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월가 재미금융인들 긴급간담

◎새정부,IMF와의 약속이행부터”/당선자 즉각방미보다 경제특사 파견 바람직/은행 인건비 줄여 외국인 투자가치 높이도록【뉴욕=김인영 특파원】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가 확정된 18일 하오 뉴욕 월가에서 활동하는 재미교포 금융인들이 긴급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교포 펀드매니저들은 한국 경제 위기에 대한 진단과 새 정부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제시했다. 김영만 한미 상공회의소 회장이 주재한 간담회에는 김병수 시트 킴 인터네셔널 사장, 윤영원 얼라이언스 캐피털 부사장, 김태원 JP모건 부사장이 참석했다. 다음은 대화 요지. ◇새정부의 우선과제=대외적으로 국제통화기금(IMF)과의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 궁극적인 대상은 결국 미국의 민간 투자자들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투자마인드를 움직이게 하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새정부 경제팀 색깔과 인물들의 면모가 IMF와 미국의 시각을 바꾸어 놓을 수 있다. 대통령 당선자의 즉각적인 미국 방문보다는 경제 특사를 파견,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좋다. 지금부터는 신정부 팀과 기존 팀이 IMF 관련 사항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하다. 대외적인 입장 표명시 정리된 한 목소리가 나와야 하며 각각 다른 목소리가 나오면 신뢰문제가 또 발생하므로 유의해야 한다. 두달간 정권 이양 기간중 프로그램을 정확히 제시하고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는 모습이 중요하다. ◇미행정부의 입장=미국은 브리지 론(시한부 단기융자)을 제공하지 못할 것이다. 현재 미국의 입장은 IMF를 통해 한국 금융문제를 접근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고 정치적으로 의회를 통한 개별 지원방법이 어렵다. IMF 조건을 지키는 것만이 미국이 한국을 지원하는 실마리를 제공하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 그동안 로버트 루빈 미 재무장관의 의견을 클린턴 대통령이 거부한 적이 없을 정도로 그의 의견이 절대적이다. 월가에서도 루빈 장관의 인기가 높기 때문에 그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미 재무장관이 움직이면 미국 금융가도 움직일 것이다. ◇한국 금융위기의 원인=지난 10월 월가의 한 시장 분석가가 한국의 외환보유액에 대해 문의를 한후 쓴 부정적 보고서가 미국 금융시장의 분위기를 바꿔놓으면서 한국 금융위기가 시작됐다. 미국 투자가들의 마인드와 분위기가 중요한데 한국은 이를 간과했다. 외환보유액 공개 기피는 투자자들이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도록 투자마인드를 바꾸어 놓았다. 불안할때 다른 사람을 따라가는 보수적인 시장 관행 때문에 자금 회수를 시작하고 만기 연장을 거부하는 등의 분위기가 확산된 것이다. 문제의 발단은 한국 정부의 투명성과 신뢰문제였다. 중요한 것은 대외 신용 문제다. 불신으로 투자 분위기가 나빠졌고 투자자들이 한국 경제와 기업 내부를 들여다 보기 시작하면서 전에 보지 못한 문제들을 보게됐다. 점차 분위기가 더욱 부정적으로 확산되면서 결국 오늘에 이른 것이다. 미국은 한국등 아시아 국가의 과잉 투자가 미국에 디플레이션을 가져다 줄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더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새정부의 정책 제시=은행의 비용중 인건비 부분을 줄이는 노력이 중요하다. 은행의 부실 채권을 정부가 인수하고 외국 금융기관에 내놓을 때 투자 가치가 있게 만들어 놓아야 관심을 가질 것이다. 정부와 은행 관계를 끊어 놓아야 하며 한국 시중은행들은 곧 정부라는 인식을 불식시켜야 한다. 한국에는 현재의 상황을 잘 다룰만한 국제금융 전문가가 많지 않고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안되어 있어 현재도 실착을 많이 하고 있다. IMF 약속 이행 스케줄과 방법을 구체적이고 종합적으로 준비, 한번에 투자자들의 마음을 잡아야 한다. 국가 투자설명(IR)을 산발적으로 하지 말고 종합적이고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국책은행의 해외본드 발행, 정부의 해외채권 발행, 신용있는 한국 기업들의 전방위 외교가 필요하다. 뉴욕 연준리(FRB)에 대한 외교가 필요하다. 미국 금융기관들은 뉴욕 FRB의 말을 잘 듣는 편이다. 강력한 대미 금융 로비가 필요하다. 외국인 투자 제한 한도 확대도 중요하지만 투자후 나오고 싶을때 언제든지 나올 수 있는 시장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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