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 안정기금으로 채권매수에 숨통이 트일 것이고 이에따라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던 채권금리도 한풀 꺽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대우채 편입 공사채 수익증권의 주식형 전환이 허용됨에 따라 대우채권 손실을 주식편입으로 줄일 수 있어 고객들의 환매 요구도 상당부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채권시장 안정과 함께 환매요구가 줄어들면서 유동성 위기에서 한숨 돌린 투신권이 주식시장 매수세력으로 등장할 것이란 기대감으로 주식시장도 분위기가 호전될 것이라는 조심스런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번 대책의 핵심인 채권시장 안정기금을 조성하는데 시일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고 누가 기금의 주체가 돼 어떤 운용원칙이 정해질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채권시장이 여전히 불안한 장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적지않다. 주식시장도 며칠 정부정책 기대감에 안정된 모습을 보이겠지만 만약대책의 구체적인 윤곽과 일정이 잡히지 않고 지지부진할 경우 다시 불안한 조정장세를 이어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신흥증권 리서치센터의 정병선(鄭秉善)이사는『이번 대책으로 투자심리가 일시 회복되긴 하겠지만 채권시가평가를 내년 7월 이후로 연기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과는 거리가 있기때문에 주식시장이 다시 조정국면으로 접어들 수도 있다 』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자금여유가 있는 은행과 보험사가 채권안정기금을 부담하는 것으로 돼있어 은행, 보험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대우여신으로 이미 상당부분 부실을 떠안고 있는 은행이 출연한 채권안정기금에 부실채권이 편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때문이다.
대우증권 투자정보팀은 『이번 대책으로 당분간 주식시장이 안정세를 찾을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기 때문에 대세상승 추세로의 반전이나 큰폭 상승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890~970포인트대의 박스권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채권시장도 당장 외견상 안정을 찾을 수는 있겠지만 매수세가 취약한 불안한 시장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채권시장 안정기금이 투신권의 매물채권을 싼 값에만 매수하려고 나서면 매매자체가 체결되기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투신 채권부는『정부의 금융대책 문구를 보면 채권시장 안정기금이「상업적」으로 운용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며『국공채 등 우량채권 보유량이 소진되가는 상황에서 투신권이 내놓는 일반 회사채를 사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주말인 18일 채권시장은 기관들이 관망세를 보이는 가운데 지난 5월에 발행된 국고채만이 9.70%에 거래됐다. 3년 만기 회사채 수익률은 보합인 10.82%를 보였다. 이번주 연중 최고치 경신이 멈출 수는 있겠지만 여전히 불안심리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금리가 하락세로 반전하기에는 힘이 부칠 것으로 전망됐다.
기금조성으로 채권 수요기반은 다소 확충될 것으로 보여 금리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기금조성의 주체와 규모, 시기 등이 불명확하기 때문에 아직 시장참가자들은 불안한 상태라고 말했다.
채권시장이 매수자 위주의 철저한 바이어마켓인 상황에서 채권시장 안정기금이 싼값에 다소 등급이 떨어지는 투신보유채권을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투신이 원하는대로 사주겠느냐는게 시장관계자들의 반응이다. 한국투신의 한관계자는『채권수요확대방안으로 기대해왔던 무기명 장기채 도입이 이번 대책에 빠져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이번 안정대책으로 투신권의 환매속도가 얼마나 줄어드느냐에 따라 증시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환매사태를 근본적으로 치유하기 위해선 대우채권에 대한 당사자간 손실분담을 명확히 하고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이번 대책은 공적자금 투입의 명분을 쌓기 위한 수순으로 보여진다』며『주식시장에 정부의 투신권 환매대책에 대한 신뢰만 쌓이면 상승세의 모멘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실적 개선, 엔고 등 펀드멘털이 좋은 상황에서 공사채형 펀드 환매진정으로 투신권의 주식매수여력이 생기면 언제든 주가는 상승세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18일 제일은행의 매각협상 타결도 미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의 국가신용등급 상향 가능성을 높여 외국인의 매도규모도 대폭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이번 정부대책에 대한 투자자 등 시장의 신뢰가 얼마나 뒷받침되느냐 이다.
이병관 기자COME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