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과 삼성그룹간 실무협상단이 만나 도출해낸 이번 합의내용은 채권단이 정부의 강력한 기업구조조정을 등에 엎고 승리를 얻어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두달간의 「허송세월끝」에 애초 삼성과 채권단이 합의했던 원안으로 회귀한 것에 불과하다.손실보전 합의에도 불구, 문제는 이제부터라는 시각도 만만찮다. 삼성차의 최대 골칫거리중 하나인 부산공장, 그리고 삼성으로부터 상환받은 부채를 놓고 채권단간에 어떤 형식으로 의견을 조율할 것인지 등 마찰음을 일으킬 수 있는 여지는 산적해 있다.
◇합의내용= 양측이 합의한 큰 골격은 삼성차 손실보전을 내년까지 마무리 짓는다는 것. 삼성생명의 소유권을 채권단으로 넘기는 대신 처분권은 삼성그룹에 맡겨 추후 생길지 모르는 갈등의 귀착점을 삼성에서 찾겠다는게 채권단의 심산이다. 채권단으로선 소유권을 넘겨받음으로써 유동성 문제가 심화됐을때 주식을 처분, 불씨를 끌 수도 있는 기회를 갖게 된셈이다. 서울보증의 경우엔 삼성과의 별도 협상을 통해 자산유동화증권(ABS) 방식으로 분배받은 지분을 처리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채권단은 이와함께 삼성이 주식을 주당 70만원에 팔지 못했을 경우 1차로 삼성으로부터 50만주를 추가 출연받기로 했다. 이것도 모자랄땐 삼성이 부족분을 무의결권 우선주나 후순위채 등으로 매입토록 했다. 단계적 보전방안을 마련한 셈이다.
◇채권단의 동상이몽= 채권기관들은 벌써부터 「내몫부터 챙 」며 실랑이에 돌입한 상황이다. 최대 채권자인 서울보증은 『이건희(李健熙) 회장이 내놓은 삼성생명 주식 가운데 350만주를 무담보채권 비율에 따라 나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은행권은 『전체 채권액을 기준으로 기관별 배분액을 결정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부산공장은 어떻게 되나= 양측이 손실보전에 대해 합의했지만, 정작 부산공장 처리는 아직도 안갯속이다. 채권단은 당초 약속과 달리 신규자금 지원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삼성도 운영자금을 지원하는데는 반대의사를 굽히고 있다. 당연히 공장 가동은 언제될지 모를 일이다.
인수자 찾기도 난망이다. 유력한 인수자로 떠올랐던 대우그룹의 자기살기에 바빠 인수후보자 대열에서 벗어나고 있는 조짐이다. 해외 투자자를 물색할 것으로 보이지만 삼성차의 경제성이 입증되지 않는 이상 원매자가 나설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결국 삼성차 부산공장은 상당기간 표류상태 속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김영기기자YGKIM@SED.CO.KR
한상복SBHAN@ 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