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사이드] 개인정보 활용동의 일방적 요구… 사생활 유출 무방비 우려

■ 탈 많은 스마트폰 앱장터 약관



단순 게임·다이어트 앱인데도 '연락처·동영상 수집 허용' 등 과도한 개인 정보 요구 다반사
피해 생길땐 악성앱 개발자 책임… 이익 얻는 중개자 규제 조항 없어
문구 애매해 사용자 이해 어려워… 관계당국 "피해 사례 없어" 모르쇠




평소 스마트폰을 자주 사용하는 곽은영(26)씨는 최근 어플리케이션(Appㆍ앱)을 다운로드 받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우연히 읽어본 약관에 찜찜한 구석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애플앱스토어ㆍ구글플레이ㆍ올레마켓 등 앱 장터에서 요구하는 약관에는 연락처나 통화기록, 휴대폰 일련번호, 사진 등 민감한 개인정보들이 담겨 있었다.

곽씨는 "요새 여기저기에서 개인정보 유출이 된다는데 이들 앱을 다운 받았다가 혹시라도 내 정보가 새나갈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나에게 꼭 필요한 앱이어서 어쩔 수 없이 설치하기는 했지만 두고두고 불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 3,000만 시대를 맞아 게임과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날씨, 교통 등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가 늘어나면서 덩달아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앱을 다운 받으려면 반드시 동의를 해야 하는 이 약관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등록된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 수 있도록 합니다', '연락처를 읽을 수 있도록 허용합니다', '카메라에 보여지는 화면을 언제든지 수집할 수 있습니다'와 같이 개인정보를 사용자의 동의 없이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 정보유출 위험도 커질 소지가 많다.

◇개인정보 유출에 동의하십니까? = 앱이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것이 언제나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카메라앱인 경우 당연히 사용자 기기의 카메라를 제어해야 하고, 인터넷 통화 기능을 제공하는 앱의 경우 사용자의 연락처나 통화 기능을 활용해야 한다.

문제는 앱의 기능과 별 상관이 없음에도 사용자 정보를 과도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단순한 게임앱이지만 '사용자의 허가 없이 전화를 걸 수 있도록 허용합니다'라는 약관이 있는가 하면 다이어트 스케줄을 관리해 주는 기능의 앱에 '연락처를 읽을 수 있도록 허용합니다' 또 '언제든지 카메라를 사용해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도록 허용합니다'라는 약관이 포함된 경우도 있다. 한 카메라앱을 다운 받으려면 '개인정보 또는 비공개 정보를 포함해 휴대전화로 수행하는 작업에 대한 일반적인 정보를 검색할 수 있습니다'라는 약관에 반드시 동의해야만 한다.

스마트폰 앱을 개발하는 한 업체의 대표는 "앱 개발자가 앱장터에 앱을 등록하는 과정에서 사용자 정보를 요구하는 경우 허가를 받도록 하는 등 절차가 있기는 하지만, 나쁜 의도를 지닌 개발자가 사용자 정보를 목적으로 앱을 만들어 올리는 것도 불가능 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앱장터는 피해에 대해 책임지지 않습니다= 만일 악성앱을 다운 받아 개인정보가 유출되거나 통신료가 청구되는 등 피해가 생기면 누구를 찾아가 따져야 할까. 악성앱을 만들어 올린 개발자다. 사용자가 앱을 다운받을 때 '앱 장터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약관에 동의했기 ??문이다.

개인정보와 관련된 약관에는 사용자가 다운 받는 앱이 일명 '악성'일 경우 사용자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전송하거나 메시지ㆍ통화로 인한 추가 요금 등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요지의 단서가 공통적으로 붙는다. '중개시스템만 제공하며 그 등록한 내용에 대해 일체의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라고 메인 화면에 명시하고 있는 앱장터도 있다.

앱장터도 엄연히 앱 판매를 통해 이익을 얻는 주체인데도 책임에서는 한 발 빼고 있는 것이다.

