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이 기업과 국가를 이끈다. 20세기에 일어난 혁신은 대부분 미국에서 일어났고 미국이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잡은 이유도 다른 나라들이 따라가지 못하는 왕성한 혁신이다. 중국은 경제발전 단계가 아직은 선진국에 한참 뒤처지지만 혁신에 있어서는 미국의 뒤를 이을 나라가 될 것 같다.
무엇보다 혁신은 인구가 많고 경제규모가 커야 가능하다. 중국에서는 책 한 권만 잘 써도 평생을 먹고 살지만 싱가포르 같은 나라에서는 책이 아무리 잘 팔려도 별로 돈을 벌지 못한다. 평생 책 한 권만 잘 쓰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나라에서는 출판시장의 혁신이 빠를 수밖에 없다. 유럽이 연합국가를 만든 이유 중 하나도 미국과 같은 거대한 시장을 만들어 규모의 경제와 혁신을 촉진시키려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보다 훨씬 큰 단일시장이다.
인구만 많다고 혁신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인도·방글라데시·인도네시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교육을 잘 해야 한다. 인구는 양면성을 가진다. 교육이 잘 돼 있으면 많은 인구가 축복으로 작용하지만 교육 수준이 낮으면 재앙으로 작용한다. 중국은 적절하게 인구를 통제하고 교육을 많이 시켰다. 중국인의 교육열은 익히 알고 있다. 미국 대학 유학생의 30% 정도가 중국이며 그 수는 경제성장과 함께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중국의 글로벌 네트워크 역시 시장 확장에 힘이 돼 혁신을 자극한다. 동남아시아는 중국인들이 상층부를 형성하고 있고 최근에는 이탈리아의 가죽 가공까지 장악했을 지경이다. 실리콘밸리도 인도·중국 등 아시아인의 비중이 절반에 달한다. 중국의 혁신을 실리콘밸리로 가져가고 실리콘밸리의 혁신을 중국으로 가져오고 또 인도네시아나 싱가포르·말레이시아·대만으로 가져간다. 세계가 평평해졌다.
혁신은 군사기술에서 많이 나온다. 나일론·레이더·컴퓨터·인터넷·합성고무·원자력 등 헤아리기 힘들 지경이다. 1~2차 세계대전 때 엄청나게 쏟아졌는데 생존을 건 싸움이었고 연구개발비를 퍼부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신무기 개발 등 연구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여기에는 수익성 개념이 적기 때문에 의외의 혁신기술들이 부산물로 등장한다. 요즘 각광 받는 드론도 무인정찰기 기술에서 비롯됐다. 중국은 전 세계 군사비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10%로 영국·프랑스·독일을 합친 것보다 많다.
글로벌기업가정신모니터(GEM)에 따르면 중국은 청년 창업자 지수에서 세계 1위다. 중국 베이징 북서부에 자리 잡은 정보기술(IT) 클러스터인 중관촌(中關村)에는 해외에서 유턴한 창업자만 2만여명이라고 한다. 중후장대 제조업으로서의 중국만이 아니라 활발한 혁신의 중심에 서 있는 중국으로도 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