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렉시트 수면 아래로

그리스 '860억유로 3차 구제금융' 잠정 타결
기초재정수지 목표치 구체화… 복지개편 등 사전조치도 타협
시리자당 잠정안 지지가 관건


그리스가 국제채권단으로부터 모두 860억유로(약 109조8,000억원)에 달하는 3차 구제금융 지원에 대한 큰 틀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에 따라 그리스는 오는 20일 대규모 부채 만기도래를 기점으로 우려됐던 전면적 국가부도 사태를 피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그리스가 빚을 갚지 못하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을 탈퇴하는 이른바 '그렉시트(Grexit)' 리스크는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됐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그리스 재정당국자는 채권단과 약 18시간의 밤샘 협상 끝에 이날 취재진에게 "채권단과 합의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양측은 구제금융의 최대 선결조건인 3년간의 재정건전화 달성 목표에 대해서도 합의를 도출했다. 이는 그리스가 올해 재정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0.25% 이내로 억제하고 내년부터 흑자로 전환시키는 내용이다. 흑자규모 목표치는 2016년 GDP 대비 0.5%이며 2017년 1.17%, 2018년 3.5%다. 그리스 정부 관계자는 "기초재정수지 목표에 대해 채권단과 합의를 완료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목표치는 그리스가 대폭 양보한 결과로 보인다. 당초 그리스 정부는 재정긴축에 반대하는 자국 정치권과 국민들의 반발을 의식해 미래의 기초재정수지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는 쪽으로 채권단 측을 설득해왔는데 이번 잠정합의에서는 목표치가 구체적으로 제시됐기 때문이다.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그리스가 먼저 이행해야 하는 '사전조치'에도 양측은 대부분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합의된 주요 사전조치는 35건으로 해운업체의 톤세제도 개정, 일반의약품 약가 인하, 사회복지 체계 개편, 금융범죄조사단 기능 강화, 조기퇴직 단계적 폐지, 도서지역 세제혜택 폐지, 에너지시장 규제 완화, 국유재산 매각 이행 등이 포함됐다고 그리스 일간지 카티메리니는 보도했다.

다만 이번 합의는 최종 합의에 이르기 위해 큰 틀의 원칙을 정하는 잠정합의로 추정된다. 그리스 대변인인 테오도로스 미호풀로스도 "(아직 추가로 논의할) 몇 가지 세부사항이 남아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채권단이 이번 협상의 잠정타결을 공식 선언할 경우 잠정안은 추후 채무국 및 채권국 각국의 승인절차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르면 14일 유로존 재무장관들의 협의체인 유로그룹 회의를 열어 이번 잠정안을 논의한 뒤 다음주부터 주요 채권국이 의회 보고 혹은 승인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대 채권국이자 최대 강경파인 독일 의회가 이르면 18~20일께 열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리스 정부 역시 이르면 13일 자국 의회에서 승인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현지 집권 급진좌파 정당인 시리자의 지지를 얼마나 얻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그리스 정부가 수용한 경제개혁안은 국가재정 긴축 등을 골자로 해 가뜩이나 침체된 자국 경기를 더둑 위축시킬 수 있다는 비판을 자국 의회로부터 받아왔다. WSJ는 앞서 지난 10일 그리스 정부 당국자의 발언을 인용해 이번 3차 구제금융의 조건인 경제개혁안을 그리스가 단행할 경우 국내총생산(GDP)이 올해 2.1%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다만 이 전망은 최종 협상과정에서 일부 조율됐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3차 구제금융에 국제통화기금(IMF)이 참여하기로 했는지와 유럽 채권단이 그리스에 대한 채무 탕감이나 경감을 어느 정도 해주기로 했는지도 미지수다. 당초 IMF 이사회는 그리스의 빚이 위험 수준에 이르러 추가로 구제금융에 동참하기 어렵다며 유럽 채권단 측에 채무 탕감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해왔다. 반면 독일은 IMF가 동참해야 구제금융을 승인할 수 있다고 강변했다.

한편 그리스는 지난달 27일부터 아테네에서 국제채권단과 3차 구제금융협상을 벌여왔다. 그리스는 20일까지 ECB에 32억유로(약 4조873억원)의 부채를 상환해야 하는 등 9월 중순까지 80억유로가 넘는 부채 만기상환 기일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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