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 건축문화대상 일반주거부문 대상 수상작인 '반포777'. 버려진 도심 자투리 공간을 창조적으로 해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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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한국건축문화대상 민간부문 대상을 받은 '탄허대종사기념관'. 전통을 현대적으로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은 작품으로 건물 외벽을 뒤덮은 불교경전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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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복(賞福)이 많은 비결이라면 설계도면을 넘겨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건물이 완성될 때까지 세심한 것 하나까지 챙기고 신경 쓰기 때문일 것 같네요."
이성관(63ㆍ사진) 한울건축 대표는 최근 몇 년간 건축계에서 가장 빈번하게 이름이 회자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매년 주요 건축 상에서 그의 작품들과 이름 석자가 빠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경제신문과 국토해양부ㆍ대한건축사협회가 공동 주최하는 국내 최고 권위의 건축상인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3년 연속 대상 수상자로 선정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2008년 '숭실대 조만식기념관&웨스트민스터홀'을 시작으로 2009년 단독주택인 '반포577'에 이어 지난해에는 '탄허대종사기념박물관'으로 내리 대상을 받은 것. 그의 작품들은 요즘 젊은 건축학도들에게 꼭 봐야 할 '바이블'로 통할 정도다.
이 대표와의 인터뷰를 위해 찾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사무실에 들어서는 순간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분방한' 그의 단면을 느낄 수 있었다.
"사무실이 많이 어수선하죠. 지난 20년 가까이 사무실 모습이 늘 이렇습니다." 책상 뒤 벽면 책장에 마치 DVD대여점을 연상시킬 정도로 두서 없이 쌓여 있는 고전 영화 DVD, 창가에 대충 올려놓은 듯한 수많은 상패, 입구 옆 옷걸이에 걸려 있는 몇 벌인지도 모를 코트와 바지ㆍ와이셔츠ㆍ넥타이…. 마치 막 이사 직후 대충 짐을 풀어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그는 "가끔 심사위원으로 심사를 할 때가 있지만 많은 작품들이 도면이나 사진으로 보기에는 멋진데 현장에서 보면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건축주ㆍ시공자와 함께 끊임없는 대화를 계속하며 책임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작품의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듣게 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공간건축'과 함께 건축계 인맥의 양대 산맥으로 통하는 '정림건축' 출신. 그런데 그가 독립한 사연이 재미있다. 회사를 그만두고 유학을 다녀온 뒤 몇몇 동료들이 동업을 제안했을 때 주변에서 "고집 세고 사회성이 없어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는 말을 듣게 된 것.
"그런 얘기를 들으니 날 마치 불구자 취급하는 느낌이더군요. 오기가 생겼어요. 남들처럼 죽어라 영업이나 접대 같은 거 안 하고 작품만으로도 성공할 자신이 있었죠."
그의 작품들은 건축계에서 형식이나 틀에 구애 받지 않고 자유롭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한국건축문화대상 민간부문 대상 수상작인 '탄허대종사기념박물관'의 경우 전통적인 불교사찰의 고정관념을 깬 시도로 업계의 화두가 된 대표적인 사례다.
"건축은 그림이나 조각 등 순수 미술과는 다릅니다. 장소성 때문이죠." '건축가가 자기 취향만을 강조하고 드러내길 고집하기보다는 장소와 건축물의 특성을 살릴 수 있도록 유연한 사고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많은 작품 중에서 유독 용산 '전쟁기념관'과 '탄허대종사기념관'에 애착을 갖고 있다. 더 잘해서라기보다는 다른 작품보다 더 힘들었기 때문이다.
"사무실을 처음 열고 얼마 안 돼 맡게 된 것이 전쟁기념관입니다. 내로라하는 국내외 건축가들과의 경쟁에서 따내다 보니 자책감이 들었죠. 정말 욕 안 먹는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여기에 문을 연지 얼마 되지 않아 직원들과의 팀워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여서 더 힘들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최고경영자(CEO)로서 스스로에게 매기는 평가가 궁금했다. "허허허. CEO로서는 재능이 없는 것 같아요. 돈 번 것이 없으니까요. 빚도 좀 있죠."
실제로 한울건축사사무소는 20여년이 흐른 지금까지 여전히 20여명의 소규모 건축사사무소를 유지하고 있다. 분명 이름값에 비해 초라한 규모다.
하지만 이어지는 그의 말에서는 힘이 넘쳤다. "하지만 남들처럼 수주 영업하러 다니지 않고 20년간 꾸려올 수 있었으니 나름대로 성공했다고 자부합니다." '이성관'이라는 이름이 곧 브랜드로 통할 만큼 '퀄리티'만으로 지금까지 별 탈 없이 경영을 해왔다는 것이다.
규모를 키우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조직이 커지면 직접 작품의 퀄리티를 컨트롤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규모가 커지면 개별 프로젝트를 일일이 챙길 수 없어 좋은 작품이 안 나옵니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규모를 유지해온 셈이죠."
이 대표의 부인은 사진작가다. 지난해 말부터 한국여성사진가협회장을 맡고 있는 황숙정씨가 바로 그의 아내다. 아들 역시 독립해서 건축사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열정적으로 사는 게 좋은 모습'이라는 그의 생각이 가족들의 삶에서도 그대로 묻어나는 느낌이다.
그는 건설경기 침체로 건축계 역시 어느 때보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건축과 학생 40명이 졸업하면 그중 설계사무소에서 일하는 사람이 한두 명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열정'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좋아하면 하라'는 것이다. "초심만 계속 지속할 수 있으면 어느 분야에서든 경쟁력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했다. 그는 "나이가 들면 실력에 관계없이 밀려나는 게 우리 사회나 건축계의 현실"이라며 "이 같은 틀을 깨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성관이라는 건축가는 나이가 들어서도 늘 새롭고 활발한 작품활동을 한다'는 평가를 듣고 싶다는 것이다.
