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 중국 총리가 제조업경기를 살리기 위한 '미니' 부양책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이번에는 낙후산업의 과잉생산을 해소하기 위한 구조조정의 칼을 뽑았다. 취약 부문은 지원하는 한편 경쟁력을 잃은 산업에 대해서는 강제감산 등 강력한 구조조정을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26일 블룸버그와 중국 경제참고보 등에 따르면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지난 25일 19개 산업의 1,400여기업에 오는 9월까지 과잉생산을 중단하고 연말까지 유휴설비를 철거하라고 지시했다. 구조조정 대상 업종은 시멘트, 제철, 제강, 코크스, 합금철, 화학섬유, 피혁제조, 염색, 납축전지, 판유리, 구연산, 주정, 화학조미료, 비철금속(납ㆍ아연) 제련, 카바이드, 전해 알루미늄 등이다. 특히 중국 정부는 낙후 생산설비를 중서부 등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지 못하도록 못박는 등 강력한 구조조정 의지를 피력했다.
경제참고보에 따르면 낙후산업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는 19개 상장기업도 포함돼 있다. 구체적으로는 납 제련업체인 주예가 10만톤, 롄화조미료가 8만톤, 신샹화섬이 2만톤의 생산을 각각 중단하고 연말까지 설비를 철거할 계획이다. 또 중국 굴지의 철강업체인 상하이바오강과 산둥제강 등도 강제감산을 해야 한다. 장즈웨이 노무라홀딩스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구체적인 기업명단까지 공개한 것은 산업 구조조정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업정보화부는 이번 낙후산업 구조조정으로 시멘트 9,200만톤과 철 700만톤의 과잉생산이 줄어들고 구리 65만4,400톤, 전해 알루미늄 26만톤이 감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리 총리가 이처럼 구조조정에 적극 나서는 것은 과잉생산으로 인한 재고부담이 지방정부의 채무증가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푼 4조위안 규모의 자금은 지방정부가 기간산업인 철강과 시멘트ㆍ알루미늄 등의 생산량을 확대하는 데 경쟁적으로 쓰였다. 하지만 글로벌 수요감소로 수출량이 줄며 남게 된 과잉생산은 고스란히 지방정부의 부담이 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중국 성장률이 7% 밑으로 떨어지지 않고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정부 목표치인 3.5% 이내에서 움직인다면 리 총리의 개혁은 가속도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 총리는 지난주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중국은 성장률과 인플레이션이 제한선 안에 있는 한 경제 구조조정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는 리 총리의 미니 경기부양책의 후속조치로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하며 신중한 통화정책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저우 총재는 "경기하강 압력이 상대적으로 크다"며 "인민은행은 신중한 통화정책을 지속하며 적절한 규모의 유동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