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지문 활용한 문제 등
상위권 변별 위해 난이도 높여
● 수학
A·B형 모두 작년 수능과 비슷
유난히 쉬웠던 9월 평가 영향
체감 난이도는더 높아졌을 듯
● 영어
작년보다 약간 평이하게 출제
B형 만점자 1% 근접 예상
7일 실시된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전반적으로 쉬운 수능의 기조를 유지했다는 게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설명이다. 지난해와 같이 영역별 만점자가 1% 수준으로 되도록 문제를 쉽게 내겠다는 방침을 정해놓지는 않았지만 학교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하고 EBS 교재를 공부한 응시자라면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는 것. 하지만 시험을 접한 학생들과 교사들은 평가원의 설명과 달리 시험이 지난해에 비해 다소 어려웠다고 입을 모았다.
1교시 시험인 국어 영역의 경우 주로 자연계 학생들이 보는 쉬운 A형이 지난해에 비해 어려웠다. 자연계 최상위권 수험생들이 응시하는 국어 A형의 특성상 이들을 변별하기 위해 까다로운 문제 3개 정도를 출제했기 때문이다. 비문학에서 과학기술 지문을 활용한 문제도 눈길을 끈다. 김희동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소장은 "전체적으로 볼 때 이번에 치러진 평가원 시험 A형은 지난해 수능보다 약간 어려웠고 지난 9월 모의평가에 비해 유사하거나 약간 쉬웠다고 볼 수 있다. B형의 경우는 지난해 수능보다 어려웠고 9월에 비해서도 약간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평가원도 쉬운 문항과 중간 정도의 난도를 가진 문항들을 중심으로 시험을 구성하되 상위권 학생을 변별하기 위해 고차원적 사고력을 요하는 문항도 출제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국어의 경우 만점자가 2%를 넘을 정도로 지나치게 쉬웠기 때문에 학생들이 올해 시험을 상대적으로 어렵게 느꼈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했다.
수학의 난이도에 대해서는 서로 의견이 엇갈렸다. 출제본부는 수학 A형은 지난해 수리 나형과, 수학 B형은 지난해 수리 가형과 유사한 수준으로 어렵지 않게 출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국어와 마찬가지로 상위권 변별을 위해 고차적 사고를 요하는 문항을 출제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사뭇 달랐다. 이날 수능 B형 시험을 치른 학생은 "EBS를 착실히 공부하면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다고 하더니 시험 문제와 EBS 간 연계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며 "이번 수학 시험은 정말이지 어려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학원가에서도 학생들이 EBS 연계를 체감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는 "두 유형 모두 난도가 높은 문항에서 EBS 연계율이 떨어지다 보니 체감 난도가 상대적으로 높았을 것"이라고 말했고 김 소장은 "B형 29~30번의 경우 EBS 수능완성에서 고난도 문제로 많이 다뤘지만 꼼꼼히 내용을 숙지하지 않은 학생들의 경우에는 체감 연계가 많이 낮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특히 유난히 쉬웠던 9월 모의평가로 인해 수험생들의 체감 난도는 이보다 높았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김 소장은 "A형과 B형 모두 지난 수능과 비슷하게, 9월 모의평가보다는 약간 어렵게 출제됐다"면서도 "9월 모의평가를 기준으로 준비한 수험생들은 체감 난도가 높아 시간이 부족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9월 모의평가의 경우 수학 만점자가 3.76%에 달할 정도로 쉽게 출제됐었다.
다만 일선 교사들은 몇몇 문항만 어려웠을 뿐 대체로 평이한 문제들이 출제됐다고 말했다. 교협 상담교사단인 이금수 중대부교 교사는 A형에 대해 "일부 문제의 경우 매년 반복된 유형이어서 학생들이 잘 풀었을 것"이라고 말했고 곽정원 불곡고 교사도 "2~3점짜리 문제는 중하위권 학생들을 배려하기 위해 쉽게 냈다"고 설명했다.
영어는 지난해 수능 외국어보다는 약간 평이하게 출제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영어 B형 만점자는 1%에 근접하고 1등급 구분 원점수도 약 94점에 달해 지난해 수능보다 성적이 상승할 것으로 입시업체는 예상했다.
A형도 난이도상으로는 B형보다 평이하게 출제됐으나 A형 지원자들 가운데는 대부분 중위권 이하 학생들이 많아 실제 영어 점수 전체 평균이나 1등급 커트라인은 B형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1등급 구분 원점수는 영어 A형의 경우 90점 전후로 예상된다. 3교시 영어 영역은 A형ㆍB형 모두 듣기는 22문항, 독해는 23문항이 출제됐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평가이사는 "EBS 체감 연계도가 높아 수험생들이 대체로 문제를 쉽게 풀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듣기와 독해 문항 전반적으로 고교 영어듣기, 수능특강, 수능완성 등의 교재에서 지문이나 문항 유형이 많이 반영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