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장화식 전 투기자본감시센터 대표 구속기소

-“론스타 경영진에 최고형 선고하라” 주장하다 8억원 받고 “선처해달라” 돌변

비판과 감시의 대상이었던 기업으로부터 비난 행위를 멈추는 대가로 8억원의 뇌물을 받아 챙긴 시민단체 대표가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김후곤 부장검사)는 유회원(64)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로부터 일체의 비난 행위를 중단하는 등의 대가로 8억원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장화식(52) 전 투기자본감시센터 대표를 17일 구속기소했다. 돈을 건넨 유씨도 함께 법정에 서게 됐다.

장 전 대표는 2004년부터 자본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투기자본을 감시·비판하는 시민단체 투기자본감시센터의 창단 멤버이자 주요 간부로서 왕성하게 활발해 왔다. 특히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각·외환카드 주가 조작 의혹을 집중 제기해 유씨 등의 사법처리를 이끌어 낸 건 감시센터의 업적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장 전 대표는 유씨가 2011년 7월 파기환송심에서 법정 구속되자 이를 빌미로 삼아 거액의 돈을 챙기기로 마음 먹었다. 그는 유씨 측에 합의금 명목으로 10억원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고 이후 수 차례 협의 끝에 그해 9월 8억원을 받아냈다. 뒷돈을 받으면서 ‘합의금을 받는 즉시 유회원과 론스타, 론스타 임직원 등을 공격·비난하는 일체의 행위를 중단한다’는 합의서를 작성했다. 나아가 법원에 ‘유씨에게 더 이상 가혹한 처벌과 제재가 가해지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탄원서를 내기도 했다. 검찰은 “이후 장 전 대표는 유씨와 론스타에 대한 비판을 멈추고 정부정책을 비판하는 쪽으로 활동 방향을 틀었다”고 설명했다.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유씨에게 법정 최고형을 선고하고 구속하라”고 주장하던 데서 180도 태도가 바뀐 것이다.

장 전 대표는 유씨에게 받은 돈이 2004년 2월 외환카드에서 부당해고를 당한 것에 대한 피해배상금이라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2009년 해고무효소송에서 장씨가 패소했고 유씨 개인이 피해를 배상할 이유가 없다며 탄원서를 목적으로 한 금품거래로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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