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나연(26ㆍSK텔레콤)은 유난히 기록과 인연이 깊다. 2011년 10월 사임다비 말레이시아 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며 코리안 군단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100번째 우승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해 7월 박세리가 '맨발 투혼'을 발휘했던 그곳에서 US 여자오픈 우승의 영광을 14년 만에 재연해낸 것도 그녀였다.
최나연이 LPGA 투어 2013시즌 세 번째 대회인 HSBC 위민스 챔피언스(총상금 140만달러) 둘째 날 공동 2위에 오르며 또 하나의 진기록에 도전하게 됐다. 올해 막이 오르자마자 신바람을 내고 있는 한국 군단의 첫 '개막 3연승'을 완성할 기회를 잡은 것.
세계랭킹 2위 최나연은 1일 싱가포르 센토사GC 세라퐁 코스(파72ㆍ6,600야드)에서 열린 대회 2라운드에서 6언더파 66타를 몰아쳤다. 중간합계 9언더파 135타를 기록한 그는 첫날 공동 11위에서 9계단을 점프했다.
이날 5타를 줄인 최운정(23ㆍ볼빅)과 4타를 줄인 유선영(27)도 공동 2위로 최나연과 어깨를 나란히 해 한국 선수의 3개 대회 연속 우승 전망을 더욱 밝게 했다. 이들 3명의 선수는 선두 스테이시 루이스(미국ㆍ11언더파)를 2타 차로 추격하고 있다.
최나연은 평균 267야드의 드라이버 샷을 대부분 페어웨이에 떨궜고 특히 날카로운 아이언 샷을 앞세워 자주 버디 기회를 만들었다. 1번홀(파4) 버디로 가볍게 첫 걸음을 내디딘 그는 6번(파4)과 8번홀(파3)에서도 버디를 잡아 전반에 3타를 줄였다. 후반 들어서는 10번(파4)과 11번(파4), 12번홀(파5)에서 3연속 버디를 엮어냈다. 15번홀(파4) 보기가 아쉬웠지만 마지막 18번홀(파5)을 버디로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최나연은 지난해 11월 시즌 최종전 CME 타이틀홀더스 대회에서 투어 통산 일곱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최나연은 "지난주 혼다 타일랜드 3ㆍ4라운드 때 경기를 잘해 자신감을 얻었다"면서 "그린이 부드러워 깃대를 향해 공격적으로 아이언 샷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선두권이 혼전 양상을 보여 남은 이틀 동안 치열한 우승 경쟁이 예상된다. 2012년 '올해의 선수' 루이스는 1라운드 5타, 2라운드 6타를 줄여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랐다. 공동 2위에도 한국 선수 외에 전날 선두였던 아자하라 무노스(스페인), 폴라 크리머(미국), 아리야 주타누가른(태국) 등 3명이 더 몰렸다. 신인 주타누가른은 지난주 혼다 타일랜드 대회에서 막판 박인비(25)에 우승컵을 내준 충격에도 이날 6타를 줄이는 등 만만찮은 기량을 보이고 있다.
개막전 우승자 신지애(25ㆍ미래에셋)는 서희경ㆍ양희영 등과 나란히 공동 13위(4언더파)에 올랐고 박인비는 공동 28위(2언더)에 자리했다. 세계랭킹 1위 청야니(대만)는 공동 21위(3언더파)에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