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일 북한이 9·19 공동성명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긴장을 고조시키는 어떠한 행동에도 반대한다"는 공동입장을 밝혔다. 중국의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행사를 위해 중국을 방문 중인 박 대통령이 이날 베이징에서 열린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의견일치를 본 내용이다. 이는 북한의 미사일과 핵실험 등을 통한 추가 도발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양 정상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입장은 북한의 지뢰·포격 도발과 8·25 남북합의에 이르는 최근 사태에서 도발 억제자 역할을 담당한 중국이 앞으로도 계속해 한반도 정세 안정에 나서겠다는 점을 공식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반도 비핵화 등에 대한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더 나간 중국의 정책변화는 북한의 도발 위협을 감소시키는 데도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국의 이 같은 합의가 통일 등 남북 문제를 풀어가는 데 중요한 촉매제가 되기를 바란다.
남북 대치상태에 있는 우리에게 북한의 도발 위협은 피해갈 수 없는 부담이다. 북한은 이날도 국방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8·25 남북합의에서 나온 '유감' 표명에 대해 "그렇게 당해서 안 됐다"는 의미일 뿐 사과가 아니라는 식으로 남북합의를 정면 부인하고 나섰다. 또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이 진행된 지난달 22일부터 24일까지 무인기를 여러 차례 군사분계선을 넘어 철책경계 부대인 일반전초(GOP) 상공까지 비행시킨 도발을 감행했던 것이 이날 확인됐다.
물론 양국 정상의 이날 협의에 대해 다른 시각도 있다. 총론적 차원에서 의견접근을 보인 데 비해 구체적 결과물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북한의 도발 위협과 핵·미사일 문제는 한국뿐 아니라 중국의 안보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중국 정부는 앞으로 보다 구체적인 대북 억제장치들을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 신뢰 구축에는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