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산업이 21세기 이끈다

경제전문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디지털로 대표되는 신경제의 메커니즘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최초의 디지털 스타인 라라 크로포트가 돈을 벌어들이는 과정을 이해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라라가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수익을 올리는 법을 이해하면 21세기 경제의 움직임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주장.신경제는 전통적인 제조업과는 달리 부가가치를 무한 창출하는 디지털산업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또 규모의 경제원리보다는 시장을 선점한 자가 산업전반을 제압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게임산업은 개발 뒤 무한 복제가 가능한 제품판매로 올리는 수익 외에도 캐릭터를 활용한 갖가지 부대사업을 통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90년대 중반 개발된 툼 레이더에 등장하는 16세 소녀 라라는 단순 게임 캐릭터에 그치지 않는다. 그녀는 초콜릿, 인형, 만화책뿐 아니라 파라마운트에서 제작하는 영화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1년에 라라가 벌어들이는 캐릭터 저작권료만 160만달러에 달한다. 라라의 인기에 힘입어 제작사인 에이도스의 주가는 지난 97년 주당 8달러에서 최근에는 80달러까지 치솟았다. 불과 2년도 채 되지 않아 주가 상승률이 1,000%에 이르는 것. 에이도스의 마이크 맥가비 사장은 『라라는 헐리우드나 팝음악계 스타와 달리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하는 매니저가 없어 우리가 원하는 대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며 그녀가 벌어주는 돈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확신했다. 세계적 투자은행인 메릴 린치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세계적으로 100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게임산업은 3년안에 영화, 음반, 출판 등을 제치고 연간매출 150억달러의 최대 오락산업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라라의 성공은 디지털경제의 기업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게임제작사들은 기획단계부터 치밀한 마케팅 계획을 세우고 돈벌이가 될만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 라라는 또 거대한 자금이나 의욕만으로 업계 선두자리를 차지하는게 어려운 디지털경제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막대한 자본을 지닌 월트 디즈니나 루퍼트 머독의 뉴스 코퍼레이션 등 오락산업의 강자들이 게임시장에 뛰어든다고 해도 라라를 대체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다. 게이머들은 전혀 새로운 게임보다는 익숙한 게임의 다음 버전을 훨씬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호정기자GADGET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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