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상장사 임원 모두의 급여를 공개하는 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서울경제신문의 단독 보도로 확인된 이 같은 내용의 자본시장법 일부 개정안은 우선 솔깃하다. 상장사 임원뿐 아니라 대기업 총수까지 포함되기에 더욱 그렇다. 임원들의 보수 총액만 공개하도록 규정한 현행법을 강화하자는 개정 취지는 듣기에 그럴싸하다.
우리는 이 개정안의 긍정적인 효과에는 동의할 수 있다. 경영성과에 대한 정확한 보상을 유도하고 기업 경영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현실 여건을 살펴보면 이 개정안이 가져올 효과는 거의 없고 오히려 불필요한 지출만 발생시킨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우선 한국은 유난히 임금격차에 과민반응하는 문화를 갖고 있다는 점이 고려되지 않았다. 연봉제를 시행하는 기업이 말단직원까지 개인별 급여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급여가 공개될 경우 발생할 위화감과 상대적 불만이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대기업 임원, 나아가 그룹 총수의 수입이 공개되면 그 부작용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귀족 노조'라고 불릴 만큼 상대적 고소득을 누리는 대기업 노조의 임금인상 압력이 높아지고 주주들의 배당 압박도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반기업 정서 역시 더 심해질게 불 보듯 뻔하다. 모든 게 사회적 불만 고조와 갈등 심화, 기업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을 비롯한 영국과 독일ㆍ일본을 예로 들지만 그들 역시 일부만 공개할 뿐이라는 점에서 논리적 타당성이 없다. 기업 총수 등에 대한 연봉 공개는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급조한 공약에 포함됐었으나 부작용이 크다는 우려로 제외됐던 사안이다.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기업 총수나 고위직 임원이 회삿돈을 빼가는 행위는 국세청이나 금융감독기관의 감시만으로도 방지할 수 있는 일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경제 살리기라는 점은 두말 할 나위도 없다. 기업가정신을 북돋워줘도 모자란 이때에 왜 갈등과 불신을 초래하고 사회적 관음증을 야기할 법률 개정을 추진하려는지를 모르겠다. 여야는 정녕 경제에 포퓰리즘이라는 족쇄를 채우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