 웹이다. 웹은 PC라는 문명의 이기와 「네트워크의 힘」덕분에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8살때부터 평생 스승으로 모시고 있는 캘빈 홀러」로부터 스윙교정을 받으며 원정경기에 참가하고 있는 것이다. 시·공간적인 차이는 물론 불의의 사고로 인한 코치의 하반신 마비도 사제간의 원거리 통신교육에 큰 장애가 되지 않는 것이다. 최근 한별텔레콤은 김미현선수에게 인터넷 셋톱박스를 선물했다. TV로 인터넷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이 기기로 김미현선수는 외로운 이국생활에 힘을 주는 펜레터도 받을 수 있게 됐고 스폰서나 매니지먼트사와 실시간 온라인 대화까지 나눌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관련 사이트서핑을 통해 다음경기가 열리는 지역의 날씨등 현지 정보를 얻기도 하고 경기장 코스도를 보며 미리 마인드 컨트롤을 할 수도있으니 캐리 웹만큼은 아니더라도 인터넷을 경기력에 활용할수 있게 된 셈이다. 불과 1~2년전만 해도 노트북을 들고다니는 축구 대표팀 감독이 큰 화제가 되었는데 이제 컴퓨터는 단순한 자료정리의 도구가 아니라 경기력을 높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는 또 하나의 무기가 되고 있다. 아마추어 골퍼들도 남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컴퓨터를 이용해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가 참가하는 대회코스를 한번 둘러보고, 이번 주말 라운드때는 날씨가 어떨지, 그에 맞는 옷차림은 어떤 것일지도 한번씩 체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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