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부여 종계장의 닭 폐사체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 항원(H5N8형)이 닭에서는 처음으로 검출되면서 충남도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도는 최근 서천 금강하구에서 가창오리 폐사체가 발견되자 금강하구와 연접한 부여, 논산 등에 AI 유입 차단을 위한 방역조치를 강화했음에도 불구하고 금강하구 인근 종계 농장에서 AI가 나오자 난감해하고 있다.
25일 도에 따르면 지난 21일부터 서천군 화양면 완포리 금강 유역 일대에서 가창오리 폐사체가 잇달아 발견됨에 따라 해당 지역에 대한 집중 소독과 통제초소 설치, 출입자 통제 등의 차단방역을 시행하고 있다.
철새 탐방로를 잠정폐쇄하고 가창오리 폐사체가 발견된 곳 인근에 있는 관광지인 ‘신성리 갈대밭’에 대한 전면 출입 통제 조처를 했다.
최근 서천군 마서면에 개원한 국립생태원도 폐쇄했다.
도는 당진 삽교호에서 발견된 가창오리 폐사체에서도 부검결과 고병원성 AI로 보이는 증상이 보여 도내 철새도래지와 서식지에 5개의 방역초소를 설치하는 등 방역을 강화했다.
전북과 연접한 논산·금산·부여·서천 등 4개 시·군에서도 방역 통제 소독 초소 10곳을 운영하는 등 방역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3일 부여군 홍산면 북촌리의 한 종계장에서 오리가 아닌 닭에서는 처음으로 폐사가 진행됐고, 25일 오전 폐사체에서 H5N8형 항원이 검출됐다.
고병원성 여부를 알 수 있는 최종 결과는 26일 오후에 나올 것으로 보이지만 고병원성일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부여에서 AI 발생으로 인한 폐사와 살처분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종계장을 중심으로 반경 500m 이내에는 가금류 농가가 없지만, 반경 10㎞ 이내에는 339농가에서 닭·오리 등 가금류 235만9,000 마리를 키우는 것으로 파악됐다.
3㎞ 내에서는 2농가가 닭 11만8천마리를 키우고 있다.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검출되면 3㎞ 이내에서 사육 중인 가금류에 대한 살처분은 불가피할 것으로 부여군은 전망하고 있다.
부여에서는 닭 428만6,000 마리 등 가금류 433만8,000마리를 키우고 있고, 인근 논산에서는 닭 431만8,000 마리 등 가금류 456만7,000 마리를 사육 중이다.
부여군 공무원 60여 명은 이날 오후 1시부터 해당 농장에서 사육하는 닭 1만6,000여 마리에 대한 살처분에 들어갔다.
육군 32사단 장병 40여명도 매몰 작업에 투입됐다.
살처분에 투입된 한 공무원은 “이미 죽어서 부패한 닭 등이 섞여 있어 양계장 안에 악취가 심하게 나는 등 작업환경이 좋지 않다”고 전했다.
해당 농가에서 1㎞가량 떨어진 곳에서 닭을 사육하는 한 주민은 현장을 둘러보고 “상황이 더 나빠질까 봐 걱정”이라며 착잡한 심정을 토로했다.
도는 가축위생연구소 역학조사과 조사팀(2명)을 해당 농장에 투입해 AI 유입 경로 등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또 25일 오후 2시 송석두 행정부지사 주재로 시·군 부단체장 영상회의를 열고, 오후 5시에는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AI 관련 확대간부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도는 AI 방역상황실과 AI 비상대책본부를 구성해 운영할 방침이다.
도내에서는 2003년 12월부터 2004년 3월(6건)까지 천안·아산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해 149농가에서 가금류 141만2,000 마리를 살처분한 것을 비롯해 2006년 11월∼2007년 3월(천안·아산 3건, 163농가 110만6,000 마리 살처분), 2008년 4월∼5월(논산 1건, 204가구 37만3,000 마리 살처분), 2010년 12월∼2011년 5월(천안·아산 6건, 13가구 21만7천 마리) 등 모두 4차례 AI가 찾아왔다.
지난해 6월1일 현재 도내 15개 시·군에서는 6천406 농가에서 가금류 4,936만9,000 마리를 사육하고 있다./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