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롯데백화점 관계자들의 얼굴에는 모처럼 화색이 돌았다. 지난 2월 동일점포 기준 매출이 전년동월 대비 약 3% 늘어난 덕분이다. 지난해 쌓였던 재고물량들에 대한 각종 프로모션 행사를 진행한 것이 주효했다. 롯데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대형가전 같은 품목들은 아직 판매가 부진하지만 패션 의류 등을 중심으로 소비가 일부 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걸핏하면 '위기설'에 시달리던 국내 경기가 완만한 상승곡선을 그리는 분위기다. 아직까지는 상승곡선의 기울기를 예측하기 어렵고 변수들이 여전하지만 바닥을 확실히 다졌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터져 나오던 한국경제 2~3월 위기설이 말 그대로 '설(說)'로 끝난 셈이다.
통계청이 29일 내놓은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광공업ㆍ서비스업생산ㆍ소매판매지수가 모두 2개월 연속 상승세를 타고 있다. 세 지수가 동반 상승한 것은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이다. 앞으로의 경기방향을 보여주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3개월 연속 상승세다. 기획재정부는 보통 선행지수가 두 달 연속 같은 곡선을 그리면 경기의 흐름이 바뀌는 순간으로 포착한다. 특히 2월에는 전달과 달리 선행지수와 동행지수 모두 상승세를 탄 것도 의미가 있다. 김정관 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회복국면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1~2월 불확실성이 짓누르던 상황에서 나온 지표치고는 선방한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부진을 면치 못하던 소매판매지수가 2.6%(전월 대비)나 증가한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암초로 지목되던 소비시장이 살아날 움직임을 보인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도 이날 올 1ㆍ4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올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며 회복론을 뒷받침했다. 상반기에는 재정 조기집행, 하반기에는 민간이 성장을 이끌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회복속도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여전히 보수적이다. 경기가 바닥을 다졌다는 부분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속도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 가계부채가 소비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고 엔화가치 하락 등의 영향으로 수출전망도 좋지 않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연구실장은 "탄력적으로 경기가 회복되기 까지는 복병이 너무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