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단롄 등 일본 경제3단체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노동자들에 대한 배상을 거부하는 공식 입장을 밝힌 데 이어 일본 재계에서 "한국 사법부가 여론에 휘둘려 판단하고 있다"는 발언까지 나와 파장이 증폭되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 자국 기업 법무담당 임원이 "사법제도의 안정은 비즈니스의 기본"이라며 "사법 판단이 여론에 휘둘리는 것은 한국에 대한 평가를 떨어뜨린다"고 말했다고 7일 전했다.
이는 일본 재계가 사실상 한국의 사법 체계를 불신하기 시작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전날 게이단롄, 일본 상공회의소, 경제동우회 등 경제3단체와 일한경제협회가 "일한 양국 간의 무역투자관계가 냉각되는 등 양호한 일한 경제관계를 훼손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러한 일본 재계의 움직임은 한국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앞두고 한국 사법부에 대한 압박을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한국 법원에 의해 배상 판결을 받은 신일철주금과 미쓰비시중공업도 배상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확실히 하고 있다. 무네오카 쇼치 신일철주금 회장은 7일 "법률적 근거가 없는 지출을 하면 주주대표의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일제강점기 강제노역에 동원된 우리나라 피해자들은 이날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앞으로 조속한 사과와 피해보상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시민모임 등은 이날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베 총리에게 보내는 요망서를 대사관 측에 전달했다.
이들 단체는 요망서에 "당시 13~14세의 어린 피해자들에게 강요된 강제노동은 일본 정부가 1932년 비준한 국제 강제노동 규약에 비춰서도 잘못된 것이며 보편적 인권의 관점에서도 결코 허용될 수 없는 비인도적 범죄"라고 밝혔다.
이들은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고 주장하지만 한국 사법부뿐 아니라 일본변호사연합회도 개인청구권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일본 정부가 전향적 입장에서 해당 기업들과 함께 포괄적인 정치적 해결책을 제시하는 게 옳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