황진자 한국소비자원 약관광고팀장은 "최근 들어 모바일 기기 사용이 늘어나면서 정보통신 통신판매 중개자의 책임도 강화되고 있는 만큼 앱장터의 면책조항은 다분히 문제 소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황 팀장은"개인정보 유출 피해가 당장 눈에 보이지 않아 피해가 있더라도 사용자가 알아채기 어렵고 이런 약관에 대한 어떤 연구나 자료가 없는 상태여서 앞으로 이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약관 문구의 표현이 애매하거나 충분히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간단해 사용자의 알 권리를 충분히 보장해 주지 못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조신아(27)씨는 "솔직히 이런 약관을 읽어봐도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며 "사용자들이 약관 잘 안 읽는 것이 잘못됐다고 하는데 이렇게 무슨 말인지도 모르게 써 놓으면 읽어본들 무슨 소용이냐"고 비판했다.

하지만 앱장터는 자신들이 아무 잘못이 없다고 강변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상적으로 올라간 앱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면 그건 전적으로 앱 개발사의 문제"라며 "우리도 경쟁력 관리 차원에서 사후 차단 등 자율 규제에 신경 쓰고 있지만 검열 자체도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의 고위 관계자는 "앱 장터마다 다르지만 우리는 개인정보, 위치정보 관련된 부분은 100% 검수하기 때문에 그런 일이 있을 수 없다"면서도 "만일 콘텐츠 내용에 문제가 있다면 큰 책임은 개발사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피해 생겨야 조사? 손 놓은 관리당국= 아직 앱장터 약관에 대한 소비자들의 피해 보고나 문제제기는 많지 않다. 약관을 제대로 읽어보는 사람이 적을뿐더러 만일 개인정보유출 피해가 일어나더라도 개인이 그 사실을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방송통신위원회나 문화체육관광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련 주무 부처는 주로 피해 사례가 뚜렷한 통신료 부과를 중심으로 제재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실제로 2011년과 2012년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총 2,742건 중 73%가 결제취소나 해지에 관한 사항이었다.

문광부 디지털콘텐츠사업 담당자는 "지난해 8월 개정된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법에 맞춰 문화부 고시 콘텐츠이용자보호지침을 개정했고 현재 현재 국무총리실 규제개혁심사 과정 중"이라며 "주로 이용자 보호지침에서 환불 규정 등이 중심이며 개인정보 약관은 다루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약관 심사를 담당하는 한 관계자도 "별도로 접수가 청구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피해 사례가 많을 경우 직권심사를 할 수는 있지만 보통은 법률상 이익이 있는 사람이 청구해서 불공정한 사유를 지적해주면 심사를 한다"고 말했다.

박명희 한국미래소비자포럼 대표(동국대 교수)는 "스마트폰ㆍ인터넷ㆍTV 등 중간판매자들이 다양해지면서 그들의 책임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 피해가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피해가 생길 개연성이 있다면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인당 평균 42.3개 설치… 매주 8개 다운로드


김연하기자 yeona@sed.co.kr


스마트폰 앱 이용 실태


개인정보 보호 장치가 미비한 가운데 앱 시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청소년이나 아동이 보호자의 휴대폰으로 앱을 다운 받는 경우가 많아 관련 분쟁도 급증하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의 '2011~2012년스마트폰 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5월 현재 스마트폰에 설치된 평균 앱의 개수는 1인당 42.3개에 이른다.

최근 1개월간 앱을 다운로드 받은 경험이 있는 스마트폰 이용자 비율은 2010년 7월 66%에서 2012년 5월 78.2%로 늘었다. 1주일간 평균 다운로드 개수 역시 2011년 11월 6.0개에서 2012년 5월에는 7.8개로 증가했다.

앱을 사용하는 사람도, 한 사람이 설치한 앱의 숫자도 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관심을 반영하듯 지난해 10월을 기준으로 애플과 안드로이드 앱장터에 등록된 앱의 수는 무려 70만개를 돌파했다.

문제는 청소년이나 아동도 쉽게 앱을 다운 받아 설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재홍 서강대 게임교육원 교수가 지난해 11월 열린 '모바일 오픈마켓 환경과 콘텐츠 분쟁 이슈 세미나'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4월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 출범 이후부터 지난 9월 말까지 접수된 조정사건 중 1,249건을 분석한 결과 실제 이용자가 아이들인 경우가 72.1%로 나타났다. 이 아이들의 평균 연령은 6.64세에 불과했다.

분쟁 발생시기도 청소년들의 방학과 휴가가 집중되는 여름과 겨울이 62%였으며 미취학 아동을 둔 30대가 51%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어린 아이들이 부모나 친척의 스마트폰을 이용해 다운로드 받은 앱이 분쟁의 주요 대상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