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는 실적의 그림자입니다. 기업들의 실적이 제대로 좋아져야만 지수가 더 올라갈 수 있습니다."
이원복(사진) 현대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3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이 같이 기업 실적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현재 주식시장을 대세 상승의 '장밋빛'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추가 상승 가능성은 있지만 상승폭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본부장이 증시를 다소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이유는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대세 상승'을 이끌 정도로 개선되지 않았고 국내 경제 성장률이 하향 조정되는데다, 중국의 금리인하를 제외하면 증시 상승을 이끌만한 글로벌 이벤트가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3월 이후부터 코스피는 13.5%, 코스닥은 30% 이상 올랐기 때문에 최근 나타나고 있는 조정은 놀랄 일은 아니다"라며 "최근 발생한 내츄럴엔도텍 사태는 시장이 가파른 오름세에 많이 지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계기"라고 분석했다.
이 본부장은 앞으로 국내 증시의 변수가 될 요소로 소비심리 개선 여부를 가장 먼저 꼽았다. 그는 "환율·유가·금리 등 거시지표들이 대부분 증시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에 대한 불안 심리가 해소되지 못하면 주가상승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현재에서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이 긍정적으로 바뀌는 바로미터는 소비심리"라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이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은 그가 총괄하고 있는 '현대튼튼대한민국펀드', '현대강소기업펀드', '현대밸류플러스펀드' 등의 운용에 그대로 반영됐다. 대표 펀드인 현대강소기업펀드의 경우 중소형주와 코스닥 상장사에만 투자하지 않고 대형주를 20% 정도 섞어 안정성을 강화했다. 트렌드와 모멘텀도 중요하지만 실제 기업가치를 높이는 실적개선에도 중점을 뒀기 때문이다. 이 펀드는 최근 1년간 수익률 34.0%, 3년간 수익률 75.4%를 기록해 국내 중소형주 펀드 중 수익률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본부장은 "현대자산운용의 펀드 운용 스타일은 가치투자와 구조적 성장주를 발굴해 안정적인 추가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라며 "이것이 펀드 수익률이 확 무너지지 않는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대강소기업펀드의 경우 최근 시장 흐름에 맞춰 장기 주도 성장주 비중은 그대로 유지하되, 다른 종목들은 가치주나 배당주 등 변동성이 낮은 종목으로 교체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가 선별하는 구조적 성장주의 기준은 뭘까. 이 본부장은 두 가지 조건을 꼽았다. 매출액과 이익성장률이 시장 평균 보다 높으면서, 시장 변동과 무관하게 2~3년 정도 성장이 가능한 종목이라야 한다는 것. 작년에는 중국 소비시장 관련주와 건자재주들이 이 기준에 포함됐고, 올해는 바이오·헬스케어주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이 본부장은 "모멘텀 투자는 정책이 바뀌거나 시장 상황이 바뀔 때 나타나는 수혜주 등에 투자하는 방법이지만, 구조적 성장주 투자는 그 이후까지 성장이 지속되는 지를 파악해 투자를 결정한다"며 "모든 펀드매니저들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 또한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현대자산운용은 현재 펀드 라인업에 없는 배당주 펀드를 올해 안에 선보일 예정이다. 또 퇴직연금 고객들을 위해 기존 현대강소기업펀드의 안정성을 강화한 펀드도 출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