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몰린 집단에너지 사업자들이 대정부 건의에 나섰다. 이들이 공급하는 열·전기 가격을 원가 수준만이라도 보장해달라는 것이 골자다. 사업자들은 정부가 이 같은 '최소한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집단에너지 업계가 쓰러질 뿐만 아니라 지역난방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7일 업계와 정부에 따르면 집단에너지 업계는 최근 정부에 '열병합발전 전력거래 계약제도(APS)' 도입을 건의하고 나섰다. APS는 집단에너지 사업자들이 생산한 전기를 기존의 전력거래소가 아닌 한국전력에 판매하되, 시장 가격과 상관 없이 사전에 합의한 적정 금액으로 정산하는 방식이다.
언뜻 이들이 가격 특혜를 요구하는 것처럼 비쳐질 수 있지만, 실상은 정 반대다.
그동안 정부는 집단에너지 사업자들이 생산한 전력을 원가 수준 이상으로 팔지 못하도록 제한해왔다. 생산 원가와 시장에서 결정되는 실시간 전력도매단가(SMP) 중 더 낮은 가격을 적용하도록 전력시장 운영규칙에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1kwh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10원을 들였더라도 SMP가 kwh당 7원이면 7원에 팔아야 하는 식이다.
사업자들이 제안한 APS는 집단에너지 발전 설비의 투자금을 고려해 고정 가격을 산정하고 여기에 연료비 등 변동 가격을 더해 최소한의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대신 SMP가 높아질 때 얻을 수 있었던 수익은 포기하는 셈이다. 한 집단에너지 업체 관계자는 "초과 이윤은 포기할 테니, 최소한 원가라도 보장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집단에너지 업계는 전기와 함께 생산되는 열의 거래 방식에 대해서도 규제 완화를 요청했다. 이들이 공급하는 지역난방용, 산업용 열을 사업자들간에 서로 연결된 열 배관망을 통해 서로 거래할 수 있게 해 달라는 내용이다.
집단에너지 사업자들은 정부 에너지 정책의 필요에 따라 사업권을 받았다. 하지만 최소한의 수익을 보장해주지 않는 정부 정책 탓에 적자에 허덕여왔으며, 인천공항에너지 등은 사업권을 반납하겠다는 의사까지 표명한 상태다. 시장에 매물로 나온 대륜발전·별내에너지 등은 1년 가까이 인수할 기업이 없는 상태다.
한국집단에너지협회 관계자는 "우리나라 총 주택의 15%에 해당하는 230만세대 이상의 아파트가 집단에너지 업계로부터 지역난방 열을 공급받고 있다"며 "집단에너지 사업자들이 쓰러지면 지역난방 '블랙아웃'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