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종금은 무분별하게 자금을 운용한 결과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후 방만한 여신에 발목을 잡히면서 나락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건설업체에는 담보가치보다 2배 이상 많은 돈을 꿔주었다가 부도를 맞아 큰 피해를 입었다.5일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대한종금의 여신 3조원 가운데 워크아웃과 화의를 제외한 단기 회수가능 여신은 1,70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 가운데 대부분이 부도 건설사에 집중돼 있는데다 담보가치가 절반도 안돼 회수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예금보험공사는 대한종금 영업정지 이후 이 회사 고객들에게 예금 3조원을 대지급한 최대 채권자이다. 예금공사 관계자는 『대한종금 채권 회수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워낙 여건이 좋지 않아 얼마나 거둬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건설업체에 돈을 많이 꿔준 것은 대한종금의 모기업이 건설업종(성원건설)이다보니 오너간의 친분에 따라 대출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대한종금 여신에 대한 회수가 줄어들수록 공적자금 손실은 늘어나 국민부담이 커진다.
대한종금 청산작업반은 일부 부도건설업체가 중단한 아파트의 시공권을 굴지의 건설업체에 넘겨 분양 이후 수익을 나누는 형식으로 채권을 회수하기로 했다.
아울러 대한종금의 여신 가운데 2조원 이상이 성원·신동방 등 화의기업에 집중된 경로를 파악, 불법행위가 드러나면 관계당국에 고발하기로 했다. 청산작업반 관계자는 『성원그룹이 여신한도 적용을 피하기 위해 다른 금융계열사를 동원해 대한종금에서 돈을 빌린 뒤 이를 모기업에 꿔주는 식의 우회대출을 한 흔적이 발견돼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한상복기자SBHA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