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수현(32) 씨에게 하루 2시간의 출퇴근 시간은 모바일 TV를 보는 시간이다. 본방송 시간에 못 본 '런닝맨', '백년의 유산' 같은 TV 프로그램을 스마트폰 주문형 비디오(VOD)로 꼬박꼬박 챙겨 본다. 이처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콘텐츠를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주문형비디오(VOD)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3일 CJ헬로비전은 자사 N스크린 서비스인 티빙(tving)에서 '방송 VOD 초이스팩'을 출시했다. 방송 VOD 초이스팩은 VOD 이용 쿠폰을 최대 55%까지 할인받아 구매한 후 지상파ㆍ케이블 상관 없이 방송 VOD를 골라 시청할 수 있는 상품이다. 티빙은 앞으로 영화 VOD를 볼 수 있는 패키지, 실시간 채널과 방송 VOD를 결합한 패키지도 잇따라 선보일 계획이다.
이전까지 VOD는 건당 구매하거나 특정 채널의 VOD를 무제한 정액요금제로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VOD 시장이 확대되면서 보다 다양한 상품이 출시되는 추세다. 케이블TVㆍ인터넷TV(IPTV)ㆍ모바일TV 사업자 등에 VOD 콘텐츠를 공급하는 홈초이스의 VOD 매출은 지난 2009년 103억원에서 지난해 630억 원으로 성장했다. 티빙의 유료 VOD 평균 이용건수도 올들어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또 SK플래닛 'T스토어'의 지난 1분기 VOD 다운로드 증가율은 전년 대비 210%나 됐다.
유료방송 서비스 업체들은 확장세인 시장을 잡기 위해 상품 공급 속도를 높였다. 덕분에 이제 대부분의 지상파 방송과 일부 케이블 방송은 본방 종료 후 15~30분 정도면 VOD 다시보기로 볼 수 있게 됐다. 방송 종료 후 15분이면 다시보기가 가능한 T스토어의 VOD 서비스, KT의 '총알탄 VOD'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또 이용자들의 시청 패턴에 최대한 맞춘 마케팅도 보편화되는 추세다. SK플래닛의 '호핀'은 지난해 말 예약 다운로드 기능을 선보였다. 보고 싶은 콘텐츠를 정해 새벽에 자동으로 내려 받아둔 후 원하는 때에 곧바로 VOD를 볼 수 있는 기능이다. 티빙은 '푸른 거탑', 'SNL코리아' 등 인기 프로그램의 특정 코너나 출연자를 중심으로 짧게 편집해 볼 수 있는 '슬라이싱 VOD' 상품도 제공하고 있다. 시청자들의 다양해진 콘텐츠 수요를 겨냥한 상품도 늘어나고 있다. CJ헬로비전 관계자는 "케이블TVㆍIPTV뿐만 아니라 모바일 TV의 VOD 이용 건수도 급증하는 추세"라며 "모바일 시청 패턴에 맞춰 보다 차별화된 상품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KT미디어허브도 '여명의 눈동자'ㆍ'질투'ㆍ'마지막 승부'등의 90년대 추억의 드라마 패키지를 출시할 계획이다.
다만 불법 다운로드와 함께 콘텐츠 제공사ㆍ유통사 사이의 갈등이 VOD 시장의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지상파 3사와 유료방송 사업자 사이에 진행 중인 '홀드백' 관련 협상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상파 3사는 프로그램 다시보기를 유료에서 무료로 전환하기까지의 기간을 의미하는 '홀드백' 기간을 최근 1주에서 3주로 늘릴 것으로 제안했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홀드백 기간이 늘어나면 결국 시장 확대에도 득 될 것이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