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랜드에 이어 하이마트 매각이 일단 무산되면서 국내 기업 인수합병(M&A)시장이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유럽 위기와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내수시장 위축이 예상보다 심각해지면서 전략적투자자(SI)인 대기업들이 좀처럼 M&A에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하이마트의 대주주 지분매각이 무산됐다. 하이마트는 이날 "MBK와의 우선협상대상 기간이 2일로 종료됐고 MBK 측이 다시 2주간의 배타적 우선협상계약 연장을 요청했지만 매각 대상 주주들이 이를 거부했다"면서 협상결렬을 선언했다.
하이마트 인수전 초반에는 롯데그룹과 신세계ㆍSK네트웍스 등 국내 대기업들이 관심을 보이며 열기가 달아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유로존 위기가 지속되면서 SK네트웍스와 신세계가 중도에 포기했고 1조5,00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롯데쇼핑도 예상보다 낮은 가격을 써내면서 소극적인 자세로 돌아섰다.
이에 앞서 전자랜드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던 신세계도 도중에 인수를 포기했다. 얼마 전에는 SK그룹이 일본 엘피타 인수를 추진했지만 가격 때문에 결국 딜을 접기도 했다.
이같이 M&A시장이 급랭한 것은 유럽 위기와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이 크다. 불황으로 기업들의 실적이 나빠지고 있어 큰 돈을 들여 인수해도 당장 시너지 효과를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좋은 매물이 나오면 가격을 높게 써서라도 인수하려는 분위기였지만 요즘은 유로존 위기의 여파로 기업들이 위축돼 있어 가격이 조금만 올라가면 포기해버리는 일이 허다하다"고 말했다.
국내시장이 위축되면서 웅진코웨이는 물론 동양생명, 한국항공우주산업(KAI), ING생명 아태법인 매각 등 다른 M&A 딜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업황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건설사 매물은 수 차례 유찰되는 등 매각에 난항을 겪고 있다. IB 관계자는 "경제상황이 악화되면서 매각 측과 인수 측과의 가격 괴리가 커지고 있다"며 "인수하려는 기업 입장에서는 과거처럼 무리해서 인수할 생각이 없는 상황이라 당분간은 M&A시장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