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때문에… 무너진 우정

美 전 KPMG 간부, 친구에 기밀 주고
친구는 정보 대가로 각종 금품 건네
꼬리 밟히자 배신하고 몰래 수사 협조


미국 대형 회계법인 KPMG의 전직 고위임원이 자신의 골프 친구에서 고객 기밀을 흘리고 거액의 금품을 받는 등 돈독한 우정을 유지하다가 결국 배신당해 현지 증권가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12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은 미국 연방검찰 캘리포니아 중앙지청이 KPMG의 전직 파트너이자 태평양 남서부 감사 실무책임자였던 스콧 런던(50ㆍ사진)을 증권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고 보도했다.

런던은 골프 친구인 귀금속상 브라이언 쇼에게 2010년부터 자신이 외부감사인으로 있던 허벌라이프ㆍ스케처스 등 5개 고객사의 내부 기밀정보를 넘겨주고 1만2,000달러 상당의 롤렉스 데이토나 코스모그래프 시계, 1만달러의 현금, 2만5,000달러가 넘는 콘서트 티켓 등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런던은 다이어트 식품회사 허벌라이프가 비상장회사로 전환될 것이라는 정보를 전하면서 "(주식을) 조금씩 사두기 시작하면 주목을 끌지 않을 것이고 전혀 이상해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쇼는 런던과의 휴대폰 통화에서 얻은 정보를 통해 100만달러 이상을 벌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빗나간 우정은 쇼가 수사당국으로부터 꼬리가 밟히면서 갈라지기 시작했다. 1월부터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덜미를 잡힌 쇼는 형사기소를 피하기 위해 런던과의 통화내용을 비밀리에 녹음하는 등 조사에 협조했다. 쇼는 FBI 요원들이 몰래 지켜보는 가운데 런던과 만나 5,000달러를 건네는 장면을 연출하는 등 증거자료를 남기며 배신을 일삼았다.

쇼의 수사협조로 범죄사실이 알려진 런던은 KPMG로부터 해고됐으며 보안사기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경우 5년 이상의 징역, 25만달러의 벌금형 등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런던은 성명에서 "비공개 정보를 제삼자에게 유출한 행동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형사고소를 겨우 면한 쇼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주식 불법거래에 따른 민사 사기죄로 기소 당하면서 '불행한 결말'을 결국 피하지 못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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