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정홍원 국무총리를 통한 '대리 담화'는 정치 불개입 원칙을 유지한 채 국정원 대선 개입 논란을 털어버리는 한편 민생 살리기 국정에 전념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총장 지명 등으로 권력기관장 인선을 끝낸 만큼 앞으로 공공기관 인선을 포함해 현안에도 본격적으로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28일 통상 월요일에 하는 수석비서관회의를 서유럽 순방 준비를 이유로 목요일인 31일로 미뤘다.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에 관한 공방이 심화되면서 박 대통령의 발언에 모든 관심이 쏠린 상황에서 침묵을 택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런저런 보고도 받고 (유럽 순방) 준비도 하시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대신 통상적으로 수석비서관회의가 열리는 시간인 오전10시 정 총리의 대국민 담화가 발표되면서 사실상 정 총리가 박 대통령의 '입' 역할을 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는 박 대통령이 대통령 본인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야권의 공세에는 휘말리지 않으면서도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위한 '제3의 길'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이전에도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양자회동 요청을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까지 포함한 3자 회동으로 성사시키는 등 주도권을 잡기 위한 줄다리기를 지속해왔다.
정 총리는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은 사법부의 조사 결과가 나온 후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국회가 경제활성화를 위한 입법에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이는 그동안 박 대통령이 반복적으로 강조했던 입장으로 앞으로 정쟁과는 별개로 민생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주 감사원장과 보건복지부 장관에 이어 전날 검찰총장 인선까지 이뤄지면서 공공기관장 인선도 빠르게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공공기관장 인사는) 단계적으로 각 분야별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인선이) 끝나는 대로 통보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감사원과 검찰을 통해 정부부처나 공공기관의 방만한 운영, 각종 비리 등에 대한 개혁∙사정 작업인 '비정상의 정상화'도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