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한국의 대형마트 출점 규제, 수출기업 지원제도 등을 투자장벽 또는 외국 기업과의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보호무역 조치라고 지적했다.
EU 집행위원회는 190쪽에 달하는 세계무역장벽 감시 보고서를 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이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688개의 새로운 보호조치를 취했다. 이 가운데 지난해 5월 초부터 올해 5월 말까지 신설된 장벽은 154개였다. 특히 경기회복이 더딘 신흥국이 자국 산업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이 같은 조치들을 집중적으로 취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한국에 대해 2008년 이후 총 24건의 보호무역 조치를 신설, 조사 대상 31개 국가 중 아홉 번째로 많은 장벽을 세운 국가라고 주장했다. 1위는 아르헨티나(147건)였으며 러시아(99건), 인도네시아(73건), 브라질(59건), 남아공(45건), 중국(36건) 순이었다.
한국은 관세나 수입규제 등과 같은 직접적인 장벽보다는 투자제한이나 수출기업 지원 등과 같은 보이지 않는 보호주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게 EU의 지적이다. 분야별로 보면 한국에서 ▦서비스ㆍ투자 장벽 2건 ▦수출업체에 대한 지원 7건 ▦기타 15건 등 총 24건의 장벽이 신설됐다. EU는 대형마트의 출점 규제 및 영업시간 제한을 대표적인 투자장벽으로 꼽았으며 국내 기업들의 해외 플랜트와 조선 수주시 보험ㆍ금융 등을 지원하는 제도도 경쟁을 왜곡시켜 외국 기업에 불리한 시장 조치라고 문제 삼았다.
카렐 드 휴흐트 통상담당 EU집행위원은 "글로벌 경기침체 이후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무역장벽이 세계 경기회복을 저해하고 있다"며 "보호주의를 철폐하기로 약속한 주요 20개국(G20)은 효과적인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5∼6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는 보호무역주의 문제가 주요 의제로 논의될 예정이다. EU는 성장과 고용 촉진을 위해 교역 확대정책을 펴고 있으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2008년 이후 세계무역장벽에 대한 감시 보고서를 발간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