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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겨울비가 내리는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으로 신상훈(사진 가운데) 전 신한금융그룹 사장과 이백순(오른쪽) 전 신한은행장이 나타났다. 이날은 형사3부(부장판사 임성근)의 심리로 이른바 '신한 사태'의 결심공판이 열렸다.
10시부터 시작된 공판에서 신 전 사장은 "직장생활 대부분을 신한금융그룹의 발전을 위해 열심히 해왔다"며 "재판 과정에서 상당 부분 진실이 밝혀졌지만 저는 공소사실의 불법 행위를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신 전 사장은 이어 "저를 흠집 내고 죄를 뒤집어씌우려고 주변 사람들의 계좌를 불법으로 조회하는 등 억울함을 헤아릴 수 없다"며 "명예를 회복하고 미래를 위해 다시 일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 전 행장의 차례가 왔다.
신 전 사장과 나란히 피고인석에 선 이 전 행장은 "재일교포 주주에게 받은 기탁금은 사적으로 받은 것이 절대 아니며 신한은행의 발전을 위해 사용한 것"이라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곧이어 라응찬 전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재판장이 드나드는 통로를 통해 법정에 나타났다. 재판장은 곧바로 비공개로 진행하겠다며 모든 방청객을 퇴장시켰다. 라 전 회장은 퇴행성 뇌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다는 이유로 1심 공판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이날도 불출석이 유력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라 전 회장은 "기억력이 흐려져 또 다른 혼란을 초래할 수 있어 출석을 자제했지만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나왔다"며 "3년 전 했던 검찰진술은 진실이니 믿어달라"고 호소했다.
라 전 회장은 또 "30년을 함께한 사람들을 탓할 수는 없다"며 "모든 것이 견제 기능을 제대로 못한 본인의 불찰"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 이희건 명예회장과 맺은 경영 자문계약과 자문료는 들어 본 적도 없고 남산 3억원 사건도 지시한 적 없다"고 강조했다.
신 전 사장, 이 전 행장과 함께 기소된 한상국 전 신한은행 기업고객부장은 라 전 회장을 향해 "증인신문 내내 미꾸라지처럼 자기 변명만 하는 모습에 울분을 참기 힘들었다"며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전 부장은 이강모 전 신한신용정보 감사와 함께 신 전 사장의 최측근 인사로 분류된다.
신 전 사장은 신한은행 재직 당시 이 명예회장의 자문료 15억여원을 횡령하고 부실한 회사와 사업 등에 수백억원을 불법 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전 행장은 이 명예회장의 자문료 3억원을 유용하고 배당 대가로 재일동포 주주에게 5억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불법 대출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내렸지만 재일동포 주주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 등은 유죄로 판단해 각각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들에 대한 최종선거공판은 오는 26일 오후2시에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