이순(耳順)을 훌쩍 넘겼음에도 여전히 신선한 파격을 통해 늘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는 그의 활동이 기대된다.
"틀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상상력으로 가득차"
● 이성관 대표의 작품은
'숭실대 조만식기념관' 절제·조화 미덕 갖춰 평가 '탄허대종사기념박물관' 전통 재해석 신선한 충격
이성관 한울건축 대표가 국내 최고 권위의 건축상인 한국건축문화대상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1994년 용산 전쟁기념관의 우수상 수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내 최초의 전쟁기념관으로도 관심을 모았던 이 작품은 뛰어난 건축적 완성도로 당시 대상 후보로까지 거론됐지만 우리 사회의 민주화 바람과 맞물려 아깝게 우수상 수상에 그쳤다.
전쟁기념관 이후 한동안 인연이 없었던 이 대표가 다시 한국건축문화대상과 만난 것은 2000년 서울 역삼동 데이콤 사옥이 입선작으로 선정되면서다.
이후 ▦도시개발공사 거여지구 3단지 아파트(2001년 입선) ▦마포장애인종합복지관(2002년 입선) ▦분당 c-11-4-12 집합주택(2003년 본상) ▦양평 수입777(2005년 우수상) 등으로 꾸준히 한국건축문화대상 주요 수상작에 이름을 올렸던 이 대표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대상을 수상해 화제를 모았다.
이 대표의 첫 대상 수상작은 2008년 사회공공 부문의 '숭실대 조만식기념관&웨스트민스터홀'이다. 숭실대 캠퍼스 내에 지하 2층 지상 7층 규모의 종합강의센터로 지어진 이 작품은 캠퍼스와 단절돼 있던 서달산과의 소통을 복원하고 멋있고 화려한 건축물보다는 절제와 조화의 미덕을 갖춘 것으로 평가 받았다.
조만식기념관&웨스트민스터홀은 'ㄱ'자형의 조만식기념관과 필로티를 도입한 박스형의 웨스트민스터홀이 어우러져 전체적으로 'ㄷ'자형으로 배치돼 있다. 특히 두 건물 사이 공간에는 목재 계단식 스탠드를 조성해 산자락에서 이어지는 경사지의 지형을 자연스럽게 캠퍼스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이 공간은 정적인 휴식공간이면서 이 학교의 다양한 축제, 행사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09년 일반주거 부문 대상 수상작인 '반포 577'은 버려진 도심 자투리 공간에 대한 창조적 해석으로 찬사를 받은 작품이다. 프랑스촌으로 유명한 서래마을 맨끝 서리풀공원에 맞닿은 삼각형 모양의 160㎡짜리 자투리 땅을 훌륭한 주거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이 대표 여동생의 주택이기도 한 이 집은 이미 오래전부터 새로운 실험을 해보고 싶어서 점 찍어뒀던 부지이기도 하다.
'반포 577' 안에 들어서면 무엇보다 일반 주택에서는 느낄 수 없는 연속되는 반전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서 있는 외벽이 다소 폐쇄적인 느낌을 받지만 실내에 들어서게 되면 4면이 확 트인 개방감을 느끼게 된다. 3층짜리 이 주택은 각 층이 단절되지 않고 시각적으로 계속 이어지면서 끊임없이 이어진다.
심지어 좁은 공간에 도저히 배치하기 어려울 것 같은 중정(中庭)까지 마련돼 있을 정도다. 맨 위층의 다락방 창을 통해 보이는 한강과 서울의 야경, 숲을 향한 테라스는 이 조그마한 주택이 갖는 또 다른 매력이다.
지난해 민간 부문 대상수상작인 '탄허대종사기념박물관'은 전통 사찰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시도로 화제가 되고 있다. 한국 불교계의 대표적인 고승이자 불교학자였던 탄허스님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탄허대종사기념박물관은 불교계 최초의 학술박물관이기도 하다.
탄허대종사기념박물관은 서울 강남구 자곡동 지하철 수서역 인근 대모산 기슭에 자리잡고 있다. 그린벨트 지역 야트막한 오르막에 직사각형 모양의 단아한 외관으로 지어진 박물관에 이르면 건물 외벽을 뒤덮은 불교 경전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지어진 이 박물관에 들어서면 108개의 기둥을 지나야 한다. 불교의 108번뇌를 뿌리치고 수행의 문으로 들어가라는 암시를 느끼게 된다. 대강당인 2층, 전시ㆍ예불공간으로 꾸며진 3층은 불교 사찰의 고정관념을 깨뜨린 현대적 미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전통의 현대적 재해석이다. 목조건물에나 쓰였던 단청을 철근콘크리트에 도입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항공기 격납고 기술을 도입해 개폐가 가능하도록 한 외벽은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지난해 한국건축문화대상 준공건축물 부문 심사를 맡았던 한 심사위원은 "이성관 대표의 작품은 틀에 얽매이지 않고 늘 새로운 상상력으로 가득 차 있다"고 평가했다. |
이성관 대표는
▦1948년 부산 ▦부산고 ▦서울대 건축학과 ▦서울대 건축대학원 ▦정림건축 건축사 ▦미국 컬럼비아 건축대학원 ▦미국 건축사 정회원 ▦1981 한울건축 설립 ▦연세대ㆍ한양대 건축대학원 겸임교수 ▦서울대 건축학과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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