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그룹(회장 박주탁)이 26일 수산중공업, 수산정밀, 수산특장 등 3개 주요 계열사에 대해 수원지법에 화의를 신청했다.수산은 이에 앞서 지난 25일 외환은행 청담동지점에 돌아온 어음 28억원을 막지 못해 1차 부도를 냈다.
수산그룹은 『수산중공업등 일부 계열사가 올해 흑자를 내고 있으나 계열사의 자금난이 심화돼 정상적인 경영이 어렵다고 판단, 법원에 화의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수산은 기술개발을 위한 투자가 예상외로 많이 소요돼 자금운용이 어려워 졌다고 밝혔으나 올초 국내 6위의 조선소인 대동조선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무리하게 자금을 동원한데다 중국 통주조선소에 대한 투자로 자금난이 악화됐기 때문으로 재계는 분석하고 있다.
화의를 신청한 3개사의 금융권 여신은 은행권 2천4백억원, 제2금융권 1천5백억원 등 모두 3천9백억원에 달한다.
한편 수산그룹은 화의신청과 함께 ▲임직원 임금 동결 ▲사업축소 ▲비용절감 등을 통해 강도높은 자구노력을 추진키로 했다.
수산그룹은 주력사인 수산중공업을 비롯, 14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올 매출목표는 1조3천억원이다.<고진갑 기자>
◎화의신청 배경과 전망/‘무모한 몸집 부풀리기’가 화근/대동조선 등 인수 ‘무리수’/그룹 자금난 자초/동남아 수출부진도 한몫/채권단 화의 거부땐/3자 매각해체 가능성도
◇배경=수산그룹이 화의신청이라는 막다른 선택을 한 것은 자기 덩치에 걸맞지않는 무모한 「몸집 부풀리기」에 따른 방만한 경영이 주요원인이 된 것으로 드러났다.
수산은 벤처기업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지난 95년 대호건설을 인수하고 올 1월 부도난 한보그룹의 계열사인 대동조선을 인수하면서 이 회사 주식지분 21.2% 인수금 28억원, 긴급 운영자금 1백50억원 등 2백억원을 투입한데다 약 2천억원에 달하는 부채마저 대신 떠안게 돼 그룹전체가 막대한 자금난을 겪는 계기가 됐다. 수산그룹의 금융권 부채는 3천9억원 정도. 또 중국 통주수리조선소 건설에 따른 해외차입도 6천만달러에 달하고 있다.
이와함께 주력제품인 특장차 등이 경제침체로 매출신장세가 둔화되고 올들어 주력수출시장인 동남아지역이 급격한 경제불안에 시달림에 따라 이 지역에 대한 기계류 수출이 둔화됐다는 점도 경영난의 한 원인이 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향후진로=그룹의 운명은 외환은행 등 채권단의 화의수용 여부에 따라 결정되게 됐다. 만약 화의신청이 받아들여지면 법원의 재산보전처분과 함께 채무가 동결돼 수산그룹은 일단 한숨을 돌릴 것으로 예상된다.
수산은 이번 화의신청이 받아들여지면 1·2금융권 부채에 대해 1∼2년 거치 후 5년간 분할상환하고 진성어음은 18∼28개월간 현금으로 상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화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수산은 법정관리를 통한 제3자 인수나 그룹해체 등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고진갑 기자>
◎수산, 어떤 그룹인가/84년 무역상사로 첫 출발/창립 13년만에 매출 1조 넘는 신흥 중견그룹으로 급성장/사업확장·금융위기로 좌초
수산그룹은 창립 13년만에 올해 매출액 목표를 1조3천억원으로 잡을 정도로 급속히 성장한 신흥 중견그룹이다.
수산은 지난 84년 수산무역상사라는 오퍼상으로 출발, 현재 세양선박 계열사를 제외하고 수산중공업, 수산무역, 수산특장, 수산정밀, 수산정공 등 국내에 14개 계열사와 중국에 중장비부품 생산공장인 수산기계설비하문유한공사와 수리조선공장인 수산조선통주유한공사 등 2개 현지법인을 거느리고 있다.
수산은 특히 지난 95년말 건설업체인 (주)대호와 한보의 위장계열사인 세양선박를 인수하면서 뛰어난 자금조달능력을 발휘, 재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수산은 이 과정에서 문민정부가 뒤에서 밀어주는 대표적인 「PK그룹」이라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수산은 이와함께 최근 무선정보통신사업부문에도 진출, 지난해 10월 IDM무선정보통신을 신설하는 등 사업영업 확대에 적극 나서왔다.
수산은 이같은 무리한 사업확장과 금융위기에 따른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좌초하는 비극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다.<고진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