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넘는 거래소 지분' 골머리

연말 합병하는 우리투자증권-NH농협증권
'5%룰' 따라 팔아야 하지만 거래소 실적나빠 처분 힘들어


공식적으로 합병절차에 들어간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016420)이 한국거래소 지분 처분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거래소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있어 기업상장(IPO)을 통한 지분 처분도 쉽지 않은 데다 최악의 증시 부진으로 거래소의 실적도 악화하고 있어 매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2일 우리투자증권은 NH농협증권을 1대0.68677623의 비율로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다. 합병기일은 12월30일이며 내년 1월20일 합병신주 8,215만5,024주를 상장할 계획이다.

양사는 합병 전까지 갖고 있는 거래소 지분 가운데 자본시장법이 제한한 5%를 넘는 초과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현행 자본시장법 406조에는 회원사들이 거래소 지분을 5% 이상 소유할 수 없도록 돼 있다. 합병 후 6개월 안에 처분하지 않을 경우 금융위원회는 주식처분을 명령하거나 주식처분 이행강제금을 물릴 수 있다. 현재 증권·선물사 39개사가 거래소의 지분 100%를 나눠 갖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거래소 지분 4.6%(92만주), NH농협증권은 2.86%(57만1,144주)를 보유하고 있다. 합병하는 'NH우투증권'의 한국거래소지분은 7.46%로 2.46%(49만1,144주)는 처분해야 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거래소 주식 1주의 가치는 13만9,877원으로 처분하는 2.46%의 가치는 687억원이 넘는다. 최초 취득금액이 우리투자증권 3,930원, NH농협증권 1만2,453원인 것을 고려하면 양사의 평균 매입단가는 8,191.5원, 수익률은 1,607.58%에 달한다.

문제는 양사가 갖고 있는 초과지분 처분이 쉽지 않으리라는 점이다. 거래소 지분을 사는 쪽에서 보면 배당을 많이 받거나 아니면 거래소 실적이 좋아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있어야 한다.

거래소는 지난 2012년 배당금으로 606억8,000만원을 회원사에 지급했지만 지난해는 318억원9,000만원, 올해는 183억3,000만원으로 3분의1 이상 줄었다. 증시 침체로 실적도 나빠졌다. 매출액은 2011년 4,212억원에서 지난해 3,139억원까지 줄었고 영업이익도 1,722억원에서 288억원으로 83.27% 쪼그라들었다. 어느 쪽이건 매력이 없다.

거래소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있어 거래소의 증시 상장을 통한 차익실현도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증시 침체로 거래소 수익이 올해 더 줄어들 전망인 데다 정부에서 공공기관 지정을 해제할지도 미지수라 상장을 통한 차익실현도 어려워 지분 보유에 대한 매력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거래소의 자사주 매입도 기대하기 힘들다. 지난해 말 기준 결제준비금을 제외한 거래소의 순수 현금성 자산은 1,078억원에 불과해 687억원에 달하는 자사주를 매입하기 부담스럽다.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는 2005년 주식회사로 변경했는데 자사주 비중을 높이는 것은 주식회사의 성격과 맞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은 현재 지분 매수희망자를 물색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합병까지 6개월이 남았기 때문에 지분 매각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지는 않았다"며 "우려와 달리 한국거래소의 특수성 때문에 지분을 사겠다는 매수 희망자가 많다"고 말했다. /구경우·박준석 기자 bluesquar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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