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어제(12일) 「매장 및 묘지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개인묘지는 지금의 24평에서 9평으로, 집단묘지는 9평에서 3평으로 대폭 축소된다. 또 공·사설 등 모든 묘지의 사용기간을 기본 30년, 3회에 걸쳐 15년씩 연장 할 수 있도록해 최대 75년간만 사용토록 했다. 75년이 지나면 가족단위 납골묘나 납골당으로 이장해야 한다. 이제까지 나온 복지부의 개선책 가운데 가장 강화된 대책으로 전통적인 장묘제도에서 볼땐 혁명적이랄 수 있다.묘지문제는 대학입시제도와 함께 우리사회의 양대 현안이다. 특히 묘지문제는 우리나라의 유교적 장묘문화와 맞물려 역대정권마다 개선책이 제시됐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복지부의 이번 개정안도 정기국회에서 또 다시 심의가 보류되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전국토가 묘지로 뒤덮이고 있다는 사실은 새삼스런 뉴스가 아니다. 지난 95년말 현재 전국의 분묘숫자는 1천9백60만기로 이들 분묘가 차지하는 면적은 전국토의 1%나 된다. 매년 20만기씩, 여의도의 1.2배정도의 땅이 국토를 잠식하고 있다.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수도권은 2년내에, 전국적으로는 10년내에 집단묘지는 한계에 이른다.
사실 우리나라 장묘제도는 문제가 많다. 우선 묘지면적이 너무 넓다. 미국은 집단묘지도 1기당 면적을 0.5∼1평, 캐나다는 1.0∼1.5평으로 제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개인묘지의 경우 사회지도층일수록 호화분묘로 꾸며 관계당국으로부터 고발도 당하고 있지만 전혀 개선의 기미가 없다. 또 하나는 무제한으로 허용된 집단묘지의 사용기간이다. 프랑스는 5∼10년, 스위스는 20년으로 돼있다. 여기에 매장을 선호하는 우리국민들의 의식구조도 묘지문제의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매장대 화장의 비율을 보면 80%대 20%의 비율로 매장이 압도적이다.
복지부의 이번 개정안은 어차피 가야할 방향이다. 가뜩이나 좁은 국토가 더이상 묘지로 잠식돼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지가는 세계적 수준이다. 수도권 근처에는 공장을 지을만한 땅도 바닥나 땅값 상승의 요인이 되고 있다. 이들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은 가격도 비싸 경쟁력이 없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런데도 죽은자를 위한 유택만 늘어난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조상숭배도 좋으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정부도 개정안의 국회통과를 위해서는 새로운 장묘문화의 확립이라는 차원에서 적극 홍보에 나서야 한다. 유림에 대한 꾸준한 설득도 병행해야 한다. 특히 사회지도층의 협조가 필요하다. 세계화 국제화시대에 장묘문화만이 우물안 개구리여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