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in 마켓] 손창배 농협PE 단장 "PEF로 중소·중견기업 투자 늘릴 것"

누적운용자산 1조로 크지 않지만 내실 있는 사업 정평
첨단융합·고부가산업 등에 3분기내 1200억 투자 계획
금융지주 아래 자회사로 일정시점 분사하는 방안 검토


"눈에 띄는 중소·중견기업들이 많이 있습니다. 올해는 이들 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을 크게 늘릴 계획입니다. "

손창배(55·사진) NH농협은행 프라이빗에쿼티(PE) 단장은 1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소·중견기업 투자를 목적으로 설립한 사모펀드(PEF)의 투자 소진율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손 단장은 "지난해 동양매직 인수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다 보니 펀드를 조성해놓고도 제대로 투자를 집행하지 못했다"면서 "올 하반기에는 현재 40% 수준에 머물러 있는 두 PEF의 투자 소진율을 70%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협PE는 중소·중견기업이 투자 대상인 PEF를 2개 운용하고 있다. 지난해 2월 큐캐피탈파트너스와 함께 2,000억원 규모의 'NH PE-QCP 글로벌투자파트너쉽PEF'를 만들었고 같은 해 6월에는 아주IB와 'NH-AJUIB 중소중견PEF(2,000억원)'를 설립했다. NH PE-QCP 펀드는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자금 부족으로 해외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주요 투자대상이다. NH-AJUIB는 첨단융합산업 및 고부가서비스산업에 주로 투자한다. 손 단장의 계획대로라면 올 하반기에 이들 분야에 총 1,200억원의 투자자금이 풀리는 셈이다. 그는 "펀드의 투자 목적에 맞는 여러 기업들을 물색하고 있다"면서 "경쟁력 있는 중소·중견기업들이 많아 올 3·4분기 안에 계획된 투자 소진율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PE는 지난해 말 기준 총 누적운용자산(AUM)이 1조원으로 크지는 않지만 내실 있는 PE사로 정평이 나 있다. 하이마트에 투자한 NH할로윈제1호PEF는 2013년 청산해 16.9%의 투자수익률을 달성했고 JW생명과학에 투자한 NH-SG PEF 1호 역시 37.5%의 높은 투자수익률을 기록했다. 두 펀드의 합계 내부수익률(IRR)은 17.8%에 달한다. 손 단장은 "은행 내 기업금융네트워크와 NH금융지주 내 10개 금융계열사의 전문가 집단과의 공동자문 등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면서 "안정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보유한 기업을 대상으로 꾸준히 가치 투자를 해온 결과"라고 말했다.

지난해 5월 동양매직 인수는 농협PE의 투자 원칙이 그대로 적용된 사례다. 농협PE는 글랜우드와 컨소시엄을 이뤄 3,010억원의 인수가를 써내 한앤컴퍼니와 현대백화점 등 쟁쟁한 경쟁자를 물리쳤다. 시장에서는 농협PE-글랜우드가 예상가격(2,500억원)을 크게 웃돈 금액을 제시하자 승자의 저주를 우려했다. 하지만 손 단장의 생각은 달랐다. 손 단장은 "당시 동양사태로 유동성 위기를 겪었지만 동양매직은 연간 당기순이익이 200억원, 에비타(EBITDA·감가상각전 영업이익)가 500억원에 달하는 알짜 회사였다"면서 "주력인 렌털 사업도 향후 성장성이 컸기 때문에 인수가격은 비싼 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손 단장은 "농협PE 인수 후 고금리 여신을 저금리로 대환했고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영업체계를 보강했다"면서 "동양매직은 PEF가 인수해서 경영 정상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동양매직은 농협PE-글랜우드에 인수된 지 반년 만인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전년 대비 50% 이상 늘어나며 안정적인 궤도에 안착했다.

농협PE는 현재 분사를 고려 중에 있다. 현재는 농협은행 내 편입돼 있지만 PE 부문을 따로 금융지주 아래 자회사로 분리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최근 금융지주 회장이 바뀌면서 이 작업은 중단된 상태다. 이에 대해 손 단장은 "PE 부문이 성장함에 따라 조직 시너지와 보상체계 등을 고려해서도 분사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어느 시점에 분사를 해야 하는지는 금융지주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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