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장수 은행장인 하영구(60ㆍ사진) 한국씨티은행장이 다시 한 번 연임을 확정했다. 이미 네 차례, 총 12년에 걸쳐 행장을 지낸 데 이어 다섯 번째 임기다.
한국씨티금융지주와 한국씨티은행은 29일 서울 중구 다동 본사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어 하 행장을 3년 임기의 행장 겸 회장에 재선임하기로 결의했다. 2001년부터 행장직을 맡아온 그는 2016년 3월까지 15년간 은행장직을 수행하게 됐다.
국내 금융사에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게 된 하 행장. 과연 그 비결은 무엇일까.
하 행장은 그 답을 '금융이 무엇인가'라는 답을 통해 알려줬다. 하 행장은 이날 5연임 확정 이후 서울경제와 만나 행장으로서의 지난 세월에 대해 얘기하면서 금융의 본질에 대해 말하면서 '금융은 신뢰다'라고 단정지어 말했다.
그는 "고객의 신뢰와 시장의 신뢰, 금융 당국으로부터의 신뢰가 없으면 금융회사의 성장은 불가능하다"면서 "특히 고객의 신뢰가 없으면 금융은 뿌리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잘라 말했다.
하 행장은 10여년이 훨씬 넘는 세월 동안 은행장을 맡아오면서 겪었던 고비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가 말한 고비는 크게 두 가지. 하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였고 또 하나는 한미와 씨티와의 합병 이후 통합 작업이었다. 그는 이 중에서도 "한미와 씨티의 문화적 통합이 힘들었다"며 큰 숨을 내쉬었다.
또 한 번의 연임 동안 하고 싶은 일을 묻는 질문에는 단연 일반 기업의 해외 성장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말을 했다. 하 행장은 "씨티가 갖고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와 이미지, 상품 등을 토대로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하고 해외에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며 "특히 이미 진출한 기업보다 새롭게 성장하는 이른바 '히든 챔피언'들이 해외에서 뿌리 내릴 수 있도록 동반자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국내에서의 인수합병(M&A) 의향에 대해서는 "금융 위기 이후 글로벌 은행에 대한 금융 규제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M&A가 버거워졌다"며 "당분간은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고와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하 행장은 1981년 씨티은행 서울지점에 입사한 후 수석 딜러, 자금담당 총괄이사를 거쳐 2001년 한미은행장에 발탁됐다. 한미은행과 씨티은행 서울지점이 합쳐지며 2004년부터는 한국씨티은행장과 한국씨티금융지주 회장을 맡았다.
하 행장은 2001년부터 행장직을 맡아왔다. 박종원 코리안리 사장이 다섯 번째 임기를 소화하고 있지만 은행권에서는 하 행장이 유일하다. 한국씨티 관계자는 "씨티은행 본사가 하 행장의 통솔력과 추진력을 신뢰하기 때문"이라고 연임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