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9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HDC신라면세점 공동대표인 양창훈 아이파크몰 사장과 한인규 호텔신라 부사장과 함께 중국 현지 여행사와 국가여유국, 외교부 등을 직접 찾았다. 급감하는 유커의 한국 방문을 늘려줄 것을 당부하기 위해서다. 메르스 사태로 성수기인 7~8월 중국 관광객의 예약률이 지난해보다 80%나 급감하는 등 국내 관광 업계가 고사위기에 처하자 이 사장의 고심이 컸던 탓이다.
이 사장은 중국 최대 여행사인 CTS(중국여행사)의 쉐샤오강 총재를 만나 "최근 한국에서 메르스 확진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등 상황이 진정되고 있다"며 "여름 휴가객이 많은 7∼8월 다양한 한국 여행 상품을 개발해 중국 관광객이 다시 한국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달라"며 한껏 몸을 낮췄다. 이에 감화한 쉐 총재는 "한국에서 쇼핑·문화·관광을 함께할 수 있는 맞춤형 관광상품을 개발해 한국 관광의 매력도를 높이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화답했다.
최근 호텔신라 사상 초유의 위기인 메르스 사태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이 사장의 광폭 행보가 드러나며 그의 역동적인 현장 리더십이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그는 주요 사안이 있을 때마다 명쾌한 상황 판단과 결단력 있는 의사결정을 통해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현장을 진두지휘하며 주도면밀함을 과시, 부친 이건희 회장의 공백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 사장은 지난달 17일 밤 제주 신라호텔 투숙객 중 메르스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을 접한 후 다음날 바로 현장으로 달려가 하루 3억원가량의 손실을 감수하면서 즉시 영업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둬 '리틀 이건희'의 면모를 보여줬다.
메르스 사태처럼 이 사장은 언제나 현장에 있었다. 그의 남다른 현장 리더십은 평소 자녀들에게 '현장에 답이 있다'는 경영 철학을 강조한 부친의 행보와 닮았다.
이 사장은 서울시내 면세점 유치를 위해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예상하지 못한 합종연횡으로 '삼성과 현대 오너가의 만남'이라는 역사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롯데면세점과 함께 독점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약점을 한순간에 털어버린 '신의 한 수'였다. 그는 7월 예정된 시내 면세점 공개 프레젠테이션도 할 수만 있다면 직접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서 맞서 스스로 해결하려는 책임 의식과 실무진 못지않은 전문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10년 루이비통의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유치와 2월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점 입점을 위해 이 사장이 현장에서 진두지휘한 예와 일맥상통한다.
여기에다 이 사장은 로열패밀리, 특급호텔 사장의 '럭셔리' 이미지를 내려놓고 평소 현장 직원과의 스킨십을 중시하는 소탈한 성격의 소유자로 통한다. 이 사장은 삼합집, 정육점 고깃집, 삼겹살집 등 대중음식점을 가리지 않고 직원들과 회식을 즐기며 여직원들과는 2차까지 가서 독주로 취할 만큼 가감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전언이다. 섬세한 감성과 부드러운 소통 능력으로 직원들과 가족처럼 섞여 울고 웃는, 재벌가 오너로서 흔치 않는 모습에서 부드러운 현장 리더십이 발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재벌가답지 않은 겸손함도 강점이다. 이 사장은 직원들을 배려하고 존칭하며 깍듯한 인사로 자신을 낮추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 측근은 "직원들이 오면 일어나서 인사하고 상석을 택하지 않고 마주 보고 앉아 대화를 경청한다"고 귀띔했다.
/베이징=김현수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