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라인에서 급격히 확산하고 있는 가상화폐가 조세회피의 수단으로 악용되면서 미국 세무당국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이른바 ‘조세회피처’로 통하는 외국 소재 은행계좌 추적을 통해 탈세를 적발하던 것에서 나아가 온라인까지 조사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세계 네티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대표적 가상화폐로는 ‘비트코인’(Bitcoin)과 그 복제품인 ‘라이트코인’(Litecoin)이 있다. 비트코인은 지난 2009년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가명으로 알려진 프로그래머가 개발한 것으로, 최근들어 거래가 활성화하면서 올 초 1개당 13달러였던 것이 지난 4월에는 230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지난달 미국 법원에서는 금융사기 재판에서 비트코인을 화폐로 판단해야 사기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것을 화폐로 간주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코인 시장은 아직 20억달러 수준으로,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 정치권도 이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11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맥스 보커스(민주ㆍ몬태나) 미 상원 재무위원장과 오린 해치(공화ㆍ유타) 간사는 최근 회계감사원(GAO)에 이 문제에 대한 검토를 공식 요구했다. 이에 GAO는 보고서를 통해 국세청(IRS)이 납세자들을 상대로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통화를 통한 거래를 신고할 수 있도록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보고서는 “납세자들은 이런 종류의 가상통화를 사용해 거래하는 것이 과세대상이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며 “알고 있더라도 어떤 식으로 세금을 내야 하는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미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네트워크(FinCen)도 최근 신고 대상 가상통화에 대한 지침을 발표했으나 내용이 모호해서 오히려 혼란만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정치권이 이처럼 미래의 통화수단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면서 가상통화를 이용한 탈세와 재산은닉 등 불법 행위가 계속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옴리 머리언 플로리다대 레빈 법대 교수는 “비트코인은 전통적인 조세회피처의 혜택을 모두 누릴 수 있는데다 은행이 필요 없기 때문에 조세당국으로서는 상당한 골칫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세 전문가인 트레이스 메이어도 비트코인을 가리켜 ‘궁극적인 역외 은행계좌’라고 지칭한 뒤 “창의력이 뛰어나고 탈세를 바라는 이들에게 디지털 통화는 유용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