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성장세가 꺾인 한국타이어가 탈출구를 찾기 위해 회사를 이끌고 있는 조현식·조현범 두 형제의 역할을 사실상 맞바꾸는 결단을 내렸다. 한국타이어의 지주회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어를 맡은 조현식 사장은 동생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이 있던 한국타이어 마케팅본부장에, 조현범 사장은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경영기획본부장 자리에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27일 한국타이어에 따르면 최근 사내 인사 공고를 통해 두 형제의 보직변경을 알렸다. 이번 인사로 동생인 조현범 사장은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경영기획본부장을 맡아 한라비스테온공조 등 계열사를 이끄는 지주회사 경영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형 조현식 사장은 조현범 사장이 담당하던 한국타이어 마케팅본부장을 대신 맡아 한국타이어의 마케팅을 강화한다. 한국타이어의 한 관계자는 "내리막길에 있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신사업 창출을 주도하고 있는 지주회사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라면서 "타이어만으로는 한계를 느낀 최고경영진에서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로써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존재감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눈앞에 다가온 동부로지스틱스 인수전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한국타이어는 줄곧 물류 회사 인수에 큰 관심을 보였다. 한국타이어 측은 "해외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에 80%가 넘는 한국타이어의 특성상 물류회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상당하다"며 인수의사를 밝혀왔다.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앞서 대우로지스틱스 예비입찰과 관련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바 있다. 입찰에 뛰어들지는 않았지만 동부로지스틱스 인수를 앞둔 사전 준비 작업을 펼친 셈이다. 국내 종합물류기업 3위 동부익스프레스는 동부그룹의 구조조정으로 매물로 나온 상태다. 지난해 464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사세가 회복되고 있어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이외에도 현대백화점과 이마트(신세계그룹), 동원산업(동원그룹), CJ대한통운 등 10여 곳이 예비입찰에 참여했다.
한국타이어가 지주회사에 힘을 쏟는 이유는 국내외 자동차산업 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한국타이어의 올 2·4분기 매출이 지난해보다 5% 줄어든 1조5,7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영업이익은 19%나 감소한 2,037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4분기 영업이익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가량 떨어진 2,032억원을 나타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1.3% 줄었다.
한국타이어는 앞으로 회사의 근간인 한국타이어를 발판 삼아 새로운 사업 모색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기존 한국타이어가 '인수합병(M&A)을 통한 새 먹거리 창출'과 '타이어 사업 내실 강화'라는 두 축을 형과 동생이 나눠 담당하던 것에서 탈피해 지주회사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에 역량을 집중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인수 이후 한온시스템으로 사명을 바꾼 한라비스테온공조를 비롯해 동부로지스틱스 인수전 등 지주회사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통해 두 형제 간 향후 경영권 승계도 대충 가닥이 잡힐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조양래 회장이 23.5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조현식 사장과 조현범 사장은 각각 19.32%, 19.31%로 비슷한 수준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