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넥슨과 경영권 분쟁 맞서 넷마블과 동맹] 김택진 "심장을 맞바꾼 제휴"… 넥슨 따돌리고 마이웨이

金, 우호지분 19%로 늘게돼 15% 보유한 넥슨 보다 우위에
온라인·모바일강자 결합… 게임시장 지각변동 예고
글로벌 진출 시너지 효과도

김택진(왼쪽) 엔씨소프트 대표와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이 17일 열린 공동사업 및 전략적 제휴식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17일 간담회에서 넷마블과의 제휴에 대해 "(경영권 분쟁 중인 넥슨과) 관계없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의 가장 중요한 심장을 교환하는 제휴가 가능 하려면 상호 투자를 통해서 함께 가는 모습을 만드는 것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업계에서 분석하는 시각은 다르다. 넥슨은 현재 엔씨의 1대 주주다. 그런데 엔씨가 넷마블과 제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넥슨을 아예 배제했다. 한마디로 이번 제휴는 김 대표가 넥슨과의 협업을 거부하고 넷마블을 백기사로 두면서 독자 노선을 걷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에 대한 넥슨의 행보 역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넷마블과 혈맹 맺은 엔씨=엔씨와 넷마블 간의 주식 스와프를 통한 제휴는 여러 면에서 의미가 크다.

우선 엔씨와 넥슨과의 경영권 분쟁에 맞서 넷마블과 '동맹'을 선언한 것이 하나다. 넷마블의 주주 중 한 명은 중국의 텐센트. 결국 중국 거대 인터넷 기업 텐센트도 동의한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삼각동맹이 완성된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이번 혈맹으로 지분 구조에서도 엔씨는 우위를 점하게 됐다. 엔씨가 의결권 없는 자사주를 넷마블 지분과 맞바꾼 데 따른 것이다. 엔씨는 기존 김 대표 보유 지분 9.98%에 의결권을 갖춘 우호지분(넷마블게임즈) 8.93%를 더해 총 18.91%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이 경우 15.08%를 보유한 최대주주 넥슨보다 우위를 점하게 된다. 엔씨는 넥슨의 경영 참여 우려를 말끔히 종식시킬 수 있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이 "엔씨의 주주가 된 만큼 (엔씨의) 사업전략 등 경영 사항을 들여다보고 조언하거나 이견이 있을 때는 의견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우회적으로 엔씨의 백기사임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 온라인 1위와 모바일 1위 결합 시너지는=이번 '빅딜'은 경영권 분쟁을 떼놓고 봐도 충분히 큰 의미를 지닌다. 온라인 1위 엔씨와 모바일 1위 넷마블이 손을 합쳤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국내 게임 시장에 지각변동을 몰고 올 요인이다.

엔씨의 경우 온라인에서 1위 지만 모바일에서는 초라하다. 넷마블과 손잡을 경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넷마블 역시 엔씨와 힘을 합하면 현재 추진 중인 독자 플랫폼 구축에서 큰 성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넷마블 입장에서는 엔씨와 협력함으로써 모바일에서 치고 올라오는 넥슨을 견제할 수 있다는 분석도 깔려 있다.

김 대표와 방 의장은 서로 다른 학력과 경력을 소유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들 간의 결합은 글로벌 진출, 경영권 방어 등 여러 면에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 대표는 "글로벌에서 봤을 때 우리는 작은 회사인데 어떻게든 경쟁 상황에서 살아남고 국내 게임 산업에 보탬이 되고자 하기 위해서 협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방 의장도 "지금 외국산 게임이 한국 온라인시장을 점령하고 있다"며 "6개월만 지나면 모바일 시장도 온라인 시장처럼 글로벌 회사가 국내 산업을 차지할 것"이라며 합작 배경을 설명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