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곽상겸 금융통화위원의 돌연한 사퇴로 뒤숭숭한 분위기다. 국가가 4년 임기를 보장하고 차관급에 준하는 예우를 제공하는 금통위원의 사퇴는 98년 한은법 개정으로 금융통화위원회 제도가 도입된 후 처음 발생한 일이기 때문이다.郭위원의 사퇴 배경은 두가지로 풀이된다. 첫째가 금통위원간, 한은집행부간의 불협화음. 郭위원은 대표적인 금리인하론자로 꼽힌다. 「재계 의사만을 대변한다」는 지적까지 받았을 정도. 郭위원은 상공회의소 추천케이스. 지난해 금통위가 금리를 두차례 인하했을 때도 郭위원이 금통위 분위기를 이끈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금리인하세가 꺾이면서 郭위원의 생각도 점차 소수의견으로 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달 「금리를 하향 안정시키기 보다 현수준에서 유지한다」는 금통위 의결에 강력 반대했으나 좌절되자 사퇴를 심사숙고하기 시작했다는게 한은 주변의 해석이다.
두번째는 학교 복귀 때문. 지난달 고려대 국제대학원장 자리를 제의받자 사퇴결심을 굳혔다는 것이다. 全총재는 『아마 본인이 학계에 대한 향수가 되살아 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추론일 따름이다. 郭위원이 외부연락을 일절 단절하고 있기 때문이다.
郭위원 사퇴로 차제에 금통위원의 처세에 관한 규범이 정해져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앞으로도 이런 일이 또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통위원 자리를 중량감 있는 직위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로 인식하는 풍토가 우려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은행장이나 장관인사가 있을 때마다 구체적인 이름까지 거명되고 금통위원들이 뛰고 있다는 소리도 들리는게 현실이다./권홍우 기자 HONG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