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의 구속으로 한숨을 돌린 검찰이 파이시티 측이 벌인 불법 금품로비의 확실한 단서를 잡기 위해 박 전 차관과 주변 인물의 금융거래 내역 분석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8일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가 친인척 회사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파이시티 인허가 의혹을 수사하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최재경 검사장)는 이 전 대표가 동생 이모씨와 짜고 200억원대 회사 돈을 빼돌린 단서를 확보, 자금 흐름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는 동생 이모씨가 대표로 있는 회사의 자금 170억여원을 횡령한 혐의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조사부의 조사를 받아왔다. 검찰은 이 돈 가운데 일부가 박 전 차관에게 흘러갔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또 박 전 차관이 여러 채널을 통해 파이시티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박 전 차관 주변 인물의 금융거래 내역을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 실제로 검찰은 최근 경북의 농협 지점 2곳을 압수수색해 박 전 차관의 형인 박모씨의 최근 5년간 금융거래 내역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씨의 계좌에 수년간 거액의 돈이 꾸준히 유입된 사실을 확인하고 이 돈이 박 전 차관의 비자금으로 쓰였는지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이 자금의 출처를 확인하기 위해 조만간 박씨를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또 박 전 차관의 자금관리인으로 거론되고 있는 이동조 제이엔테크 회장이 박 전 차관의 비자금 흐름을 소상히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큰 만큼 현재 중국에 체류하고 있는 이 회장의 소환 조사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검찰은 박 전 차관을 오랫동안 후원한 것으로 알려진 이 회장이 박 전 차관으로부터 파이시티 인허가 관련 청탁 자금을 건네받아 이를 대신 관리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중국에 체류하고 있는 이 회장은 최근 검찰에 직접 전화를 걸어와 파이시티 의혹 관련 일부 사실을 해명하고 귀국 및 출석 시기에 대해 검찰과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