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2기 행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중동 문제에 발목을 잡혔다.
신임 국무장관 취임 당일에 터키 미 대사관에서 자살 폭파 테러가 발생하고 이란발 위협이 고조되는 등 중동 리스크가 갈수록 커져가는 가운데 '안보 관념'에 대한 우려로 국방장관 지명자의 인준도 제동이 걸려 2기 오바마 정부의 출발을 힘겹게 만들고 있다.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터키의 불법 좌파세력인 혁명민족해방전선(DHKP-C)이 전날 터키의 수도 앙카라에 있는 미국 대사관 입구에서 발생한 자살 폭탄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시인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전사 알리산 산리가 지난 1일 세계인들의 학살자인 미국의 대사관 입구에서 자신을 희생하는 행동을 완수했다"고 주장했다.
이슬람 과격단체 모니터 기관인 'SITE인텔리전스그룹'의 홈페이지에 게재된 성명서에서 이들은 미국의 이슬람 정책에 협조해온 터키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고 시리아 정권에 맞서 반군 세력을 지원해온 미국과 터키 양국에 대한 비난 강도를 높였다. 미국의 국제외교 전반을 담당하는 국무장관의 교체 당일 발생한 이번 테러로 폭파범 및 대사관 경비 1명이 숨지고 터키 기자 1명 등 3명이 부상했다.
NYT는 워싱턴의 극동아시아 외교정책 연구그룹인 WI에서 나온 최근 보고서를 인용해 "미국의 시리아 반군 지원이 터키 내 과격 무장단체들의 규합을 촉발하고 있다"며 "현지의 정치상황이 1970년대 좌파 폭력운동의 성향을 간직하고 있으며 초국가적인 반미 감정이 촉발돼 있다"고 평했다.
이란발 위기도 고조되고 있다. 임기를 마치고 떠나는 리언 패네타 전 미 국방장관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가진 단독 퇴임 인터뷰에서 이란발 신규 위협이 미국의 최대 국가안보 위협 요소라고 지적했다. 패네타 전 장관은 "이란의 불법무기 수출이 단계적 확대 상태로 위험가중요소가 되고 있다"며 "현재는 (이란이 새 무기보급에 나선) 첫 단계 중 하나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패네타 장관에 따르면 이란의 준국가 조직이 군사 동맹국들을 상대로 휴대용 대공미사일(manpads)의 불법 밀수를 확대, 서방 각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 무기는 한 개인이 휴대용으로 소지할 수 있지만 군사용 헬리콥터와 제트기는 물론 민간 항공기까지 격추시킬 수 있는 화력을 자랑한다. WSJ는 미국 정보기관의 발언을 인용해 "(이 무기가) 이란 테헤란 소재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로부터 공급된다는 증거가 있다"고 보도했다.
들끓는 중동 문제는 공화당 출신인 신임 국방장관 지명자마저 소속 공화당 상원 의원들의 '자질 공세'에 시달리게 만들고 있다.
미 2기 행정부의 안보 수장으로 발탁된 공화당 출신의 척 헤이글 전 상원의원은 지난달 31일 열린 상원 군사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존 매케인, 제임스 인호프 등 동료 공화당 상원의원들의 맹공을 받았다. 민주당 정책에 대한 지지로 종종 '공화당의 이단자'로 불려온 그는 이번 청문회에서 이라크전에 대한 시각이 분명하지 않고 안보 관념이 약하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미 상원의원이 한 명이라도 각료 인준에 반대, '유보(hold)' 조처에 나서면 대통령도 임명을 강행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인준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마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