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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의정부 아파트 화재사고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것을 놓고 딜레마에 휩싸일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 인명 및 재산 피해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재난안전의 수장인 국민안전처 장관이 사고 현장을 방문하지 않았다. 이는 정부 입장에서는 '재난'보다는 '사고'로 바라보는 시각이 크다는 뜻으로 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12일 국민안전처와 의정부시 등에 따르면 의정부시는 대형 화재가 발생한 의정부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줄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응급 대책과 재난 구호, 화재 복구에 필요한 행정 지원과 특별 예산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재난지역 선포는 총리가 하도록 돼 있지만 사실상 국민안전처 산하의 중앙안전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만 돼 안전처가 결정권을 쥐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지난 10일 화재 발생 이후 박인용 안전처 장관이 별도로 현장을 방문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안전처는 사고 당일 중앙소방본부장(차관급)을 현장에 내보냈을 뿐이다. 사실상 지난해 11월 안전처 출범 이후 단일 사고로는 가장 많은 피해자가 발생했지만 재난보다는 '사고'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의정부시와 소방 당국 위주의 사고 수습이 이뤄졌다. 의정부시는 이번 화재피해액이 9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우선 피해를 본 가구에 1인당 63만8,000원씩 긴급 생계비를 지원하기로 하고 피해자 생활 실태와 소득 수준 등을 전수조사해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화재 사고의 한 피해자는 "많은 이재민이 발생했지만 안전처 장관이 얼굴을 내보이지 않는 것을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안전처 관계자는 "사고 당일은 차관급이 현장을 방문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돼 소방본부장이 현장을 방문했다"며 "이튿날의 경우도 부산에서 오룡호 사고에 투입됐던 함정이 복귀해 이와 관련한 행사 참석차 현장에 가지 못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